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전 한농연 영광군연합회장, 대추귀말자연학교장

이번 살충제 계란 사건은 이미 자연양계를 주창하는 축산인들에게는 오래전서부터 예상해 왔던 일이다. 문제의 핵심은 케이지사육 계란을 친환경 계란이라는 범주에 넣고자하는 정부와 양계업자들이 자꾸 방송을 통해 이를 강요하면서 문제가 꼬이는 양상이다.

자연양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친환경농업육성법이 만들어질 당시 너무 느슨하게 법이 제정 되었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오면서 언젠가는 이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해왔다. 2016년 민주당 기동민 국회의원은 이런 케이지 사육방법에 따른 살충제 파동을 예측한 전주곡을 알리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케이지에서 닭을 키우는 경우에는 닭이 스스로 진드기나 해충을 없애는 흙목욕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케이지 사육에서는 관행적으로 살충제를 사용해 왔었다. 한편 평사사육은 닭이 바닥에서 흙 목욕을 하기 때문에 살충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증요한 열쇄는 평사사육이냐 케이지사육이냐가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정부는 친환경육성법을 제정할 당시 케이지사육도 사료만 무항생제를 사용하면 무항생제 인증을 해주는 것으로 결정했었다. 당시에는 케이지사육에서 닭들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허약해져서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항생제 금지가 급선무요 우선순위였기에 우선 항생제를 안쓰면 무항생제 인증을 해주기로 했던 것이다. 이런 연유로 케이지사육에서도 무항생제 인증을 받게 되었다.

케이지사육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경우 케이지사육에서 무항생제 계란을 만드는 것은 나름의 의미도 있었다. 그러나 닭을 키울 때는 여러가지 고려해야할 조건이 있는데 항생제 문제 하나만 중요한 이슈로 삼는 절충안을 찾다보니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사육방식이나 사육환경은 주요 이슈에서 제외하고 오직 사료만 무항생제이고 평소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무항생제 계란이라고 인증을 내어준 것이 결국 이런 화를 불러일으킨 것이라 하겠다.

근본적으로 케이지사육은 친환경이라는 표현을 쓰면 안된다는 것이 자연양계를 실천하는 축산농업인들의 주장이다. 처음 자연양계가 우리나라에 전파될 시에는 반드시 평사에서 키워야 하고 평당 10마리를 넣은 것이 기본 상식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오랫동안 불문율로 적용되어 왔다. 그런데 친환경농업육성법이 제정되면서 케이지사육도 친환경 축산 방법으로 허용하고, 평사사육에서는 평당 30마리까지 넣을 수 있도록 법을 제정했다. 관행적으로 평당 10마리를 사육했었는데 법에서 30마리까지 허용을 하니 밀식사육이 되고 그러다보니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유기농산물에 있어서도 바닥에 비닐멀칭을 하게 되면 지상부와 지하부의 온도가 너무 차이가 나서 소위 말하는 유기적 관계가 될 수 없어 작물들은 몹시 힘들어하고 다양한 질병이 발생할 경우가 많다는 것을 지난 유기농업에 대해 고민을 나눌 때 언급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생산된 땅 속의 식물들은 고온에서 생산된 것이기 때문에 옛날에 먹던 감자 고구마 양파 마늘이 되지 못하는 것이란 지적을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유기농업에는 바닥에 비닐을 써도 유기농산물이라고 현행법에는 인증을 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작금에 들어 비닐하우스 재배나 통기가 안되는 멀칭재배는 유기농업 인증 조건에서 배제시키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철저함이 부족해 보인다.

그리고 양계장 안에 적어도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햇빛이 들어가는 구조가 되어야만 약물소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명심해야 할 것이다. 평사사육일지라도 밀식을 하거나 양계장 안에 햇빛이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면 그 또한 여러가지 문제들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평사사육을 하면서도 밤에 불을 밝혀두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닭의 수면을 방해해서 질병과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주원인이 된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살충제 계란 사건에 매몰되어 진짜 중요한 것들은 잊어버리는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보다 넓은 시야를 갖고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여 문제를 지적하고 그 해결책을 찾는 수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농업에 있어서 습도와 온도와 양분의 조화와 균형이 매우 중요하듯이 축산에서도 습도와 온도와 먹이의 조화와 균형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광군에서도 선도적으로 케이지 사육을 지양하고 평사사육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며 친환경 인증에 대해 좀더 철저한 관리감독을 해야할 때이다. 이렇게 친환경 농업과 축산에 대한 다각적인 조건들을 마련하고 그 조건에 맞게 재배된 농업생산물과 축산물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당근정책 대안도 반드시 필요할 때이다.

온 국민을 떨게했던 살충제 계란파동이 우리 영광군의 친환경 농산물과 측산물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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