김현수/ 금요문학회장

지난 123일 금요문학회에서는 제3회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문학의 향기를 찾아서>라는 타이틀로 연 1-2회 실시하는 문학기행은 강원도 평창군의 이효석문학관을 시작으로 강진시문학파기념관을 거쳐 이번에는 순천의 순천문학관을 탐방하였다. 순천문학관은 소설가 김승옥님과 동화작가 정채봉님의 문학에 대한 향기가 가득한 곳이다.

특히 그 곳 순천문학관의 김승옥관에 전시된 자료들도 생생하지만 소설가이신 김승옥님을 직접 만나서 그 분의 삶과 문학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었으나 몇 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지금까지도 언어치료가 완벽하지 못해서 말씀을 들을 수가 없게 되어 우리 문학회 일행은 사전에 글로써 주고받는 방법을 택하여 작가와의 교감을 주고받았다. 얼굴 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정말 가슴 뭉클한 시간이었다. 많은 이야기들이 본인과 문학관장 그리고 해설사들의 도움으로 성과가 컸지만 직접 살아있는 대화가 못되어 못내 아쉬워했다.

여기 이 글은 우리가 준비한 글로서 마지막 시간에 문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현수 시인이 소설가 김승옥님 앞에서 낭독을 해드려 인간적인 만남이 물씬나게 한 글이다. 순천문학관을 기행 할 계획을 갖고 있는 우리 지역민들께서 이 글을 읽고 기행에 참고하면 참 좋으리라 생각되어 게재해본다.

김승옥 작가님께.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건강이 많이 좋지 않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핑계 많은 일상에 묻혀 지내다보니 이제야 뵙게 되네요.

아픔을 함께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들은 2015년 말 전남 영광군에서 시인 정형택 문화원장님의 문하생중 10여명이 모여 금요문학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보다 엄밀히 말하면 시를 중심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금요시문학회가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문학 활동을 시에 국한하는 것은 스스로를 옭아매는 것 같아서 그냥 금요문학회라고 했습니다.

문학기행은 1년에 상, 하반기로 나누어 2회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문학기행은 지난 9월에 실시하려 했으나 두 차례 연기가 되고 이제야 시행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조송혜 관장님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번번이 약속을 어겨서 진짜 미안합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문학기행의 의의는 문학인으로서 문학 지식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곤란에 처해있는 문학인을 찾아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인간적인 정을 나누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어 순천으로 문학일정을 잡았다는 사실입니다. 문학이전에 사람이 먼저 있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 이를 되새기는 자리였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직접 작가님을 뵈니 그래도 조금 안심이 되네요.

어려운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잘 이겨 나가고 계시구나 하는 일말의 안도감이 듭니다..

사실 저희들을 지도해주시고 지금 이 자리에 함께하신 정형택 원장님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일어났지만 아직도 그 후유증으로 몸의 절반을 마음대로 할 수 없어 작가님과의 만남이 예사롭지 않으실 것입니다.

요즘 원장님이 활동량이 많아져서 건강을 제일 먼저 챙겨야한다고 늘 말씀드립니다.

작가님께서도 건강을 가장 먼저 돌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작가님께서 쓰신 무진기행은 소설을 공부하고자 하는 문학도는 누구나 한번쯤 필사를 해서 읽힐 정도로 대한민국의 귀중한 소설교과서가 되었습니다. 그런 작가님이 글을 쓰실 수 없다는 것은 소설을 공부하고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크나큰 불이익이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글을 쓸 수 없는 작가님의 심정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나 작가님은 무진기행 한편만으로도 이미 많은 일을 해놓으셨습니다. 비록 좋아하는 글은 쓰실 수 없더라도 이제 후배 문인들에게 글도 중요하지만 삶은 더더욱 치열하고 귀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주셨으면 합니다. 아니 이미 그렇게 살아가고 계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그림을 그리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작가님이 이 땅에 살아계신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든든합니다.

오늘 우리는 문인으로서, 아니 한 인간으로서 백척간두에 서서도 자신을 늘 다잡고 흐트러짐 없이 중심을 잡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시는 두 분을 모시고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아무쪼록 오래오래 사셔서 한국문학의 발전과 더불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굳은 뜻과 의지만 있다면 삶이 아무리 부셔져도 언제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사실을 후배문인들에게 두고두고 깨우쳐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두 분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연말이라 다들 바쁘신 가운데서도 이 자리를 함께 해주신 금요문학회원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도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김행보 회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회원님은 건축 마감일이라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함께 해주셨습니다. 그럼 모두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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