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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막걸리’와 전기자동차
이재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대마면 향우
2017년 09월 04일 (월) 10:12:18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영광에서도 대마는 가장 낙후된 곳이다. 해안이 아니라서 굴비 같은 생선도 없을뿐더러 육지라고 해서 특별히 내세울 특산물도 없다. 어린 나이에도 이곳은 희망이 없어 보였고, 가난이라는 굴레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지방대학을 겨우 들어갔지만 집안을 도와야 해서 휴학을 밥 먹듯이 해야 했다.

그 시절, 농사를 짓고 차표를 팔고 정말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새참으로 마시던 막걸리는 그나마 시름을 달래준 소울 푸드였다. 고향을 떠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시중의 막걸리는 다 똑같은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가끔 고향에 내려가 양조장에서 손수 빚어내는 할머니의 비법을 알게 되면서 내가 참 귀한 막걸리를 마셨구나 새삼 깨닫기도 했다.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리면서 비로소 이 막걸리는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이제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과 강남 압구정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되어 지인들에게 대놓고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가난했던 내 고향의 기억 너머로 번듯하게 내세울 자랑거리가 생겼던 터라 그 기쁨은 내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할머니 막걸리의 유명세로 으쓱해질 무렵, 내가 태어난 바로 그 산골마을이 미래형 자동차로 불리는 전기차 생산 메카로 구축된다는 사실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가 환경부 기후대기국장으로 일하던 때 국내 최초로 보급을 시작한 전기 자동차 업무를 총괄하게 되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보급을 선도할 대··소 도시 6곳이 필요했다. 다행스럽게도 영광은 도·농복합도시형태라는 기준에 맞아 후보지로 선정이 되었고, 대마산단이 적합장소로 지정되어 미래를 준비하는 곳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영광의 가장 전통적인 막걸리는 70년이 넘었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산업군의 하나인 전기차는 미래 70년을 이끌어갈 먹을거리로 부각된다. 이 둘의 공존으로 영광은 전통과 첨단이 어우러진 기분 좋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 변화는 멈춰 있지 않아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한다. 현재 대마막걸리는 청주(淸酒)와 복분자 막걸리 등 파생상품을 만들어 내면서 계속 정진하고 있다. 전기차도 군 단위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보급을 이뤄내면서 여러 전기구동차량인 e-모빌리티 산업까지 확대하는 추세다.

여기서 짚고 가야 할 부분이 있다. 미래 산업인 전기차나 e-모빌리티 사업이 보다 성공적인 안착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융합적인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우선, 글로벌한 눈과 전국적인 시선으로 해당 산업을 살펴야 한다. 전기차 시장 예측은 그 흐름이 빠르기도 하고 경쟁 또한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마산단을 중심으로 입주업체와 행정지원부서의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시장의 흐름을 알고 대처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새로운 입주업체 유치를 위해서도 두 기관의 긴밀한 관계는 필수적이다.

둘째, 유관산업에 대한 자료를 빅데이터 하여 계량화 및 분석화 해야 한다. 해당 자료를 기반으로 매월 유관업체와 기관이 만나 분석된 자료를 공유하고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

셋째, 전국적으로 다수의 지자체들이 미래형 산업으로 전기차라는 유사한 업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영광만의 특화된 세부업종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경쟁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지자체 간 동종 산업을 위한 협력 틀을 가져가는 것도 필요하겠다. 마지막으로 국내외 전문가집단의 네트워킹 강화를 통해 이들의 앞선 지식으로 더욱 발전적인 산단 조성을 위한 조언을 아낌없이 받고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지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지역 경쟁력 강화라는 보다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고로 모두가 생각하고 움직인다면, 전통의 할머니 막걸리와 첨단의 전기차 산업은 격한 어울림으로 영광을 새롭게 빛내리라 자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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