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칠산문학회장

강구현/ 칠산문학회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요나라 황제한테는"아황(娥皇)""여영(女英)"이라는 두 딸이 있었는데 큰딸인 "아황"이 어느덧 성장하여 결혼을 할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요임금은 황실의 모든 신하들을 시켜 요나라 전체를 뒤져서 아황의 신랑감을 찿아보라 명하였다. 그런데 모든 신하들이 아황의 신랑감으로 추천하는 사람은 단 한명, 바로 황제의 신하(이름과 직위 모름)를 추천하는 것이었다.

그 신하의 인품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요황제는 평소부터 마음 속에 사윗감으로 그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모든 신하들이 뜻밖에도 그를 추천해주니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그리하여 아황과 그 신하는 결혼을 하였으며 두 사람의 결혼과 함께 요황제는 나라의 일부를 나누어 사위가 다스리도록 하였다. 그 사위가 바로 ""임금이다.

자신 못지않게 만백성을 위하여 나라를 잘 다스리고 있는 사위를 지켜보며 요황제는 매우 흡족해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간 사회의 태평성대를 신이 질투하고 시기한 것일까?

요황제의 사위인 순임금에게 예기치 못한 비극이 찾아온다.

그렇게도 아름답고 고우며 국모로서 순임금이 정치를 잘 할 수 있도록 든든한 배경이 되었던 황후 아황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고 만 것이다.

한 나라의 군주가 백성을 보살피고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그를 내조해 줄 황후(내명부 관장)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법, 그러나 순임금은 황후인 아황이 죽은 후 모든 정사에 손을 놓고 깊은 슬픔과 실의에 빠져 넋을 놓다.

시피 하고 있었다. 신하들과 백성들이 하루 속히 새로운 황후를 간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주청을 올려도 순황제는 요지부동이다.

걱정이 된 요황제까지 나서서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어서 재혼을 하라"고 해도 순임금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답답한 요황제가 "왜 새로운 황후를 간택하지 않느냐?"고 묻자 순임금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 세상에 아황만한 황후감은 단 한명 밖에 없습니다."

"그가 여영이냐?"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요황제는 자신의 둘째딸인 여영을 다시 순임금과 결혼을 시킨다. 그렇게 해서 안정을 되찾은 순임금은 예전처럼 나라를 잘 다스리며 장인인 요황제가 죽은 후로도 요나라까지 이어받아 순황제가 되어서 장인인 요황제처럼 성군으로서 백성을 보살피고 나라를 잘 다림으로써 태평성대가 다시 이어진다. 그러나...비극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니 ㆍㆍㆍ

이번엔 요황제의 뒤를 이어 그렇게도 정치를 잘하던 순황제가 죽고나니 세상엔 여영 혼자

만이 고립무원으로 남게 되었는데, 순황제가 가장 신뢰하고 아꼈던 신하(근위대장)가 무력으로 황제자리를 넘보면서 여영에게까지 치근대는 것이었다.

그 배신감, 굴욕감을 참다 못한 여영은 결국 소상강변의 초봉에 올라 투신자살을 하였는데 그 후로 초봉의 깎아지른듯이 높이 솟은 바위틈에서 한송이 난초가 솟아나 꽃을 피우고 은은한 향기를 뿌려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도저히 사람이 오를 수 없는 천인단애의 절벽 위에 피어난 그 난의 향기는 오로지 초봉을 휘감고도는 구름만이 듬뿍 머금어서 세상 사람들에게 흩뿌려 줄 뿐 어느 누구도 그 난을 범접 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그 난이 죽은 아 황과 여영의 넋이라 여기며 두고두고 추모를 했는데 그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회자되며 시의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碧滿相江水(벽만상강수)

香散草峯雲(향산초봉운)

空谷無人跡(공곡무인적)

誰會唈淸分(수회읍청분)

 

 

 

란 소상강물은 가득히 흐르고 초봉의 구름은 향기를 뿌리는데 텅빈 골짜기엔 인적조차 없구나. 누가 있어 저 향기를 술잔에담아 나눠마셔 볼거나?

청나라 마지막 황제인 부의의 증손자가 쓴 시다.

시에서 텅빈 골짜기 사람이 없다함은, 아황과 여영의 넋은 아직도 은은한 향기를 뿌리고 있건만 그 옜날 요황제와 순황제 같은 큰 인물이 없음을 한탄하는 뜻이기도 하며, 한 나라와도 바꿀 수 없는 아황과 여영 같은 진선미 한 여인이 지금의 세상엔 없음을 한탄하는 중의적 의미를내포하고 있다.

탄핵정국의 지금 우리 사회가 바로 "사람 없음"이다. 정치권은 차기 대권 장악을 위해 국민 편가르기에 정신이 팔려있고, 대권 주자들은 자신이 최고라고 외쳐대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 누구 하나 선택할 대상이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텅빈 골짜기에 사람은 없고, 대권을 향한 억지소리만 공허한 메아리로 산울림 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슬프다. 이 공허한 시대, 누가 있어 초봉의 저 향기를 술잔에 담아 함께 마셔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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