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전남다문화가족센터연합회장

고대의 도편추방제(陶片追放制)

고대 탄핵제도의 하나였던 도편추방제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실시했던 민주적 제도다. 매년 1회 시민투표를 통해 민주제를 위협할 위험인물을 도자기파편에 적어내고 6000표 이상을 받은 인물을 10년간 국외로 추방을 했다. 원래 참주(僭主)의 재현을 막기 위해 실시했던 이 제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정쟁의 도구로 변질되어 페르시아전쟁을 승리로 이끈 유명한 장군 아리스테이데스나 테미스토클레스, 키몬을 추방하는 등의 폐단도 있었지만 고대의 민주적 제도였던 것만은 확실하다고 하겠다.

탄핵 등으로 쫓겨난 현대의 대통령

미국의 제37대 닉슨 대통령 : 재선과정에서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을 도청한 워터게이트사건으로 탄핵위기에 몰리자 19748월 사임했으며 탄핵의 사유는 거짓말이었다.

브라질의 제32대 페르난드 콜로르 지멜루 대통령 : 부정부패 척결을 기치로 부패추방운동을 벌여 국민들의 신뢰를 쌓았으나 선거당시 부정축재혐의가 드러나 탄핵소추 되었으며 탄핵 전 자진사퇴하였으나 수리되지 않고 상원에서 199212월 가결되었다.

베네수엘라 제54대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대통령 : 51대 대통령을 역임하고 다시 54대 재선에 성공하였으나 공금횡령 및 부정축제 혐의로 19938월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에콰도르 압달라 부카람 대통령 : 경제개혁으로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으나 도시가스 요금이 폭등하는 등 정책이 실패하고 세금을 횡령한 혐의로 취임 6개월 만인 19972월 탄핵이 가결되었다.

페루 제90대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 : 일본계로 10년간의 장기 집권동안 야당후보 도청, 3선 연임을 위한 변칙적 법률승인, 유권자명부 조작 등 각종 부정부패 혐의로 자진사퇴했으나 200011월 탄핵이 가결되었다.

인도네시아 제4대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 : 수하르토의 장기독재를 마감하고 인도네시아 역사상 최초로 민주적인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었지만 집권 후 경제적 위기로 국민의 신임을 잃었으며 결국 동티모르 문제 등 정치적 무능과 부패혐의로 20017월 탄핵이 되었다.

리투아니아 제7대 롤란다스 팍사스 대통령 : 선거과정에서 마피아와 연루되어 불법정치자금 수수와 함께 국가기밀 누설 및 권력남용, 후원자였던 러시아 기업가에게 리투아니아 시민권을 부여해준 혐의로 20044월 탄핵안이 가결되었다.

에콰도르 루시오 구테헤스 : 진자유주의 선회에 대한 대중저항으로 2005년 탄핵이 가결되었다.

이스라엘 제8대 대통령 모세 카자브 대통령 : 임기 중 부하 여직원들을 성추행하고 강간하는 등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직무가 정지되었으며 임기 종료를 2주 남기고 20077월 사임했다.

이스라엘 제7대 에제르 바이츠만 대통령 : 20007월 유대계 프랑스인 기업가로부터 35만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아 탄핵위기에 봉착하자 3년 임기를 남기고 200710월 사임했다.

독일 제5대 크리스티안 불프 대통령 : 독일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자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로 불렸을 만큼 떠오르던 정치인이었지만 주지사 시절인 2008년 주택자금을 차입하는 과정에서 직권남용 혐의가 발각되어 탄핵위기에 몰리자 2012년 중도 사임하였다.

파라과이 제52대 페르난도 대통령 : 빈자의 아버지로 불렸던 그가 재임 중 농민들과 경찰이 충돌하면서 농민 10명과 경찰 7명이 사망하고 8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자 국정운영 능력을 문제삼아 탄핵 절차가 진행되면서 20126월 사임했다.

과테말라 제36대 오토 페레스 몰리나 대통령 : 세관의 뇌물 비리 의혹에 휘말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20159월 의회에 즉각 사임서를 제출하고 법원에 자진 출두했다.

브라질의 제36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 브라질 역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재정적자를 숨기려 국영은행 자금을 유용하다 재정 회계법 위반으로 탄핵소추가 되었으며 20168월 가결됐다.

대통령이라는 자리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국가의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갖도록 강요받는 자리이다.

현대에 들어 갖가지 사유로 탄핵을 당했던 각국의 대통령들과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탄핵의 심판대에 오른 박근혜대통령을 비교해보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통령에게 이러라고(?) 지지하고 기대를 했었는지 심한 자괴감을 갖게 된다.

굳이 외국의 사례를 비교할 필요도 없이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가지고도 열 번 탄핵이 되고도 남을 만큼 그 정도가 심했다고 한다면 질타를 받게 될까?

박근혜대통령이 분노한 촛불의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임으로써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함몰된 국민들의 삶이 더 이상 어려워지지 않도록 슬기롭게 처신을 해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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