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전 사)한농연 영광군연합회장, 대추귀말자연학교 교장

영광 특성화 고등학교 현장은 폭탄 맞은 패잔병 수용소 같다.

몇 일전 영광에 있는 모 특성화고등학교 교사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서 요즘 학교현장의 분위기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다. 그 선생님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학교현장은 한마디로 폭탄 맞은 패잔병들의 집합소 같다고 했다. 수업시간에는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것도 아니고 아예 교실바닥에 드러누워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고 한다. 일어나라고 깨우면 도리어 쌍욕을 해대고 난 스스로를 포기한 사람이니 건들지 말라고 악을 쓰며 대든다고 한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보고 인사하는 아이들은 극히 일부요 선생님들을 알기를 한마디로 돈 받고 교육하는 봉급쟁이로 치부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데나 침 뱉는 것은 일상화된 모습이고 쓰레기는 버릴 줄만 알지 치우는 것은 절대 안하려고 하니 교실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교육은 어디가고 아이들을 모아놓고 관리만 하는 것이 요즘 특성화고등학교의 교육 현실이라는 것이다. 물론 모든 특성화고등학교가 다 이렇다고 일반화 시키는 것도 무리가 있겠지만 농촌의 특성화고등학교는 정말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이런 교육실종의 사태가 장기화되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사회가 떠안게 될 것이란 생각에 비통한 마을이 앞선다. 이렇게 졸업한 아이들이 사회에 나오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니 악순환의 연속이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이다.

교사들에게만 이런 아이들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할까?

교권은 고사하고 사람으로서 지켜줘야 할 인격까지 침해당하는 현실 앞에 교사들에게만 이런 사회적 병리 문제를 다 해결하라고 떠미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교사가 이런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대안을 찾아 아이들에게 뭔가 가치 있는 것을 심어줘야 할 1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교과를 맡은 교사들은 전혀 수업에 대한 동의가 안 되어 있는 아이들을 상대로 벽 앞에 대고 교과수업을 가르쳐야 한다는 현실도 문제다. 이 아이들은 즐기며 노는 것 밖에 관심이 없는데 여기에 대고 수학이 어쩌고 국어가 어쩌고 영어가 어쩐다는 이야기를 해 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교과 선생들에게 수업에 대한 재량권을 대폭확대하고 아이들과 협의 하에 그 교과에 최대한 접목할 대체 수업거리를 찾도록 해서 가르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진정 어려운 일일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지역의 미래를 위해서 심각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선생님의 몫만이 아니라 지역의 교육지도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할 주제라 생각한다.

특성화 고등학교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병을 치료할 최상의 방법이다

지난해에 기회가 있어 사회복지의 선도국가인 핀란드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 나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모든 아이들을 그물망처럼 돌보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그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주교사와 학교 담임샘, 학부모, 교육청, 지방공무원들이 정기적이며 지속적으로 그 문제 아이를 위해 만나고 토론하고 대안을 제시해서 다시 교육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었다. 과연 우리 영광군은 이렇게 무기력하고 아무런 꿈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이 모든 문제의 해결은 교육청에서 알아서 하고 교사한테 맡겨만 놓으면 해결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가? 그렇게 맡겨놓았더니 직금의 사태까지 다다른 것 아닌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아이들을 제대로 보듬고 지역에 필요한 인재로 만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일에 지역의 정치인과 교육지도자들이 함께 고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아이들을 깨우자!

가장 먼저 아이들의 실태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이들의 기초적인 학문 수행능력이라든지 가정형편, 병력, 관심영역 등 아이의 현실을 알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뒤 이 데이터를 근간으로 일대일 내지는 관심영역별 그룹 만남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때 학교 교사들도 이 그룹에 속해 아이들과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하자. 그런 뒤 필요한 상담샘이나 멘트와의 연결 등을 지역사회와 함께 나서서 해결해 주면 다양하고 관심분야에 맞는 실재적인 교육이 현장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이런 교육은 교실에서만 이루어질 수 없으니 현장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고 이런 현장 활동 역시 교육과정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 도 교육청에 이런 계획서를 보내 시범학교를 지정받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줘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아이들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워주면서 자기의 관심분야를 찾아 인턴쉽을 꾸준히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교사들도 교과목이란 굴레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담당한 아이들을 찾아다니면 상담도 하고 애로도 듣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아이들에게 실재적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럴 때 아이들이 믿고 상담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겠는가?

또 이런 과정을 통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지역을 현실적으로 경험한 선 지식을 갖고 있으니 그 대안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며 창업이나 직업을 가질 때도 실패 확률이 그만큼 적어져 사회손실 비용이 줄어들 것이 아닌가? 이런 적극적인 대안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데는 일정정도의 예산도 필요하고 사람도 필요할 것이다. 중앙정부에서 일자리 창출 때문에 혈안이 되어있는데 이런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인력을 활용한다면 다 시군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모델케이스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다른 어떤 것보다 시급하고 시급한 일이 이 일아 아닌가? 응답하라! 영광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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