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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물 부족, 느긋한 민심
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2018년 02월 05일 (월) 11:22:07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한파가 장난이 아니다. 일주일 이상 계속 되는 강추위는 곳곳에 피해를 남겼다. 한파를 동반해 많은 눈이 내렸지만 부족한 식수원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에 내린 눈으로 격일제 급수까지 가진 않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다. 에너지의 주를 이루는 석유가 부족하다는 우려 속에서 미국을 비롯한 부자 국가에선 비축을 위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실제 더 무서운 것은 물 부족이다. 기름 에너지는 다른 것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물은 대체가 전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을 사 먹을지도 모른다는 황당했던 농담이 현실이 되었고 생수 값이 기름 값을 넘어선지 오래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Population Action International)에서 세계의 국가를 상대로 평가한 결과 물 부족 국가를 발표했었다. 그 중 하나가 우리나라다. 강우 유출량을 인구로 나누어 1인당 물 사용 가능한 양이 1,000미만인 국가를 물 기근 국가로, 1,000~1,700미만은 물 부족 국가, 그 이상은 물 풍요 국가로 분류했다. 한국 관련 연구소의 분석은 당시 19931인 물 사용량이 1,470, 20001,488로 물 부족 국가에 해당하고 2025년에는 1,199~1,327로 예상해 갈수록 물이 부족할 것이라는(물 스트레스 국가) 전망을 내 놓았었다. 평균 강수량은 세계의 표준(973mm)을 넘은 1,283mm이지만 여름에 집중된 강우와 70%의 산악지대에서 바로 바다로 유입되는 강수로 인해 세계 평균의 12%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연구소가 간과한 물 사용 효율성의 발전과 상수원 보급률 등으로 아직 대한민국은 물 양호 국가에 해당한다. 그리고 한국은 UN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라는 말 역시 사실과 다르다. 단지 UNPAI연구소의 결과를 인용했을 뿐이다. 하지만 안도하기엔 이르다. 기상의 변화성은 인간이 예측하지 못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현재 영광은 극심한 물 부족 지역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인 물 부족 국가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갑자기 다가오는 자연의 재앙 변화가 체감으로는 훨씬 현실적이다. 특히 지하수의 무분별한 개발은 단기간에 닥쳐오는 물 재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생수를 끌어올려 경제적 이득을 얻고 소비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물을 빼앗긴 지구가 인간에게 돌려줄 자연 재앙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두렵기만 하다.

극심한 한파로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한 곳이 상수도 파열이다. 계량기가 동파되고 수도관이 터졌다. 그리고 가장 불편하게 다가온 현실은 마실 물이 아니라 화장실에서 사용할 물이었다. 물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이유가 불대체성이라면 아이러니의 극치다. 급수가 격일제로 돌아간다면 화장실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물과 생활의 관계를 재고해 봐야 한다.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었다. 없으면 죽는 생명수를 겨우 분뇨 처리하는 곳에 중요하게 사용하고 있다. 어쩌면 정말 물 부족 국가로 가는 지름길을 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기 부족 국가와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을 익숙하게 듣고 살았지만 정작 심각성을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전기는 부족한대로 쓰면 되지만 물은 아니다. 상수원은 말라가는데 군민의 마음은 느긋하다. 아직은 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PAI에서 규정한 물 부족 국가는 단순한 논리와 추정적 계산에 불과하지만 갑자기 다가오는 자연의 재앙은 비켜갈 수 없는 현실이다. 장기적 계획만 잘 세우면 물 형편이 양호한 한국이지만 자연의 심술은 당장 물이 부족한 국가로 만들었다. 농촌은 봄철 영농에 비상이 걸렸고 우리 전남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영광군은 식수까지 위협을 받는 실정으로 연암제는 저수율이 20%까지 떨어졌다. 평균 저수율도 30%에 불과해 전년 80%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인간에게 주어진 대책이 겨우 절약이라는 단순한 방법 외에는 없다. 눈이 제법 내렸다지만 식수원도 해갈이 되지 않고 있다. 벌써 2월이고 모레가 입춘이다. 만일 봄 가뭄으로 이어진다면 농민에겐 큰일이다. 5일을 즐기는 수영장의 물은 봄에 흘리게 될 농민들의 눈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이라는 느긋한 마음을 거둬들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식수부터 아끼고 절약하는 범 군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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