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프리랜서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을 지냈던 인물들의 추억은 아름답지 못하다. 이승만부터 박근혜까지 차라리 부끄러운 아픔이다. 초대 대통령은 온갖 독재와 비리, 헌법 파괴를 일삼다가 국민의 힘에 의해 끌려 내려왔고, 마지막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국민이 참다못해 끌어내렸다. 임기가 끝나면 본인의 구속과 가족 비리로 명예를 잃었다. 혹은 언론과 함께 뭇매를 가해 정치보복의 형태로 목숨을 잃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나마 국민과 소통하고 의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대통령이었다.

요즘 유령처럼 언더그라운드를 떠돌던 MB의 추억이 실체를 드러내며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수족과 다름없는 국정원을 이용한 온갖 정치행위들이다. 국정원은 음지에서 국민을 위해 일한 것이 아니라 권력자 1인을 위해 국민을 속이고 사찰하고 심지어 간첩으로 만들었다. 정적은 국민의 세금으로 댓글부대를 동원해 모략하고 음해했다. 국정원의 상대는 적대국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국민들이었다. 권력을 향한 부끄러운 모습이다.

도저히 참기 힘든 사실은 MB의 행적이다. 그런데 명백한 그의 범죄 행위들을 정치보복이라는 치졸한 단어로 희석하려 한다. 국제 투명성기구가 최근 발표한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는 45위를 기록했다. 201039위였던 것이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얻은 결과다. 그의 재임 기간 중에 이루어진 행위들이 정치보복이라는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는지 몇 가지만 들어보자. 요즘 뜨거운 화재가 되고 있다는 ‘MB 정부 부패사건일지이다. 최근 불거진 사건들을 제외하고도 400여 건 넘게 정리해 놓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물 사본을 압류해 반환하게 만들어 스스로 약속을 어겼고, 미국산 쇠고기의 무차별 수입협상, 광우병을 보도한 PD 수첩 제작진을 표적 수사해 언론의 비판 기능을 무력화 시켰다. 종교 편향으로 불교계를 탄압해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조계사 집회에 식칼 테러까지 발생한다. 정연주 KBS 사장을 배임혐의를 씌워 결국 부당 해임 하고 YTN 사장엔 이명박의 언론특보 구본홍을 임명하는 파렴치함을 보인다. 반면 노종면 노조 위원장은 부당 해임 된다. 2 롯데월드를 국방에 우선해 강행 통과시키고, 부자세 감세를 추진 한다. 재개발 철거민을 무차별 강경 진압해 6명이 사망하는 용산 참사를 일으킨다. D-DOS 사태를 북한 소행으로 몰았다가 거짓으로 들어나고 검찰과 보수 언론의 합작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다. 쌍용차 노조를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식수까지 끊어버리는 비인도적인 행태를 보인다. 기무사 불법 민간인사찰이 드러나고 진중권은 교수직을 박탈 당하며 김제동은 모든 방송에서 하차한다. 미디어법은 날치기 되고 4대강 예산안 역시 날치기로 통과 시킨다. 부자는 감세하고 무상급식은 무력화를 시도하며 엄기영 MBC 사장은 압박 퇴진시킨다. 전교조를 탄압 수사하고 4대강 함안보 중금속 오염물질 대거 검출에도 불구 공사를 강행한다. 독도 문제를 기다려 달라는 말로 표현한다. 천안함 초계함 침몰시 인명구조 전무함을 보이며 유가족을 심지어 감시까지 한다. 김재철을 MBC 낙하산 사장으로 임명하고 노조를 대량 해고한다. 한미FTA를 재협상해 자동차마저 미국에 유리함을 준다. 연평도 포격이 발생하고 한일군사협정을 체결해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영향력에 길을 열어준다. UAE 원전 수주는 거짓 계약이었으며 언론은 연일 뻥튀기 보도를 했다. BBK 편지 조작 등 요즘 불거진 국정원 선거 개입 댓글,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취소 모의는 정점을 찍었다. 여기에 범죄적 사건들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너무 많아 적을 수도 없다. 범죄를 정치보복으로 덮는다면 정치인들은 처벌 방법이 없을 것이다. 전두환의 공노할 살인도 박근혜의 국정농단도 정치행위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여당의 결단이 너무 약하다. 무엇이 두려운지 모르겠다. 대다수의 국민은 MB의 행위에 강력한 수사를 원한다. 주저하면 오히려 지지를 잃을 것이다. 이제 국민은 정치보복이라는 얕은 술수를 잘 파악하고 있다. 이대로 덮는다면 그들의 비리와 헌법 파괴에 동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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