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지방선거가 끝났다. 불과 13일의 짧다면 짧은 유세 여정이지만 출마자는 힘들었을 것이다. 지방선거 이래 23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남북미의 회담풍에 밀려 관심을 끌지 못하고 낮을 것이라는 개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박근혜 학습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그래서 직접 겪는 체험학습 이상 좋은 교육은 없나보다. 여가 이기든 야가 승리하든 상관이 없다. 많은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를 한다면 참다운 민주가 되는 것이다.

타 지역에 비해 영광은 선거 열풍 온도가 조금 약했다. 지자체의 꽃이라는 군수 선거가 박빙 대결 양상을 가져오지 못한 결과다. 누구도 자신 있게 나서지 못한 이유가 현 군수의 신망도를 이기기 힘들다는 판단이었다면 그것도 군민의 선택이다. 군의원을 비롯해 도의원과 군수까지 정해졌고 이젠 4년의 임기가 그들을 기다린다. 군민의 선택을 받았으니 그에 상응하는 기대치를 저버리면 안 될 것이다. 선택된 사람의 부담감은 의무이고 사명이다. 그래서 선택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지 않았는가. 입성하면서 의무를 버리고 완장을 택한다면 군민에 대한 배신이다. 그만큼 공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영광의 문화예술인들을 대신해서 당선인들에게 몇 마디 고언을 하고자 한다. 현재 우리 지역의 상황과 군에서 지향하는 추구점을 점검해 봐야 한다. 군 재정의 대부분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면 영광의 문예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의 취지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른바 실질적 문화발전 기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각종 행사에서 끼워 넣기 식의 활동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아직 누구도 살펴준 적이 없다. 어느 지역이나 공연예술과 전시예술을 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공연은 공연장이, 전시는 전시장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공연장은 대공연장과 소공연장으로 나뉘어 운영이 되고 있지만 전시장은 없는 것이 우리 지역 영광이다. 몇 번이고 강조하지만 공연보다 전시 예술을 하는 사람이 더 많다. 예술의전당 전시실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다. 얼마 전 남도의 여류미술가들이 이곳에서 전시를 한다고 모였을 때 왜 우리가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웠을까. 차라리 행사를 유치하지 않았음이 옳았다. 스스로 영광의 시설문화 수준을 폄훼한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당선인들에게 바라건대 지역의 문예를 이렇게 방치하면 안 된다. 기껏 생각한다는 것이 디자인 공모를 통해 지어진 예술의 전당 이마에 이상한 깜박이 글씨나 새겨 넣는 수준 이하의 행동이 적어도 당선인들에게서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군의원 개인의 의견이 반영되어 이루어진 이런 어처구니없는 디자인 훼손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업비 1,700만원이 문제가 아니라 자문위원도 모르게 단지 의원의 지시만으로 진행 되는 이런 사업은 단연코 없어야 한다. 이젠 기초의원도 수준을 조금은 업그레이드해야 하지 않겠는가.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란 것이 지역의 문화 수준이다. 물질적 풍요는 다음이다. 물질의 풍요는 문화가 끌고 올라가기 때문이다. 평생 개인 전시회 한번 제대로 못하고 외지의 미술관 대관료만 애타게 알아보고 있는 지역의 문예인들이 조금이라도 안타깝다면 조그만 전시관이나 미술관 하나쯤은 가능하지 않은가. 수십억 들여서 홍보관은 곳곳에 지으면서 그림 한 장 걸 곳 없는 현실이 우리 영광이다. 심지어 문화원 원사도 전남에서 3곳만 없다는데 그 중 한 곳이 바로 우리 영광이다. 이제 터를 잡고 설계에 들어갔지만 이것 역시 뜻있는 한분이 강력하게 밀어 붙이지 않았으면 아직 계획도 잡지 못했을 것이다.

4년은 긴 시간이다.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새로 출발하는 당선인들이 초점을 맞춰야 할 지향점을 이젠 문예로 잡아주길 간절히 바란다. 사업비가 없다는 말은 하지 말자. 이보다 더 중요한 사업은 없다. 정서가 지역을 살리고 인구를 늘리는 지름길이다. 이웃 고창은 요즘 신바람이다. 문예가 살고 정서가 살고 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고창보다는 더 풍요로운 물질과 사업비 그리고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가 뒤질 이유가 없다. 당선인들은 무엇이 중한지를 살펴야 한다. 이제 길이나 하천, 골짜기 사방공사 등 할 만큼 하지 않았는가. 영광 문예인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조그만 미술관과 작은 관심이다. 영광을 더 이상 무지한 지역으로 추락시키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문화암흑기 23년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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