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개발도상국가에서 선진국 기준이라는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자동차, 반도체, TV, IT 등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으로 세계와 경쟁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난 3-40년간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초단기 압축 성장을 하였습니다. 그 성장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전 국민이 전쟁의 상처를 이겨내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촛불혁명이라는 민주주의 방법을 통해 무능하고 부패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켰고 투표를 통해 문재인대통령을 당선시켰습니다. 이 또한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민주주의의 승리이자 우리 국민의 승리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이 늘면서 다양한 복지정책도 늘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헌신과 희생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 이러한 정책은 불안과 혼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습니다. 성남시에서 펼친 청년배당이 대표적인 정책입니다. 기성세대들은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 비해 부족함이 없는 청년들에게 이런 정책은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또한, 부정적인 사례를 들어 이 정책의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청년배당이라는 정책은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에게 단순히 경제적 도움을 주려는 정책이 아닙니다. 하루에 4시간정도 최저시급으로 계산해 청년들을 지원함으로써, 청년들이 그 시간을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고민하고 탐구하면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는 정책입니다. 비록 우리가 이런 정책의 혜택은 받지 못했지만, 좀 더 밝은 미래를 위해 기꺼이 후배들에게 이런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문재인대통령 헌법 개정안을 보면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과 농어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에 관한 내용이 추가 되었습니다. 헌법에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이 명시되고 농어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원을 해야 한다는 내용은 고무적인 사건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농어민의 권익을 위해 싸워온 많은 농민들과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지속가능한 농어촌을 위한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고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독일의 농업이 우리나라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독일 농업 정책의 목표는 농업을 통해서 자연을 보호하고 문화경관을 유지 보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농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독일은 이 목표를 위해 농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이끄는 꾸준한 홍보를 하고 있으며, 농민이 농촌을 떠나지 않도록 하는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과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농민 자격증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독일은 농민이 되기 위해선 농민 자격증이 필요합니다. 농민은 안전한 먹거리를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사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만 6세에 초등학교에 들어가 4학년(4년제)이 되면 진로를 결정합니다. ‘농민이 되려면 5년제 실무학교를 거쳐 3년제 직업학교를 나와 농업국 부설 농업전문학교를 수료(3학기)하고 국가 공인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농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농민이 되면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농민으로 일하다 65세가 되면 은퇴해 연금을 받습니다.

독일 농업과 우리나라 농업이 다를까요? 아닙니다. 본질적으로 땀 흘려 일하는 과정은 동일합니다. 차이점은 독일은 농촌과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시스템을 마련하고 지원한다면 우리나라는 생산과 소득에 초점을 맞추고 지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 농업도 경제처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제는 대기업(대농) 중심, 생산 위주 정책이 아니라 절대 다수의 중소기업(중소농)의 보편적 정책에 초점을 맞춰나가야 할 시기입니다. 하루아침에 우리 인식이 바뀔 수는 없겠지만, 우리 스스로 이런 인식 개선을 위해 좀 더 노력하고 우리 일에 자부심을 가진다면 분명히 더 밝은 미래가 우리를 기다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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