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칠산문학회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자신을 가꿀줄 안다는 것이다. 약한자는 강해질 수 있고, 너무 강직하기만 한 사람은 부드러워질 수 있으며, 가진자는 나눌줄 알게 되고, 못가진 자는 노력하게 된다. 그래서 자신에 대해 부끄러워할줄 아는 사람에게 부끄러움은 언제나 자기 변화와 발전을 위한 끊임없는 재 생산성의 원동력이 된다.

T.V드라마 신의(神醫) 는 고려말 공민왕조 때가 배경이다. 그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중 가장 중요한 한마디가 바로 "부끄러움"이다.

공민왕은 아버지 대에 고려가 원나라의 한 개 성에 불과했던 충숙왕의 아들로 태어나 10세의 어린 나이로 원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 원의 강요에 의해 노국대장공주와 혼인 한 뒤 10년이 지나서야 원나라 황제로부터 왕위를 하사받고 고려땅에 돌아왔으나 말만 왕이었지 원나라의 꼭두각시 놀음이나 해야하는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고려여인으로 태어나 원나라 황제의 비가 된 기황후의 동생인 기철의 권세는 왕 위의 왕이라 할만큼 오만방자했다.

귀족들이나 조정 대신들 또한 임금의 신하이기 이전에 기철의 신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며, 공민왕에겐 실질적인 왕으로서의 권위나 재력, 그리고 사람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실의에 빠지고 두려움에 떨며 의기소침해 있던 공민왕은 충신 최영장군과 함께 잃어버린 국권 (왕권)을 회복하고 고려를 진정한 주권국으로 바로 세우기 위해 온갖 개혁을 시도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뜻과 힘을 모아 종사를 이끌어갈 인재가 필요했다. 그 인재를 끌어모으는데 최영장군이 총대를 매고 나섰다. 당시의 대 학자였던 목은 이색과 그의 스승을 비롯한 인물들이 모인 자리.

최영은 그들에게 고려를 바로세우기 위해 임금을 도와달라 간청한다.

"그대는 무엇때문에 현재의 왕을 섬기는가?"

좌중의 대표격인 자가 최영에거 묻는 말이다.

최영이 몇가지 이유를 댔지만 모두가 코웃음만 날릴뿐 요지부동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고려의 대부분 왕들은 자신의 자리보전이나 원나라 황제의 충실한 개노릇만 해왔을 뿐 진정한 고려의 왕이 아니었으며 현재의 임금 또한 그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최영장군이 그들에게 한 말.

"제가 현 임금을 왕으로 섬기는 가장 큰 까닭은, 그분은 부끄러움을 아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 한마디에 좌중의 모든 사람들은 비로소 마음을 열고 공민왕의 조정 대신이 되어 원나라의 지배를 거부하며 대내적으로도 온갖 개혁을 단행한다.

따지고 보면 껕보리 닷되지기도 안되는 알량한 지식으로 남을 가르치려드는 먹물들,

자신의 지위나 권세를 믿고 절대자인 냥 우쭐대는 졸부들, 부모로부터 물려받았거나 아니면 어찌어찌해서 거머쥔 경제력을 바탕으로 거드름을 피우는 잡배들...그들의 대부분은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이다, 자신의 철학이 최고의 가치라고 믿으며 그 범주를 벗어날 수 없기에 더 이상의 자기발전을 위한 열린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성취한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제로섬 게임 (zero sum-game)의 범주 안에 갇혀있음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 그래서 그놈의 욕망덩어리는 밑바닥을 모르고 끝없이 분출되는 것이다. 결국은 그것이 불행의 씨앗이 되는 것을!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줄 알게 되면 반성이 따르고 그 반성은 곧 자기 개혁의 원동력이 된다.

타인 앞에 억지로 나를 내세워 나를 드러내는 것보다, 묵묵히 나의 일에 최선을 다 함으로써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려 해도 나의 존재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면 그 모습이 훨씬 더 아름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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