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보편의 인권이 우선되어야 하지는 않을까?

고봉주/ 영광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반체제 인사 류사오보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사오보는 중국의 변호사 겸 작가이다.

1955년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태어난 류사오보는 문화대혁명 당시 지식청년이라는 이유로 건축공사장에서 막노동을 전전했다.

그러나 그는 지린대학 중문학과에 입학 후 베이징사범대학에서 석박사를 이수하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였으며 이 후 미국의 컬럼비아대에서 방문학자로 지내다 198964일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이 발발하자 곧바로 중국으로 돌아와 민주개혁을 요구하는 운동에 동참한다.

허우더젠(侯德建), 가오신(高新), 저우둬(周舵)와 더불어 '천안문 사군자(四君子)'로 불리게 된 류사오보는 사태 발생 이틀 뒤인 66일 반혁명 선전선동죄로 체포되면서 강단에서 쫓겨났으며 이후 작가로 전향한 후 중국 공안의 집중감시 대상이 되어 199610월부터는 사회질서교란죄라는 명목으로 3년간 노동교화형으로 복역을 하기도 했다.

국가 전복선동죄로 11년형에 2년 정치권리박탈형을 선고받고 랴오닝(遼寧)성 진저우(錦州)의 한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중국 정부가 류사오보는 물론 가족들마저 가택 연금하면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다 20175월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해외에서 치료 받기를 원하면서 미국과 독일 등 서방 국가들이 인도적 견지에서 출국을 허락하라고 외교적 압력을 가했으나 중국 당국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투병을 이어가던 류사오보는 201771361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메르켈 총리와 인권

투병생활을 하던 류사오보의 곁에서 극진히 간호를 했던 부인 류샤가 지난 11일 중국을 떠나 독일에 도착했다.

중국 외교부는 치료를 받으러 독일에 갔다고 밝혔으나 언론들은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류사의 출국에 결정적으로 기여를 한 독일의 여걸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그동안 중국 정부를 향해 류사의 출국과 함께 반체제 인사들의 인권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를 해왔다.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몇 차례에 걸쳐 국가적 경제보복을 단행하기도 했지만 인권이 우선이라는 그의 신념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류샤를 외국으로 보내 달라는 류샤오보의 유언을 끝까지 들어주기 위해 중국 관리들과 막판 교섭을 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것은 단지 류사만의 문제를 떠나 중국 반체제인사들의 인권개선에 대한 국제적인 압박이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의 뚝심으로 류사는 결국 독일로 갈 수 있었으며 세계의 언론들은 메르켈 총리를 들어 경제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인권을 우선시하는, 즉 인류 보편적 인권을 위해 국가지도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똑똑히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람이 먼저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이데올로기였다.

사람이 먼저다는 주장이 담긴 '문재인의 힘- 사람이 먼저다'는 책으로 출간이 되었으며 문 대통령의 선물용 시계에도 이 글귀가 새겨져 있다.

굳이 천부인권설까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사람'을 다른 말로 바꾸면 인권이라는 말일 것이며 사람이란 곧 '인권'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사람이 먼저다.”라는 주장도 체제나 경제적 상황, 현실적인 여건 등에 따라 달리 적용이 되어야 하는 지는 참으로 모를 일이다.

최근 통일부가 지난 정부에서 어렵게 만들어졌던 북한인권재단 사무실을 폐쇄했다고 한다.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었겠지만, 남한에선 기업이나 제도, 공권력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각을 세우면서도 유독 북한에 대해서는 주민보다 세습 체제가 먼저일 수 있다고 외면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사람이 먼저라고 외쳤던 정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그리고 평화통일을 위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유린과 특히 북한에 억류중인 우리 국민의 인권문제를 잠시 덮어두자는 식의 논리는 경제발전을 위해 자유와 인권을 잠시 보류하자는 유신독재의 해괴한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북핵폐기도 좋고 북한의 개혁개방이나 개발도 좋다.

그러나 그 전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회담성사라는 이유로 북한의 세습체제하에서 고통 받는 주민들의 인권을 외면해서는 않된다는 이야기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자국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더군다나 무역제재를 받아가면서까지 류사오보의 석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것은 인류보편의 인권이 그 무엇보다 우선하여 중요했던 까닭이었다.

과거 '사람이 미래다.'라는 기업 이미지 광고가 있었으며 한 대선 후보의 캣치프레이드에서도 '사람이 희망'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현 싯점에서의 남북회담도 절실하지만 북한의 인권문제도 당당히 거론을 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정부라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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