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칠산문학회장, 영광신문편집위원

종교는 인간이 발명한 최악의 정신 과학이다.
독버섯이 외형을 화려하고 아름다게 치장 한 채 속으로는 치명적인 맹독을 품고 있듯이, 종교는 그럴싸 한 이념과 매혹적인 논리를 바탕으로 불완전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약점을 파고든다. 그리고 그 약점으로 발목을 잡은 채 그 이념의 틀에서 도망가지 못하도록 구속한다. 그래서 종교는 인간 구원의 이상(理想)이 아니라 지배의 수단인 것이다.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는 것이 두려운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교적 이념의 노예가 되어서 그 달콤한 복종의 마약에 취한 나머지 자신의 존재가치보다는 말도 안되는 본질 문제에 매달린 채 미로 속을 헤메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종교의 이념은 사랑이고 평화이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종교 때문에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종교 때문에 민족과 민족간, 계층과 계층간의 갈등이 되풀이되어 왔으며,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이 실은 종교의 이념이나 이상 자체때문이 아니라 그 것을 나름대로 해석해서 징치적로 사회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인간에 의해 빚어지는 현상들이다. 물론 종교의 가르침대로 실천하며 평화와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며 살다 간 성직자들도 있지만 유사이래 그 실천적 삶을 살다 간 성직자들은 다수 종교인들에 비해 극소수에 불과하다.
왜 그럴까? 인간은 본질보다 현실적 삶의 문제에 더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 때문이다.
어째서 세상은 자비로 충만하지 못하고, 박애주의는 실현되지 않고 있으며, 인(仁)은 수많은 선지자들의 논리 속에서만 머문 채 인류의 꿈과 이상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는가?
그러한 모순을 자각한 근대 철학이 실존주의 사상이며 대표적인 학자가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 라이나 마리아 릴케와 프랑스 출신 장 폴 싸르트르이다.
릴케는 "신은 죽었다" 라고 선언 했고, 싸르트르는 "실존(實存)은 본질(本質)에 앞선다"라고 했다.
공자의 도덕적 윤리관은 현실성 없는 자애와 미덕 때문에 지나친 이상주의라 비판하며 반론을 제기한 한비자는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법치주의(法治主義)를 주장했다. 한비자 이전의 노자 또한 실현 불가능한 이상주의보다는 현실문제를 중점에 두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비자가 역설했던 나라가 망하기 위한 필수조건 열가지를 보면 오늘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다.
1.법(法)을 소홀이 하고, 음모와 계략에만 힘쓰며, 국내정치는 어지럽게 두면서나라 밖 외세(外勢)만을 의지하다면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2. 선비들이 논쟁만 즐기며 상인들은 나라 밖에 재물을 쌓아두고 대신들은 개인적인 이권만을 취택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3. 군주가 누각이나 연못을 좋아하여 대형 토목공사를 일으켜 국고를 탕진(蕩盡)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4. 간연(間然)하는 자의 벼슬이 높고 낮은 것에 근거하여 의견(意見)을 듣고
여러 사람 말을 견주어 판단하지 않으며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 의견만을 받아들여
참고(參考)를 삼으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5. 군주가 고집이 센 성격으로 간언은 듣지 않고 승부에 집착하여 제 멋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6. 다른 나라와의 동맹(同盟)만 믿고 이웃 적을 가볍게 생각하여 행동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7. 나라 안의 인재(人才)는 쓰지 않고 나라 밖에서 온 사람을 등용(登用)하여 오랫동안 낮은 벼슬을 참고 봉사한 사람 위에 세우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8. 군주가 대범하여 뉘우침이 없고 나라가 혼란해도 자신은 재능(才能)이 많다고 여기며 나라 안 상황에는 어두 우면서 이웃 적국을 경계하지 않아 반역세력(反逆勢力)이 강성하여 밖으로 적국(敵國)의 힘을 빌려 백성들은 착취하는데도 처벌하지 못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9. 세력가의 천거(薦居) 받은 사람은 등용되고, 나라에 공을 세운 지사(志士)는 내쫓으며 국가에 대한 공헌(公憲)은 무시되어 아는 사람만 등용되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할 것이다.
10. 나라의 창고는 텅 비어 빛 더미에 있는데 권세자의 창고는 가득차고 백성들은 가난한데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서로 이득을 얻어 반역(反逆)도가 득세하여 권력을 잡으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할 것이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하는데 왜 우리의 현실은 법 위에 권력이 군림하는가?
종교도 실정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