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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반시설의 재고(再考)
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2018년 09월 17일 (월) 11:08:41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어제부터 불갑산 상사화축제가 한창이다. 유래 없는 폭서와 가뭄으로 인해 농작물은 물론 모든 식물이 상당한 외상을 입었다. 울타리의 홍가시나무도 여름동안 성장을 멈춰 있다가 이제 겨우 붉은 잎을 밀어 올리고 있다. 염려스러워 둘러본 불갑산은 예상대로 아직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있었다. 폭염의 여름이 끝나고서야 내린 비는 꽃무릇을 정상으로 밀어 올리지 못했다. 시기적으로 일주일 늦춰서 추석과 연계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축제장에 부역으로 항상 등장하는 것이 문화전시와 체험장이다. 체험은 현장성이니 별 문제가 아니지만 전시예술은 경우가 다르다. 일단 여건이 맞지 않는다. 작품성을 살려줄 조명도 없고 걸개도 없다. 텐트에서 오로지 이젤에 의존을 해야 하는 악조건은 바람만 불어도 넘어지고 깨지고 난장판이 되고 만다. 그래도 동호인들은 즐겁다. 많은 관광객들의 눈길을 받는다는 사실이 즐겁기 때문이다. 전시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전문가와 아마추어를 떠나서 즐거움의 분모는 전혀 다르지 않다. 보여주는 즐거움 이상 좋은 것이 있을까. 문제는 이러한 기쁨과 즐김의 카타르시스를 축제장의 더부살이로만 느껴야 한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참여단체의 제한이다. 장르마다 많은 단체가 있지만 대표적 단체도 들어가기가 어렵다. 식물단체와 체험까지 비율을 맞추다 보면 불과 몇 개 단체만 선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시예술인에게 절실한 것이 바로 전시관이다. 영광에서 반드시 갖춰야할 시설이 미술관이나 전시관만은 아니다. 행정과 문화가 가장 뒤진다는 전라남도 전체를 둘러봐도 그 가운데서도 영광은 최 하위권이다. 부끄럽지만 인정해야 한다. 지역의 정신문화를 선도하는 방법으로 가장 필수적인 것이 바로 문예부문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면서도 실행이 없다는 사실이 의문이다.

영광에서 문예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같은 말을 십년 이상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시예술을 위한 기반 시설을 호소한 기간이다. 행정에서 느끼지 못하는 문화충격을 안고 살아야 하는 문예인들의 아픔은 이웃 고장 어디를 가도 나타난다.

몇 년 전부터 나왔던 문학관 건립 관련 주장도 언제부터인가 시나브로 스러지고 이젠 거론조치 되지 않는다. 원인은 간단하다. 지역의 문학인들이 팔을 걷어붙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목적은 순수해야 한다. 사심이 들어가면 이권 없는 목적을 추구할 이유가 없다. 문학관을 원하는 문학인이라면 지금이라도 한마음 한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나서는 것을 극렬히 싫어하는 인물들이 여론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한 문학관은 없다. 그 속에는 시기와 질투가 버무려져 지역 문예인들의 희망을 소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광 문맥을 주도한다는 칠산문학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힘이 없다. 영광에 거주하는 회원들이 거의 없고 외지에 흩어져 있으니 당연하다. 관내에서 활동하는 소수의 회원도 솔직히 관심이 없다. 행정의 무관심만 탓할 일은 결코 아니다.

토목과 건축의 딜레마에 빠져버린 행정에서 기인한 반목과 질시 그리고 내편 아니면 적이라는 극단적 정치 후유증을 녹여내는 방법은 바로 성숙한 정신문화다. 예술을 사랑하고 고상한 정서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반목과 질시는 부끄러움이다. 그래서 우리 지역에 절실한 것이 전시관이요 문학관이다. 여기에 군의 모든 것을 검색 가능한 자료실까지 겸비해야 함은 필수적이다. 선진국은 각 지역의 생태부터 정리하고 관리하지만 우리에겐 언감생심이다. 정리는커녕 하천은 직강으로 야생화 군락지는 공원을 만들어버렸다. 생태 보호가 아니라 이미 상당량이 유실되고 말았다. 자료실이 지어져도 가장 중요한 자연생태의 자료는 없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영광군에는 전문가가 없다.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행정에 군민의 정서는 메마르고 젊은 층은 이탈한다. 군의 관광과 예술 그리고 교육을 담당하는 실과에 전문 별정직이 꼭 필요한 이유는 잦은 인사로 인한 전문직의 부재도 있지만 일관성 있게 이어지는 업무를 위함이다. 전시관과 문학관, 자료실 등은 이들과 연계되어야 한다. 영광의 대표 문화재인 우도농악의 전수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시점에서 문화 기반시설을 말해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 그래도 전시관과 문학관은 지어져야 한다. 문예 없는 행정은 반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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