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전라남도다문화가족지원센터연합회장

문대통령 아세안 순방과 새마을운동

지난 달 필리핀 마닐라에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의 일이다.

회담이 끝나고 만찬자리에 다시 모인 정상들이 서로 담소를 나누던 중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여사를 비롯하여 몇몇 아세안국가의 정상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찾아와 "새마을운동을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며 악수를 청했던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사에 순간 당황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귀국 후 비서진들에게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사업일지라도 성과가 있다면 지속적으로 추진할 여건을 만들라."며 새마을운동의 지속적 추진을 지시했다고 언론들이 전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부는 새풍(새마을바람)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동남아나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 지도자들은 경제개발정책의 모델로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심지어 아프리카에서는 새마을운동 바람이 불면서 아프리카의 박정희로 통하는 이들도 여럿 있다고 전해질만큼 이제 새마을운동은 세계적인 경제개발 모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무실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저서를 꽂아 두고 숙독을 할 만큼 새마을운동의 열성론자로 알려진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은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모방해 30여개의 새마을운동 시범마을을 조성하고 새마을연수원까지 세워 지도자를 양성하는 등 한국의 새마을 경제개발모델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

르완다의 폴 카가메 대통령도 '아프리카의 박정희'로 통하는데 본인 자신도 스스럼 없이 한국의 박정희와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수상을 가장 존경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해 유엔총회에 참석해서는, "지난 10년간 르완다의 고도상장은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받아들인 덕분"이라고 공개연설을 하기도 했다.

르완다는 지난 10년간 8%의 고도성장을 이루는 등 아프리카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를 발전시키는 나라이다.

적폐청산 제1호 새마을운동(?)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마을운동은 다시 한 번 큰 고비를 맞고 있다.

새마을운동과는 떼어 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 독재자(?) 박정희의 그림자까지 덧씌워지면서 새 정부 들어 새마을운동은 일순 적폐청산대상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반독재 정서가 강한 한국인들 사이에는 운동의 창시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인해 새마을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세계적인 경제개발의 모델로 평가를 받고 있는 국민적 운동을 독재자의 이미지와 부합한다는 이유 하나로 적폐로 몰아가는 것은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게 했던 경제개발의 공적은 외면한 체 한 측만 바라보는 논리의 비약은 아닐까.

물론 새마을운동이 유신정권에 대한 방패막이로 일부 이용되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을 해보자. 문재인정부 역시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르며 무능한 정권을 추방했던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탄생했다.

그렇다면 만에 하나 문재인 정부가 잘못 되었을 경우, 촛불민심과 불가분의 관계랄 수 있는 문정권의 실패로 인해 순수했던 촛불혁명마저 적폐로 매도당한다면 과연 옳은 일일까?

군사정권에 종지부를 찍고 문민정부를 수립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금융실명제 같은 뛰어난 업적으로 국민들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지만 갑자기 닥친 금융대란으로 인해 추락했던 것은 어느 정권에게든 생각지 못했던 시련이 닥쳐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하겠다.

국가운영이나 정권도 사람이 하는 일로 내로남불의 후안무치가 아니라면 5년 후의 결과에 대해선 그 누구도 장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합과 화해로 세계를 향해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 유신독재정권의 연장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며 새마을운동을 적폐세력으로 규정한 바 있다.

아세안의 정상들에게 갑자기 새마을 감사인사를 받고 머쓱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초원에는 얼룩말과 아프리카 영양, 기린이 함께 이동을 하는데 큰 키를 가진 기린과 시력은 나쁘지만 후각이 뛰어난 영양, 후각은 떨어지지만 시력이 좋은 얼룩말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가며 맹수의 공격을 사전에 알아차리고 알려줌으로써 위기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사(國事)란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 해도 혼자 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키만 큰 기린이나 영양의 낮은 시력, 얼룩말의 떨어지는 후각만을 탓하며 함께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맹수의 공격으로부터 재빨리 벗어날 수가 있었을까?

상대의 단점만을 탓하지 않고 서로의 장점을 이용해 상생하는 지혜를 우리는 동물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다.

새마을운동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물에 등재가 될 만큼 세계인들은 그 진가를 인정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절벽과 아기, 인구절벽시대에 국가의 미래까지 걱정해야 하는 암울한 현실을 사는 우리 세대들이 제3의 새마을운동을 통해 국가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가는 혜안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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