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원/ 전 영광군한우협회장, 영광유통회사(주) 이사

온 들녘이 황금빛 물결이다. 금년에는 모내기가 한창이던 6월에 극심한 가뭄으로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웠지만 이앙후 순조로운 날씨와 태풍도 비켜가 벼이삭은 제 몸이 무거운듯 고개를 떨구고 있고, 벼수확이 한창인 들녘은 벼수확기인 콤바인이 바삐 움직이고 트럭들은 갓 수확한 벼를 농협 미곡처리장(RPC)으로 출하하느라 분주한 모습들이다.

그렇지만 과거와 같이 벼수확에 기뻐하는 농민들의 모습을 찾아 볼수가 없고 모두가 무거운 표정들이다.

그 이유는 작년도 쌀값 폭락으로 10년전의 쌀값만도 못하기 때문이란다. 최근 5년간의 수확기 쌀값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더욱 확연하다. 2013년엔 175,089원이던 쌀 한가마 가격은 2014년엔 17748, 2015년엔 16801, 그리고 지난해인 2016년엔 143,112원으로 줄곧 내리막을 계속 기록했다. 올해 1월엔 13만원 마지막 노선마저 무너져 129,421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132,672원이라니, 벼수확하는 농민들이 무슨 재미가 나겠는가!

농촌경제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인당 쌀 소비량 전망치는 역대 최저치인 56,9kg. 하루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156g, 밥 한공기에 120g이 들어가니, 하루에 겨우 한공기 남짓 먹는 셈이다. 그 결과 농축산물의 황제였던 쌀이 돼지에게 왕좌를 넘겨줄거란다.

돼지고기 생산액은 67700억원(도축기준 882000)인데 쌀 생산액은 64500억원(420만톤)에 머물러 사상 처음으로 생산액 순위가 바뀔거란 전망이다.

이러한 웃지못할 상황은 누가 뭐래도 역대정부의 쌀에 대한 인식과 전략부재가 원인이고, 국민의 소득향상과 식생활 변화로 쌀 소비는 매년 감소한 반면 돼지고기 소비량(1인당 23,3kg)은 급증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것은 한톨의 쌀이라도 더 거두기위해 농민들이 흘린 땀방울을 생각해보고 있는 이는 많지 않을 듯하다.

쌀의 귀중함을 잊고살아온 세월이 너무 오래된 탓이리라. 쌀은 단군이래 우리민족의 혼이였고 영원한 양식이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귀하디 귀했다.

어머니들은 밥을 지을 때마다 쌀을 저장하던 찻독옆 좀도리독에 쌀을 한주먹씩 덜어내 절약해서 모은 쌀을 팔아 요긴하게 사용했고 정부는 절미운동까지 벌였다.

음식점과 숙박업소엔 무미일이 지정돼 일주일에 두 번은 쌀이 들어간 음식을 팔지 못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도시락 뚜껑을 열어 젖치고 혼식검사를 했다. 1인당 쌀 소비량이 연간 130kg으로 없어서 못먹던 시절이였다.

그런 쌀이 이젠 천덕꾸러기 되었다고 눈물을 흘린다. 지난달 27일 농식품부가 수확기 쌀 수급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쌀 시장격리 72만톤(공공비축미 포함)을 확정했다. 이는 향후 쌀값 안정에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인데 변동직불금을 산정하는 목표가격결정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올해 400만톤 신곡 수확량이 전망되는 가운데 신곡생산량의 10%를 넘어서는 408,700톤의 수입쌀 대책도 논란거리다. 2015년 쌀 관세화가 시작되면서 밥쌀수입 의무는 벗었지만 여전히 밥쌀이 수입되고 있고 수입쌀은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농민들은 밥쌀용 쌀 수입중단, 공공급식 확대, 대북식량등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대미통상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정부가 국내 쌀값폭락과 재고 문제등을 이유로 밥쌀수입중단 입장을 설명했으나 미국측에선 입장에 변화가 없을 뿐만아니라 압박 수위를 더 높인다고 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쌀값안정과 수급대책을 정책순위 “0순위로 꼽히고 있다. 특히 문재인대통령이 후보시절 쌀값폭락은 농민에겐 재난이라며 쌀값해결의 골든타임을 올해로 지목해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전농민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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