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을 비롯해 전국 지자체들이 섬 개발을 통한 관광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과는 극명하다. 52개 섬을 가진 영광군도 그리스 산토리니 섬을 모티브로 한 낙월도 개발 사업을 앞두고 있다. 본지는 국내외 섬개발 성공 사례를 통해 발전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일본 오카야마현 개섬 이누지마

구리 생산하던 제련소를 미술관으로 재생

작은섬 곳곳 집 프로젝트로 다양한 볼거리

#개섬 이누지마= 일본 오카야마현 오카야마 세토나이카이 국립공원 안에 있는 이누지마는 주변 제도 가운데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일한 섬으로 개 모양을 한 큰 바위가 있어 섬 이름이 개섬(犬島, 견도) 이누지마가 됐다. 섬 내 이동을 대부분 도보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섬(0.54)이다. 1680년대 후반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으며 오카야마성, 오사카성, 에도성을 쌓을 때 이 섬의 화강암을 쓸 정도로 일본의 유명한 화강암 산지였다. 1800년대 말 오사카항을 조성할 때 활발한 채석업과 1909년부터 1919년까지 섬 동남부에 가동되던 동 제련소 등으로 한때 인구가 6,000여명에 이르렀다. 이후 경제상황이 악화돼 기업이 철수하고, 주민이 감소하면서 현재는 인구 50여명 안팎에 과거 제련소의 낡은 굴뚝과 채석장 터가 남아 있다. 나오시마에서 배로 30~40분 거리인 이곳은 인근 호덴항에서 이누지마항까지 여객선 아케보노마루가 운항된다. 이곳 섬이 유명해 진 것은 후쿠타케 소이치로’(현 베네세 홀딩스 이사장 및 후쿠타케재단 이사장)가 추진하고 있는 아트 프로젝트 베넷 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때문이다.

#제련소 미술관= 이누지마항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면 검은색 건물의 이누지마 티켓센터가 방문객을 맞는다. 섬 안의 미술관과 집 프로젝트를 구경하려면 1인당 2,060(15세 이하 무료)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바다를 끼고 제련소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에는 화강암을 비석처럼 잘라서 해안 방향으로 병풍같이 길게 세워둔 모습 또한 장관이다.

걸어서 5분 거리에 나타나는 이누지마의 상징 제련소 미술관은 세이렌쇼(精練所, 정련소)미술관으로 불린다. 제련소 미술관은 이누지마에 남는 구리 제련소 유적을 보존·재생해 만들어 낸 미술관이다.

1920년대 이후 구리 가격이 폭락하면서 공장은 폐쇄되고 많은 노동자들이 이누지마를 떠나면서 사실상 버려진 섬으로 전락했다. 이곳을 미술의 섬으로 바꾼 사람은 바로 일본의 현대미술가 야나기 유키노리(柳幸典) 작가이다. 그는 1992년 나오시마의 베네세하우스 개인전에 초대받아 나오시마 등 세토우치해의 섬들을 여행하다 이누지마의 구리 제련소를 보고 예술적 감흥을 받았다고 한다. 아름다운 이누지마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있는 구리 제련소와 폐허가 된 이누지마의 풍경에 영감을 받은 그는 진정한 창작활동을 계획했다. 더구나 이곳 섬에 산업폐기장이 들어선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후쿠타케 소이치로 회장에게 이누지마를 예술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 구리 제련소를 이용한 미술관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이누지마 제련소 미술관은 야나기 유키노리와 건축가 산부이치 히로시(三分一博志)의 공동 프로젝트로 2008년 완공됐다.

있는 것을 살려 없는 것을 만든다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미술관은 굴뚝과 벽돌 등을 대부분 그대로 살리고 태양 및 지열 등 자연 에너지를 이용해 환경에 부하를 주지 않는 방식의 건축 작품이다. 식물의 힘을 이용한 고급 수질 정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유산, 건축, 예술, 환경에 의한 순환형 사회를 표방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이 건물은 일본의 근대화 산업 발전에 혁신적인 역할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잘 보존된 유적으로 2007년 일본 경제산업성 의해 근대화 산업 유산 33’‘story30’에 인정된 곳이기도 하다.

멀리에서도 공장 굴뚝이 우뚝 솟아 있으며, 가까이 가면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건물 주변에는 구리를 뽑아내고 남은 찌꺼기를 압축해 만든 카라미벽돌로 미로 같이 벽을 쌓아 놓았다. 미술관 내부에는 히어로 건전지/이카루스 셀’, ‘이카루스타워등 작품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미로 같은 어두운 방 안에서 오직 빛을 따라 걸어가면 태양빛의 밝음을 만날 수 있다. 외부의 빛을 거울을 이용해 반사하는 방식으로 방문객을 유도하며, 중간에는 거울의 착시현상을 이용해 무한대의 자신의 모습을 잔상으로 보는 신기한 광경도 연출하고 있다. 창문과 창들이 허공에 매달려 있거나 어두운 방에서 빛을 이용한 기괴한 연출 등은 미술관 보다는 체험형 공간에 가깝다. 오르막을 통해 제련소 굴뚝이 있는 옥상에 도달하면 멀리 새파란 바다와 웅장한 굴뚝, 오래된 건물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등이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한다. 문을 닫은 폐 제련소를 미술관으로 재탄생시 킬 수 있다는 믿음과 도전, 노력과 용기가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아트 프로젝트였다.

마을 돌며 즐기는 이누지마 집 프로젝트

갤러리 F·S·I·A·C 하우스 등 섬 자체가 박물관

일본어로 이에 프로젝트’, 집 프로젝트는 나오시마 혼무라지역에서 진행한 예술 프로젝트와 같다. 이누지마 집 프로젝트는 나오시마 집 프로젝트 이후 추진됐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사람들이 떠난 빈집을 리모델링해 예술 공간으로 만드는 일이다. ‘베넷 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를 추진하고 있는 베네세 재단이 직접 운영하고 관리하거나 일부는 임대, 일부는 주민들이 작품에 직접 참여한 경우도 있다. 이누지마 작품은 대부분 야외에 있어 섬을 걸으며 구경할 수 있다.

일상 속 아름다운 풍경과 작품 너머로 펼쳐지는 친밀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주제로 아티스트 하세가와 유코와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2010년 기획 전시를 위해 갤러리 ‘F하우스’, ‘S하우스’, ‘I하우스등을 설치했다. 2013년 새롭게 ‘A하우스‘C하우스등을 추가해 마을 내 각 작품들을 공개했다.

제련소 미술관을 나오면 처음 만나는 작품이 바로 F하우스의 ‘Biota(Fauna /Flora)’ 작품이다. 동물과 식물을 상기시키는 다양한 형태의 오브제와 다양한 물질의 표면으로 이루어진 조각 등 여러 작품은 안뜰을 포함한 건물 전체 공간에 동적으로 전시됐다. 새로운 삶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는 이 작품은 거대한 산호 같기도 우주의 탄생 같기도 하다.

마을로 내려가면 만나는 투명 아크릴 벽이 이어지는 ‘S하우스에 설치된 콘택트 렌즈작품은 크기와 초점이 다른 수많은 원형 렌즈가 설치돼 기이함을 더한다. 렌즈를 통해 주위의 경치, 건물의 모양과 크기를 왜곡해 비추어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다는 다양성을 추구한다.

1~2분 거리에 있는 ‘A하우스에는 다채로운 색상의 꽃잎을 조합해 만든 작품 리플 렉트가 설치됐다. 원형 공간의 특성을 살린 이 작품은 방문객이 내부로 직접 들어가서 생동감 있는 모습을 감상할 수도 있어 매우 흥미롭다.

‘C하우스는 건물 내부의 공간을 종횡무진으로 둘러 친 수많은 실에 나타난 빛의 선을 표현한 작품 에테르가 설치됐다. 공간 내에서만 존재하면서 서로 이어져 빛의 웅덩이를 만들어가는 이 작품 일부는 섬 주민들이 참여했다.

‘I하우스에는 내부에 마주 보는 3개의 거울을 배치한 작품 ‘Self-loop’가 설치돼 두 방향으로 열린 창문의 풍경을 결합하고 있다. 작품 중앙의 한 지점에 서면 무한 터널의 한 가운데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타임 터널 같은 동심 속 무한 공간으로 초대한다.

마을 내 한견에는 동식물 등의 생명력 넘치는 모티브가 이누지마의 땅에 뿌리를 내리는 듯한 모습의 돌 장인의 집 흔적작품도 구경할 수 있다.

이외에 티켓센터 건물 내에는 해변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단순 견학이 아니라 섬 주민과 방문객들이 토지를 개간하며 자연과 생활하는 기쁨을 체험하는 생활의 식물원’, 휴교중인 초등학교 안뜰에 설치한 여성과 생명력을 상징하는 여자 뿌리작품 등도 감상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