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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역사, 닮아가는 역사, 다시 써야 할 새 역사
고봉주/ 전라남도다문화가족센터연합회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2017년 03월 13일 (월) 14:11:00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닮은 역사

중국의 후한 말, 어린 황제를 등에 업은 -일명 십상시(十常侍)라고 불렸던- 환관들이 발호하면서 나라가 극도의 혼란 속으로 빠져 들었다.

나이어린 황제를 주색에 빠지게 한 후 막강한 권력을 장악한 십상시들은 황제의 칙명을 위장하거나 남발해 봉토를 사유화하고 친족이나 주변사람들에게 고위관직을 매관매직하는 등 부정부패가 극에 달하고 있었다.

배고픔을 견디다 못한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으며 이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군사를 일으킨 제후들은 왕을 자처하며 전국에 나라를 세웠다.

중국의 주나라 말기 춘추전국시대에 이어 또 하나의 혼란기인 삼국시대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수많은 군웅들이 명멸을 하면서 후한 말 삼국지의 배경이 되는 삼국시대는 조조의 위나라와 손권의 오나라, 한왕조의 후손임을 내세웠던 유비의 촉나라로 재편이 된다.

결국 삼국시대는 가장 간사했다고 묘사되는 조조의 위나라가 위세를 떨치면서 한나라의 황위를 찬탈하고, 한나라의 마지막 황제였던 헌제는 일개 제후로 강등이 되어 쫓겨나면서 자살아닌 자살로 최후를 맞게 된다.

하지만 삼국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호걸들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새 왕조가 탄생을 한다.

조조의 책사였던 사마중달의 손자 사마염이 위나라를 가로채고 삼국 중 마지막 남은 오나라를 평정하면서 진()이라는 통일왕조를 세운 것이다.

이 후로도 외침과 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516국이 일어나는 등 중국의 역사는 극도의 대혼란기를 겪다가 종국에는 수나라로 흡수되면서 대 혼란의 막을 내리게 된다.

닮아가는 역사

2016, 대한민국에는 일명 최순실게이트라 불리는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었다.

문고리 권력이라거나 십상시 등으로 불렸던 대통령주변의 인물들이 권력을 등에 업고 국가정책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요리하면서 이게 나라냐.’라는 자조 섞인 한탄사까지 낳게 한 사건이었다.

미래의 국가 자산인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일용직이나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마당에 일부 권력의 실세들은 기업들을 겁박해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검은 돈을 긁어모으고 대통령을 움직여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국가정책을 입안하는 등 마치 나라를 개인 사기업처럼 좌지우지 했던 사건이었다.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에서 조차 등을 돌리면서 국회에서는 특검이 발의되고 대통령은 탄핵을 받게 되었다.

대통령의 탄핵과 사퇴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초원의 불길처럼 전국으로 번져 갔으며 하루가 멀다하고 드러나는 온갖 비리들은 온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특검에 대한 연장요구가 거셌으나 대통령권한대행에 의해 거부되었으며 이제 국민들의 관심은 초읽기에 들어간 대통령 탄핵 재판에 쏠려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 시대상황이다.

다시 쓰는 새 역사로

대통령의 탄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정치권에서는 이 얽히고 설킨 난국을 해쳐 가는데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차기를 노리는 대통령후보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이, 마치 난국을 평정해 보겠다고 왕을 자처하며 군사를 일으켰던 후한말 군웅할거시대 상황과 비슷해 보인다면 억지일까.

지금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이 주말마다 광화문광장을 메우고 있으며 탄핵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늘어나면서 정국이 걷잡을 수 없는 격랑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양 극단의 집회에 진보, 보수의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탄핵심판에 대한 양단의 불복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어 향후 국가분열과 혼란에 대한 심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살 속까지 파고드는 추운 날씨에도 우리 국민들이 촛불을 들었던 이유는 이 나라가 진정으로 바로 서 주기를 바라는 염원 때문이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탄핵판결 이후 거세게 불어 닥칠 국가적 대 혼란을 정치권에서는 방조하거나 오히려 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혼란기를 잘 이용해야 정권을 잡는데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쯤은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국가가 분열되고 민심이 양분된 풍전등화의 나라에서 얻은 정치권력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또 무슨 의미가 있으랴.

후한 말, 어지러웠던 삼국시대를 평정하고 나라를 세웠던 인물은 삼국시대를 주름잡던 영웅호걸들이 아니라 전혀 뜻밖의 인물이었다는 점도 되새겨볼 일이다.

정치인들이 탄핵심판이 인용되든 각하되든 민주주의에 기초하여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한 법관들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여 국가발전에 매진하겠다는 서약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후한은 마지막황제인 헌제의 자살아닌 자살로 왕조를 마감하고 말았다.

국가의 대혼란기를 수습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자신뿐만 아니라 나라까지 거덜 낼 수도 있다는 것을 역사는 잘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자살아닌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또 한명의 불운한 대한민국 대통령이 있어서도 아니 될 일이기에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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