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전라남도다문화가족지원센터연합회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이것이 총리의 얼굴인가?"

신체적 장애를 딛고 세 번씩이나 캐나다의 총리를 역임한 장 크레티앵은 인간승리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데 그의 선거관련 일화는 유명하여 후세의 정치인들에게 좋은 지표이자 교훈으로 남아있다.

그는 요즘 세간에 유행하는 말로 치자면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이었다.

선천적 기형으로 한쪽 귀가 들리지 않았으며 어릴 적 앓았던 병으로 얼굴 근육마저 마비되었지만 가난한 형편 탓에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더듬는 말투에 일그러진 입술-1993년 캐나다 총선에 나섰다가 상대후보로부터 국가를 대표할 수 있는 총리의 얼굴이 아니라고 인신공격까지 받았던 장 크레티앵의 얼굴모습이었다.

이것이 총리의 얼굴인가?”

상대당 후보는 네거티브 공략을 펼치면서 그의 신체적 약점을 파고드는 신문광고까지 냈지만 크레티앵은 오히려 "저는 말을 잘 못하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라는 저 유명한 말로 되받음으로써 국민들의 마음을 얻게 된 그의 당은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두게 된다.

네거티브선거의 결과는?

1993년 캐나다 총선에서 장 크레티앵에 대한 인신공격을 주요 선거전략으로 삼았던 상대당은 당시 150석이 넘는 제1당이었으나 총선 후 단 2석 뿐인 소수당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당했으며 10년 후에는 당마저 해체되는 비운을 겪게 된다.

캐나다인들이 네거티브선거나 인신공격을 하는 정치인들을 결코 용납하지 않은 결과였다.

네거티브 선거전략이 잠시 동안은 성공한 듯 보이지만 그 결과는 다시 패배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1988년 미국 대선에서 맞붙은 공화당의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와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 간의 선거역시 네거티브선거운동이 극에 달한 경우였다.

선거전 내내 지지율에서 밀리고 있었던 부시는 네거티브를 함으로써 전세를 뒤집는다.

공화당 선거운동팀은 민주당 듀카키스의 가족이 성조기를 불태운 적이 있다며 미국인들의 애국심이라는 말초신경을 자극했던 것이다.

그 주장은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유권자들이 그 전략에 넘어가 부시가 결국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

그러나 네거티브에 가려 걸러지지 않았던 부시후보의 경제공약은 실패를 하게 되고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 클링턴에게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유명한 말로 역공을 당하며 재선에 실패를 하고 만다.

선거운동기간 내내 출생지에 대해 상대당인 공화당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역시 미국태생임을 증명하는 출생증명서까지 첨부해야 했다.

상대 당은 또 다시 가짜라며 공격을 했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체 오히려 오바마의 재선을 돕는 결과를 만들어 주고 말았다.

선거 선진국에서는 네거티브나 인신공격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좋은 본보기라 아니 할 수 없겠다.

대한민국의 제19대 대선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인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치러지는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불과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성행하는 것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에게 봉사를 하기 위해 대통령에 출마를 했다면서도 정작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 정책대결보다는 후보자나 가족, 주변의 인물들까지 끌어들인 네거티브가 선거 참모나 측근들 간에 극성을 부리는 것은 어떻게든 당선만 되고 보자는 얄팍한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갑자기 치러지는 대선이다 보니 여론을 수렴하고 정책을 다듬을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는 점은 이해를 한다지만 당선에만 초점이 맞춰진 선심성 공약도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재원마련에 대한 구체적 대안 없이 막연하게 국민적 합의를 거쳐 이행하겠다는 선심성 공약(空約)은 국민들의 복지기대감만 부풀림으로써 장차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전 정부에서도 복지공약을 내세웠다가 당선 후 취소를 했던 공약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 것들이 결국 국민의 불신을 받게 되고 또 정권의 조기 퇴장으로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점도 후보자들이 간과해서는 아니 될 일이다.

유권자 역시 국가의 안위를 맡기는 대사니 만큼 당이나 연고, 지역주의에 따른 묻지마식 투표가 아니라 후보자의 정책이나 인물됨됨이 등을 좀더 꼼꼼하게 따져보고 선택을 하는 국민적 혜안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겠다.

아울러 후보자들도 장 크레티앙이나 조지 부시의 선거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네거티브가 아닌 정책대결로 국민의 선택을 받는 국가적 선거축제로 끌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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