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을 비롯해 전국 지자체들이 섬 개발을 통한 관광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과는 극명하다. 52개 섬을 가진 영광군도 그리스 산토리니 섬을 모티브로 한 낙월도 개발 사업을 앞두고 있다. 본지는 국내외 섬개발 성공 사례를 통해 발전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자체가 섬인 완도군 보물은 265개 섬

청산도·보길도에 이어 떠오르는 생일도

전남 완도군은 크고 작은 섬들이 모여서 형성된 우리나라 6대섬 중 하나이다. 265(유인 55, 무인 210)의 섬, 4,940의 바다, 839km의 해안선, 갯벌과 명사십리 등 남해안 최고 해수욕장을 보유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중심이다.

특히, 완도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청산도와 보길도이다. 청산도는 완도읍에서 19.2km 떨어진 다도해 최남단 섬으로 완도항에서 뱃길로 50분 거리에 있다. 푸른 바다, 푸른 산, 구들장논, 돌담장, 해녀 등 느림의 풍경과 섬 고유의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청산도는 세계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았다. 198112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 200712월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선정됐다. 한국영화 최초 1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서편제’, KBS 드라마 봄의 왈츠’, KBS ‘12’, SBS ‘여인의 향기등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가 촬영됐으며, 느리게 걸을수록 더욱 아름다운 슬로길과 자랑스러운 농업유산 구들장논은 한국관광공사와 CNN이 선정한 우리나라에서 아름답고 가봐야 할 곳으로 꼽혔다.

주민들의 마을 간 이동로였던 청산도의 슬로길은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하여 슬로길이라 이름 붙였다. 2010년 전체 11코스(17) 42,195km에 이르는 길이 열렸다.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이야기가 있는 생태탐방로로 선정, 2011년 국제슬로시티연맹 공식인증 세계슬로길 1호로 지정되는 등 길이 지닌 아름다움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

이외 청산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범바위는 기()가 센곳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버뮤다 삼각지대, 아이언바텀 사운드처럼 나침반이 빙글빙글 돈다.

여기에 완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보길도는 난대림의 보고와 윤선도의 낙원인 부용동 정원이 조성돼 역사적 가치도 높다. 방풍림은 천연기념물 40호로 소나무를 비롯해 팽나무, 후박, 동백나무등 30여종의 목·초본류가 자라고 있으며 해변에는 목섬, 기섬, 토끼섬, 갈마섬, 소도, 당사도 등 크고 작은 소안군도의 섬들이 펼쳐져 있다.

해가 떠오르는 새로운 섬 햇섬 생일도는 국내 유일하게 생일이라는 지명을 사용하고 있어 여객선에서 내리면 대형 생일 케이크 조형물이 섬 방문객을 반긴다. 용출-금곡 해안길은 보리수, 후박, 동백 군란지가 절경을 이루고, 섬 전체가 상록수림으로 가득 차 있다.

이외에 망망대해에 외로이 떠 있어 아름다운 일출과 새들의 휴식처인 낙타섬’, 높이 20여 미터의 해식굴과 구름다리가 있는 장도’, 거북이가 바다를 걷너는 모습의 거북섬’, 섬 끝부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구멍섬 혈도등 명품섬체험이 가능하다.

 

 

 

서울에서 5시간 거리 청산도의 성공은

단기적 성과보다는 살고 싶은 섬으로

하드웨어·소프트웨어·휴먼웨어의 결합

청산도는 서울에서 버스로 5시간, 완도에서 다시 뱃길로 50분을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섬이다. 청산도는 20074월 문화체육관광부 <가고 싶은 섬 시범사업> 대상지에 선정되고 그해 12월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인증 받으며 바다와 육지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섬 중 하나에서 느림이 주는 행복과 가치를 품은 특별한 섬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슬로시티 청산도 만들기 백서에 따르면 청산도 프로젝트는 문화체육관광부 <가고 싶은 섬 시범사업>을 통해 사람들이 찾고, 살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중장기적 정책 요구로 시작됐다.

대상지로 선정된 청산도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 사업을 진행했다. 하드웨어 사업은 미항 도청만들기, 가고싶은 섬 만들기 지원센터(방문자센터, 향토역사문화전시관, 농수특산물 판매센터), 마을정비, 친환경에너지 활용 프로젝트, 산책 등산로 정비, 공원조성 정비, 야생화 천국 섬 만들기, 관광기반 구축, 경관포인트 지점관리 등 9개 단위사업(24개 세부사업)이 진행돼 정주 환경 및 삶의 질 개선에 기여했다.

소프트웨어 사업은 농어촌 체험관광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콘텐츠 제작 및 보급, 전시 및 공연 프로그램, 브랜드 개발 및 홍보마케팅, 청산도 팸투어 프로그램, 섬 영상 콘텐츠화, 섬내 친환경 개선 등 7개 단위사업(17개 세부사업)이 진행됐다. 이를 통해 청산도의 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자연스레 홍보로 이어지는 관광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다.

마지막 휴먼웨어 사업은 주민역량강화를 위한 전문인력양성 프로그램과 주민역량강화 프로그램의 2개 세부사업으로 진행됐다. 특히 기본교육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과정은 기초적인 동아리로 구성해 지속되도록 했다. 청산도 밴드단(푸른섬밴드), 브랜드민박 서비스(청산休家), 생태문화관광 해설가(청산), 사회적기업가 양성(슬로시티청산도영농조합법인), 고유음식 상품화(슬로푸드팀), 환경되살림 공예(조개공예팀), 청산도 체험프로그램 운영 등 7개 과정은 주민들이 흥미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체험프로그램을 주도할 수 있는 인력으로 성장했다. 사업의 배경과 추진 기본방향은 단순히 섬을 개발한다는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라 섬이 보유하고 있는 가치와 자원을 활용하여 살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고, 또 이를 외부로 적극 알려가고 싶은 섬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찾도록 하는 지속가능한 중장기적인 발전 프로젝트였다. 따라서 청산도는 섬의 자연 생태 및 문화환경의 훼손이 없는 개발을 추진했다. 개발효과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사업계획을 세웠다. 더불어 슬로시티로 지정되면서 <슬로시티 관광자원화 사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슬로시티는 자발적 주민운동의 일환이다. 자연과 전통의 보존 및 보전, 느림의 가치 확산을 기본으로 주민이 중심이 되는 역량강화부문과 커뮤니티 비즈니스 기반을 마련하는 소득원개발부문이 핵심이 됐다. 가고 싶은섬 시범사업과 연계를 통해 교육과정 후의 동아리를 심화과정, 시범운영, 동아리지원 등 주민협의체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또한 주민협의체간의 융화와 조직체계 정비를 추진하면서 구축된 인적자원이 정착할 수 있는 거점시설 조성은 슬로시티청산도영농조합법인이 사회적기업으로 발전하는 성과를 도출했다. 슬로시티 청산도는 서서히 전통과 느림을 바탕으로 느리게 살기의 가치, 느림의 미학을 전파하는 섬으로서 거듭났다.

그 결과 청산도는 고유한 인문, 자연 환경에 대한 보존과 활용을 중심으로,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성을 중시한 콘텐츠를 개발하여 섬 지역 주민·방문객·자연이 함께 공존하고 상생하는 섬이 될 수 있었고 <가고 싶은 섬 시범사업><슬로시티 관광자원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보단 섬이 섬다운 매력필요

안봉일 완도군청 관광정책과장

완도하면 떠오르는 가고싶은 섬 청산도는 대한민국의 가장 성공한 섬 모델이다. 전남도 가고싶은섬 선정은 2015년 무궁화섬 소안도, 2016년 섬둘레길과 금곡해변이 있는 생일도 추가선정에 이어 2018년에는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 여소도를 신청한 상태다. 완도군은 아름다운 마을돌담과 구들장논 등 12개 읍면 중 섬마다 독특한 경관과 문화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공모사업을 통해 국비를 확보하고 군비를 투입해 개발했다.

특히, 올 연말에는 완도군 전역에 퍼진 섬과 섬을 관광자원으로 권역별로 연계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섬개발 디자인 용역 결과물이 도출된다. 예를 들어 육지인 완도읍을 중심으로 이미 섬마케팅에 성공한 청산도는 슬로시티를 테마로 하되 좌측 노화읍·보길면·소안면 지구는 먹거리, 문화유적, 항일운동과 이를 상징하는 무궁화를 테마로 하는 전략이다. 우측으로 고금면·약산면·신지면 지구는 명사십리를 중심으로 유자와 약초 등을 섬 자산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금일읍·금당면·생일면 지구는 실제 태어난 날을 뜻하는 생일도란 지명을 활용해 힐링을 주제로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섬을 지구화하고 연계하는 전략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섬과 섬사이를 연결하는 교통수단이 과제이다. 현재 각자 지구의 섬을 접근하려면 완도항, 화흥포항, 당목항 등으로 기항지가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권역별로 센터를 둬서 섬 권역을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청산도가 섬 마케팅에 성공한 것은 구들장논과 장례풍습 등 고유한 농경문화와 깊은산, 계곡 등 수려한 경관적 특색도 있지만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에 청산도가 5분간 긴장면으로 등장하면서 알려진 것이 직접적이다. 이후에도 여러 미디어에 노출돼 세상에 알려지고 방문객들이 늘면서 개발 요인이 발생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개발보다는 보존을 중심으로 한 슬로시티로 전략화 하되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 11회 운항하던 여객선 1척을 3척으로 1일 최대 12회까지 늘렸다. 섬 내부 농촌버스는 섬 투어버스로 확대 운행하고 1곳이던 여인숙은 100곳의 민박 및 펜션으로 발전했다. 폐교를 구입해 1층 식당, 2층 숙소 형태의 여행학교를 세워 주민들의 소득사업화 했으며 계절마다 유채, 코스모스로 방문객들에 볼거리를 제공했다. 바위 속에 철성분이 포함돼 나침반이 오작동하는 범바위는 영험한 기운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스토리텔링화해 4계절 볼거리화 했다. 현대화를 외치는 일부 주민과 보존 정책을 펴는 행정 사이에 상당한 고민도 있었지만, 청산도에 33만명의 방문객이 찾아오는 것은 섬이 섬다운 매력은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친환경적 보전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