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뱅크 청년들과 노련한 상인들이 이뤄낸 ‘1913송정역시장’

영광군은 청년이 살기에 매력적인 영광을 만들기 위해 영광군 청년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청년발전 기본계획은 20182022년까지 5년간 청년고용 확대, 청년능력 개발, 청년참여 활성화, 청년복지 증진 등 4개 분야의 81개 시책에 총사업비 5,000억원을 투입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군은 영광매일시장의 새로운 도약과 활기를 불어넣어 줄 신선한 아이템을 가진 청년상인 창업자를 발굴 중에 있다. 이에 영광신문은 역사와 문화 그리고 청년을 중심으로 하는 선진 시장을 취재해 우리지역의 길라잡이를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104년 시간 위에 청춘의 밤 '1913송정역야시장'

시장의 규모가 작아 이 끝과 저 끝이 한눈에 담긴다

‘1913송정역시장’. 시장 이름이라고 하기엔 독특하다. 또 시장이라고 하기엔 눈에 들어오는 간판부터가 젊은이들의 감각이 물씬 묻어난다. 1913송정역시장(이하 송정역시장)은 시장에 생필품을 사러 간다는 개념보다는 특별한 시장을 구경하러 간다고 보는 편이 더 나을 듯하다.

시장 이름에서 알 수 있듯 1913년에 개설된 송정역시장은 방문객이 하루 평균 400명에 달하는 광주의 핫플레이스다. 점포 수도 67개로 다른 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다. 상점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어 더 정감이 가는 송정역시장은 해가 져 어둑해질 때 방문해도 좋다. 저녁에는 은은한 조명이 켜지고 불빛 때문에 시장 특유의 아담한 분위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송정역시장은 상점 하나하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데, 건물의 리모델링을 최소화하고, 옛 정취를 그대로 살렸다. 나이가 지긋한 고객들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세대들은 옛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상점 이름 하나도 즐겁다. 생과일 양갱·롤양갱을 파는 갱소년’, 또 오고 싶은 또아식빵’, 수제맥주집 밀밭양조장,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역서사소. ‘역서사소여기서 사세요라는 광주 사투리를 활용해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사투리에 감각을 더했다. 사투리를 활용한 달력, 엽서, 노트, 액자 등의 상품을 판매한다. 액자에 있는 문구 솔찬히 개미진광주로’, ‘뭣땀시 여즉도 안왔소라는 카피를 보고 있으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방문객들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송정역시장. KTX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쉼터에서 KTX 열차시간 전광판을 확인할 수 있고, 바로 옆에는 무인물품보관소가 있어 관광객들은 무거운 가방이나 배낭을 보관할 수 있다.

방문객들에게 송정역시장을 알리기 위한 노력도 곳곳에 숨어 있다. 송정역시장 입구 한 쪽에는 모든 상점들의 개업연도와 상호명을 새겨놓는가 하면, 가게 입구마다 놓여 있는 작은 스토리 보드에는 이 상점이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가 어떻게 운영하는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송정역시장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먹거리. 송정역시장은 처음부터 과식하면 절대 안 되는 곳이다. 입구부터 천천히 둘러본 후 돌아오는 길에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어보는 게 좋다.

삼뚱이(채소와 김치를 삼겹살로 돌돌 말아 구운 음식), 과일양갱, 쑥 초코파이, 세계라면 등 이색적인 먹거리가 가득하다.

시장의 정기 휴무일은 둘째 월요일, 자율 휴무일은 넷째 월요일이다. 점포마다 영업시간이 다르지만 대체로 평일 주말 상관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응답하라 1988’ 드라마 세트장 같은 느낌의 67개 점포들

KTX 광주송정역으로 인해 104년의 역사를 지닌 송정역전매일시장이 1913송정역시장으로 변신을 했다. 20164월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서민경제 활성화 사업)와 광산구, 중소기업청 등이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지원을 한 결과다. 현대카드가 시장을 디자인했다. ‘바꾸기 위한 변화가 아니라 지키기 위한 변화라는 콘셉트를 적용했다고 한다.

입구에 1913송정역시장이라는 네온등을 달고, 아늑하게 하늘을 가려주는 차일을 쳤다. 노을이 지면 노란 조명이 반짝이는 별처럼 빛난다. 별빛이 비추는 것처럼 골목을 포근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이 시작된다.

역 앞에 위치한 시장으로 국밥집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던 때도 있었으나, 도로를 개설하면서 국밥집들은 건너편 도로로 이전해버렸다. 그래도 어머니들은 장바구니를 들고 저녁거리를 사러 갔었다. 하지만,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송정역전매일시장은 더욱 빠르게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어둡고 한산하던 시장은 20~30대 여행객이 인증샷을 찍는 시장이 됐다. 이상하게도 이곳에 들어서면 모두가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청춘들은 빈티지한 시장의 느낌이 좋다고 한다. 끝에서 끝까지 걸으면 빠른 걸음으로 채 몇 분이 걸리지 않는 시장이다. 서로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여행객들끼리 느낌이 전해지는 거리라고 할까.

특이한 점은, 양복 차림의 비지니스맨들도 꽤 많다는 것이다. 배낭을 맨 자유여행객들과 산책나온 시민들도 편안한 차림으로 시장 분위기를 즐긴다.

마치 응답하라 1988’ 드라마 세트장 같은 느낌의 점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개성 있는 간판들도 보이지만 촌티 나는 간판들도 정겹다.

빵집, 국수집, 사진관, 채소전, 제분소, 국밥집, 어물전, 만두집, 통닭집, 방앗간 등 다양한 전집, 어묵집, 과일가게, 보리밥집 등 총 67개의 점포들이 나열해 있다.

점포를 들어서면 점포의 내력이 쓰여 있다. 이곳에서 우리네 삶의 역사를 찾을 수 있다. 점포 앞 도로에는 점포를 열었던 연도를 표시해 놓았다.

송정역시장 탄생 1, 드리워진 양극화의 그늘

전통시장을 개조해 화제가 됐던 송정역시장’. 지난해 418일 개장해 이제 1년을 갓 넘긴 지금은 어떤 상황일까.

광주송정역 바로 앞에 위치해 KTX 여행객은 물론이고 광주시민들도 자주 찾는 1913송정역시장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낙후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돼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에 따른 성장통을 겪고 있다.

송정역시장은 역 앞(광주 광산구 송정로8번길 13)이라는 입지 덕분에 전국에서 2030 젊은 세대들이 손쉽게 방문하면서 시장 성격도 빠르게 변모하고 있었다. 특히 밤에는 대만이나 홍콩의 명물 야시장을 연상시키는 축제 분위기에 들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방문객들이 몰린다. 기차를 타고 순례하는 젊은 세대들은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족적을 남긴다.

오후에 찾은 시장은 양극화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시장 초입 또아식빵은 오후부터 저녁까지 내내 줄이 길어 단연 돋보였다. 인근 베이글 가게는 재료가 소진됐다는 메모를 내걸고 휴업 중이었다.

저녁에는 특히 추박사 라면땅치즈핫도그·우유튀김집과 양배추·숙주·당근·김치를 삼겹살로 말아 만든 쌈뚱이를 파는 불꼬챙이집이 불티났다.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빈티지한 매력을 발산하는 크래프트 맥줏집 밀밭양조장도 줄이 길었다.

하지만 기존 상인들 상점의 경우 옛날 낡은 흑백 사진 등을 게시해 역사성을 살리려고 애썼지만 정작 찾는 고객들은 적었다. 이들이 파는 음식은 식당으로 들어가 시켜먹는 국밥이나 꼼장어구이 등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가기 힘든 경우가 많고 굴비나 홍어 등 음식 부자재나 광주리 같은 공산품은 가볍게 관광차 들르는 고객들을 끌어당기기엔 부족했다.

관광객들이 덜 몰리는 평일에는 인근 주민들 대상으로 영업이 지속되긴 하겠지만 전통시장 상인들 특유의 색깔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함께 자라고 있다.

 

만나보았습니다- 임봉순 1913송정역시장 상인회 총무

기존의 상인들과 젊은 창업자들이 합심해 활기가 넘치는 곳으로 만들겠다

임봉순 상인회 총무는 광주 1913송정역시장은 토박이 상인들과 젊은 창업자들이 함께 재개장한 전통시장이 전국에서도 핫한 곳(핫플레이스)’으로 떠올랐다면서 요즘 평일에는 2000여명, 주말에는 4000여명이 이 시장을 찾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양갱, 부각, , 상추튀김, 국수, 칼국수, 만두, 추어탕, 국밥, 어묵, 수제맥주, 커피, 계란밥, 독일식 족발과 소시지, 동파육, 보리밥, 닭강정, 수제초코파이 등 가게가 즐비하다지난해 418일 개장한 이 시장이 재개장 1년을 넘었다. 1년간 이 시장을 다녀간 이들은 모두 648000여명. 이 시장을 찾은 이들이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을 경우 기기가 핸드폰 숫자를 자동 집계한 결과다고 말했다.

특히 외지인들이 광주송정역을 오갈 때 빼놓지 않고 다녀가다시피 하는 필수코스로 정착하고 있다면서 “170m에 불과한 이 시장골목이 전국적으로도 인기를 끄는 가장 핫한 곳(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임 총무는 이제 이곳은 단순한 재래시장이 아니라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지가 되었다기존의 상인들과 젊은 창업자들이 함께 더욱 활기가 넘치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처럼 전국적인 인기를 모으자, 지자체에서도 시장과 관광지로서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송정역시장을 중심으로 오는 2020년까지 도시재생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사업비는 100억원 규모로, 시장과 그 주변을 가꾸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화장실도 시장중간쯤에 있는 쉼터 뒤에다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48면규모의 주차장이 크게 부족하자, 내년 하반기까지 295000만원을 들여 117면규모의 주차빌딩도 세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이 시장을 확 고쳤다. 전선들은 모두 땅속에 묻었다. 골목 바닥은 사각형 벽돌을 깔았다. 시장 입구, 업소 입구 바닥에는 가게의 최초 입점연도를 동판으로 새겼다. 옛 사진들도 하나씩 걸었다면서 이렇게 탈바꿈하는 데는 중소기업청과 광주시, 광산구의 예산 10억원이 지원됐다. 현대카드는 외부 인테리어와 경영컨설팅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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