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전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연합회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노예개미

평화롭고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자연계에도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아이러니한 일들이 참으로 많다.

자신들의 부귀영화를 위해 다른 개미들을 노예로 부린다거나 자신들을 노예로 부리는 개미집단의 개체수를 줄여 세력 확장을 억제 하도록 노예반란을 일으키는 개미집단이 있는 것도 그중의 하나이다.

미국 북동부지역에는 미국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인 프로토모그나투스 아메리카누스라는 개미 종류가 있다.

노예사냥으로도 유명한 이 개미는 길이가 2~3밖에 안 되는 작은 몸집이지만 곤충학자들 사이에는 특이한 생존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개미가 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데에는 개미사회에도 사람들의 일로만 여겨졌던 노예제도가 있으며 아울러 노예반란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메리카누스는 다른 개미집을 습격해 여왕개미를 죽인 후 번데기를 탈취하고 자신들의 둥지로 데려와 노예로 부리는 습성이 있다.

이 개미집단은 보통 여왕개미 한 마리에 일개미가 10~20여마리로 구성된 단출한 군체이지만 이렇게 잡아온 노예개미는 자신들보다도 훨씬 많은 30~60여마리에 이른다.

템노토락스 홍기스피노수스 종 개미로 알려진 이 노예개미는 자신들을 잡아온 개미의 애벌레를 정성껏 보살피고 먹이를 구해 오거나 둥지를 관리하는 등 평생 일 노예로써 주인개미의 편의를 위해 혹사를 당하게 된다.

노예개미의 반란

그러나 납치된 노예개미라고 해서 항상 당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적의 둥지에서 애벌레에게 먹이를 먹이고 청소를 하는 등 열심히 일을 하다가도 번데기 단계로 접어든 주인의 개미를 방치하거나 물어 죽이는 돌발적 행동을 자행한다.

주인개미의 번데기 절반가량이 이렇게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곤충학자들의 연구결과도 있다.

평상시 아메리카누스개미의 유충이 노예가 없는 상태에서의 생존율이 85%에 이르는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루는 것으로 노예개미의 이런 반란을 통해 주인개미집단의 성장이 둔화된다는 것이다.

자신들을 노예로 만드는 개미집단의 성장을 억제하도록 하는 지혜가 노예개미들의 유전정보에 저장이 되어 전해지고 있을 것이라는 게 연구자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영원히 누릴 것 같지만 눌림을 받는 자들의 반격도 있다는 섭리를 자연은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최저인건비와 현대판 노예계약(?)

노사정위원회 합의로 결정된 최저인건비가 사회적인 이슈로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한 여름 폭염을 무색케 하고 있다.

최저임금제란 국가가 노사 간의 임금결정과정에 개입하여 근로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말한다.

최저 인금제도는 역사적으로도 꽤 오래 된 복지제도이다.

1894년 뉴질랜드의 산업 조정법을 시작으로 이후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앞 다퉈 최저임금제도를 받아들였으며 우리나라도 1953년 근로기준법을 제정할 당시 실시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당시의 경제상황을 고려하여 유예하도록 했다가 1988년 처음으로 시행이 되었으며 2000년에는 적용대상이 전 사업장으로 확대가 된다.

지난 달, 노사정위원회에서는 2018년도 최저인건비를 7,530원으로 결정하였다.

월급여로 치면 1,573,770원꼴이지만 정부가 정한 1인가구 표준생계비 월 216만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제 적용을 받아야 하는 최저 임금 미만 노동자의 68.2%가 소상공인과 10인 미만의 영세중소기업에 몰려 있다는 현실 또한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에서는 영세기업들을 위해 부담금의 일정부분을 정부예산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를 했는데 이렇게 땜질식으로 국민혈세를 투입해도 괜찮은 건지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유통마진 재분배의 법제화

요즘 속칭 갑질(?)하는 유통업체 대표자들의 기사가 심심찮게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갑의 권위를 앞세워 폭리를 취하면서도 을이나 병에게는 현대판 노예계약(?)을 강요하는 것은 횡포이자 비윤리적인 처사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최저임금제 해결방안의 하나로 폭리의심을 받고 있는 유통마진의 일부를 근로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법제화를 하면 어떨까 싶다.

새로 취임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불합리한 유통마진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를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속담이 있다.

노예개미들이 자신의 집단이 살아남기 위해 상대(주인)개미의 애벌레를 도태시키는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우리사회는 명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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