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0 월 11:33
> 뉴스 > 여론마당 > 농어민의소리
     
안병학의 농식품 이야기 52
소풍이 있던 봄날에
2017년 05월 22일 (월) 10:04:22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초등학생들의 재잘거림이 푸른 보리가 넘실대는 들녘의 길에서 초롱초롱 빛나게 들려옵니다. 참 자유로움이 봄꽃의 야들야들한 모습과도 같이 아롱진 모습이 너무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파란보리가 과거엔 보릿고개를 짓누르게 하는 몹시도 가난한 시절을 떠오르게 하지만 요즈음의 봄보리의 푸름은 먼 시절을 문득 떠오르게 하는 것은 왜 일까요?

논농사 밭농사를 지금처럼 기계가 대신하지 않던 시절엔 온 마을이 품앗이로 딱딱하게 굳은 흙을 부수고 가뭄에 바짝 마른 대지에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농사를 짓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불과 몇 십 년밖에 되지 않은 시절의 봄이 이즈음이면 가슴이 먹먹하게 떠오르지요! 지금은 농촌에 학교가 참 귀해지고 말았습니다. 농촌에 학교가 사라지는 지금과 비교하여 과거엔 동네마다 학교에서 들려오는 봄노래와 더불어 국민체조로 대표되는 체조곡이 들려오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필 시기이면 학교는 참 분주했고 덩달아 학부모들도 설레지는 계절이었습니다.

신록이 푸르름을 더해가고 학교는 봄 소풍에 아이들의 긴 줄이 늘어서고 아이들이 불러주는 한 무더기의 봄 동요가 생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아이들 뒤로는 동네 아주머니 아버지들이 돗자리를 들고 먹을거리를 이고지고 뒤따릅니다. 참 평화로운 풍경이기도 하였습니다.

개울에 매어둔 코뚜레를 한 누런 암소와 송아지는 무슨 연유인줄 모르고 꼬리를 치어 오르며 큰 눈이 방울지며 움직이는 목가적인 풍경이 서립니다.

마을 학교의 소풍은 봄 행사 중 가장 큰 행사이고 잠시 그 힘든 일손을 놓는 공일이 됩니다. 학교와 마을이 봄에는 봄 소풍으로 일심동체가 되고 가을엔 운동회로 일심동체가 됩니다.

아이들의 기대는 역시 특별한 먹을거리입니다. 어른들 역시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힘든 농사일을 마치고 어머니들은 정성들여 봄 소풍 음식을 밤새도록 만들어도 피곤하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즐거움을 동반하는 작은 행복을 담습니다.

봄 소풍의 먹을거리야 지금처럼 가공식품으로 버무려진 겉모습만 화려한 그런 음식이 아닌 진짜 엄마의 손맛이 깃든 천연식품이었습니다.

김밥을 말지만 햄이나 맛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장아찌나 오이, 우엉 정도가 보일 뿐이고 어디서든 가공된 식품은 김밥 속에 넣지를 않았습니다. 집에서 키운 닭에서 낳은 유정 란으로 만든 계란지단만이 돋보이는 김밥속의 재료입니다.

이집 저집에서 만들어온 봄 소풍 음식은 나눔의 장이고 배려의 장이고 소통의 장이었습니다. 김밥 한 도시락을 곱게 말아 담임 선생님께 건네는 정은 지금의 김영란 법으로 대칭되는 불신과는 견줄 수 없는 시골학교의 인심입니다.

소풍은 역시 김밥으로 대변되기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토종닭으로 닭볶음을 하고 돼지비계가 많이 보이는 돼지고기 볶음도 자연과 하나가 됩니다.

음식을 나누는 멋이 고스란히 배겨있는 농촌 학교의 봄 소풍입니다. 그리고 음식을 먹기 전에 하는 행사는 역시 고시네입니다. 고시네는 자연에 서식하는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고 자연을 훼손시킬 수 있는 양심의 배려입니다.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수려한 자연에서 생동하는 봄을 마주치며 자연 속에서 호연지기를 갖는 아동들의 봄 소풍은 동네 어른들과 더불어 함께하는 두드러진 소통의 나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봄 소풍은 지역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특징이 있습니다. 소풍을 외국으로 나가기도 하지만 자연탐방을 타 시도로 가는 게 훨씬 더 많아진 풍요로운 시대입니다. 과연 지역에서 지역의 자연과 음식과 소통하는 소풍과 차이가 무엇일까요?

영광지역엔 수려한 자연이 알게 모르게 참 많습니다. 묘량 장암산 철쭉과 불갑산에 잘 조성되어 있는 너른 공간들.... 백수의 해안도로에서 바라보는 대양의 꿈 등 그리고 그 속에 엄청난 영광의 먹을거리가 무궁무진 합니다.

우리 것과 더불어 우리고장에서 바라보는 자연 속에 봄 소풍과 봄에 피는 먹을거리가 훨씬 더 봄 소풍을 풍요롭게 할 겁니다.

그리고 과거처럼 소통이 솟는 아동들과 부모들과 지역이 함께 동락을 할 수 있다면... 관심입니다. 무엇이? 바로 아동들이 급격히 줄고 출산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아이들과 젊은 부모들에게 지역이 무엇이 어떻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 관심과 소통과 배려가 자긍심을 줄 수 있는가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영광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 영광신문(http://www.yg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영광신문 | 기사제보 | 제휴안내 | 광고문의 | 불편신고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편집규약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물무로2길 37번지 | ☎061-353-0880-0881 | fax 061-353-088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종진
등록번호(전남 아00220) | 등록연월일: 1997-02-27(창간) | 발행인 편집인 대표이사: 박용구 | 편집국장: 김성덕
Copyright 2009 영광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y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