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하/ 영광군농민회장

지난 가을 운전을 하며 서울 회의를 가던 중 너무 졸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려 껌 한통 값을 지불하면서 갑자기 심한 자괴감이 들었다.

껌 한통에는 7개의 껌이 들어있고 가격은 1,200, 껌 한개 가격이 171원 정도 이다.

우리가 먹는 밥 한공기 쌀가격이 170원 정도이다. 껌 한 개 가격이다. 슬프다.

예전 우리 농민들은 20, 30마지기 논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을 공부시켰고 결혼도 보냈으며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 그것을 종자 삼아 규모를 늘렸고 그 재미에 뼈가 으스러질 정도의 힘든 농사일도 버터내곤 하였다.

그런데 지금 껌 한개 쌀가격으로는 도저히 버터내기 힘들다. 한번 오른 농자재 가격은 단 한 번도 내리지 않았으며 우리가 사용하는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1톤 트럭 가격은 해년 마다 가격이 올랐으며 우리 집안에 있는 냉장고, TV, 세탁기 등 가전제품 역시 해년 마다 가격이 오르고 있다.

왜 쌀가격은 오르지 않고 있는가? 정부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어 자동차, 가전제품 등을 수출하고 농산물은 죄다 개방하여 우리 농업을 말살한 정부가 쌀가격을 절대 올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올 해 영광군은 명분이 없다며 쌀가격에 대한 지원을 회피하였다. 그 이유는 예산안이 통과 되었고 추경 또한 세울 수가 없어서 지원은 도저히 할 수 없으며 농업에만 지원하는 것은 다른 직종에서 반발할 것이라며 항변 하였다.

그러나 강진군은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농민들에게 매년 50억원 예산으로 농가당 70만정도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한다고 한다.

공무원들의 생리에 자치단체장이 휘둘렸다고 농민들은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적어도 껌 한개 값에 밥한공기 가격을 이해했으면 명분을 논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적으로 멸시 받는 농민들을 얼굴들을 기억했더라면 어떠한 반발이라도 함께 해쳐나가자고 했을 것이다.

매년 먹고 마시며 소리지르는 전시성 예산 낭비가 아닌 지역의 근간이 농업, 농촌, 농민이 끝까지 살 수 있는 버팀목의 역할이 행정이다.

아직도 지역의 농관련단체를 수직적 구조로 이해하고 있는 관료들이 있는 한 영광의 농업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냥 모르면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는 것도 미덕이다. 훼방꾼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충성은 우리 농민들을 두 번 죽이는 것과 같다.

밥한공기 3백원, 1kg 3천원, 쌀한가마 24만원 이게 정상적인 가격이며 이것을 보장받게 하는 것이 정상적인 나라이며 지자체인 것이다.

함부로 명분을 논하지 말라!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