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김남주 시인이 '옛 마을을 지나며'에서 읊었듯 옛날 어른들은 반드시 몇 개는 남겨두고 감을 땄습니다. '까치밥'이라는 것이 원래는 효성이 지극하여 늙은 부모새를 죽을 때까지 보살핀다는 까마귀를 위한 것이었고, 그래서 일부지방에선 아직도 '까막밥'이라고도 합니다. 아마도 까치가 사람 동네에서 살며 친숙해진 길조여서 바뀐 것이 아닌가 싶은데 까치밥이든 까막밥이든 그것은 추운 겨울이 시작되면 먹을 것 구하기가 쉽지 않을 날짐승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였습니다. 짐승들을 위해 가을걷이가 끝난 벌판에 이삭을 다 줍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과 같은 마음입니다.

이렇듯 까치밥은 약자를 배려하는 우리 조상들의 따뜻한 마음과 하찮은 미물과도 나누면서 세상사는 이치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 어른들은 아이들이 몰래 까치밥을 따려고 하면 '인정머리 없는 놈'이라며 야단을 쳤습니다.

서리가 내리고 감 수확을 앞둔 초겨울 하늘은 가을 하늘보다 더 맑고 푸릅니다. 올 해는 문재인대통령 인기와 더불어민주당의 선전으로 세상은 유난히도 더 푸를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무소속 모 군의원후보가 보낸 메시지에는 영광군의회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 '까치밥' 하나는 남겨달라는 간절한 호소가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들이 전 의석을 석권할 것 같은 이런 상황을 까치밥이라고 표현한 그 위트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사실 까치밥이라는 표현은 역설적으로 당시 노무현 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전 경선에서 충청도 사람들에게 까치밥은 좀 남겨 달라고 호소했었던 표현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화롭고 건강한 영광군을 위해 까치밥몇 개는 남겨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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