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하/ 영광군농민회장

온통 들녘이 황금물결이다.

오랜만에 쌀가격이 상승하여 수확을 앞둔 농민들의 주름진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한결 보드랍게 느껴진다.

하지만 2018년을 갈무리하는 농민들의 마음은 그리 편치만은 않다. 너무 생소하게 쌀값 폭등이란 언론보도가 우리 농민들을 절망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쌀가격이 회복된 것은 정부의 논 타작물 전환 등 농민의 희생으로 쌀 생산조정 정책으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지난 20년간 왜곡된 쌀가격이 바로잡아지는 첫발임에도 불구하고 연일 언론들은 우리농민들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이전 농업정책을 시행하라고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쌀은 농민 소득을 대표하는 주곡이며, 국가적으로는 식량 안보상 절대적으로 생산안정이 요구되는 곡식이다. 쌀값은 지난 2005'공공비축수매제도'로 대표되는 새로운 양정 정책 시행 뒤, 12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며 농심을 속터지게 만들더니 올해 생산조정제란 제도를 통하여 왜곡된 쌀가격에 급제동을 걸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자료(1월 기준)에 나타난 쌀값 추이를 보면, 198047600여원 199095100여원 2000165000여원 201013만여원, 2017153000여원이다. 35년 동안 쌀값 세 배 올랐다

지난 35년 동안 쌀값은 겨우 3배가 오른 셈이다. 다른 품목과 비교하면 어떨까? 같은 기간 동안 국립대 등록금 인상폭을 살펴보자. 1980년 국립대 1년 평균 등록금은 344000여 원이었다. 그리고, 2015년에는 418만여원으로 12배가 올랐다.

30여 년 전만 해도 논 스무 마지기만 있으면 먹고 살고 애들 교육은 시킨다고 했는데 요즘은 백마지기(2만 평)를 지어도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짜장면 값만 해도 1980년 평균 350원에서 20185,000원으로 14배 가까이 올랐다.

쌀값이 이렇게 왜곡된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첫 번째는 쌀수입이다. 두 번째는 식생활의 변화로 쌀소비감소이이며 마지막으로 종자개량 및 방제. 수확의 현대화로 단위면적당 수확량 증대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농민들은 밥한공기 3백원, 1kg 3천원, 쌀한가마 24만원을 받아야만 그동안의 왜곡된 농업정책을 바꿀 수 있다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쌀목표가격이 재설정되는 해이다.

각 정당이 우리 농민들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있으나 실제 정부와 여당의 입장은 그리 녹록하지 않는 상태이다. 적폐청산을 내걸고 있는 문재인정부야 말로 농업의 근본 적폐인 왜곡된 쌀가격을 바로잡고 농민들이 생산한 모든 농산물에 대한 생산비 보장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기업농 육성의 일환으로 쌀전업농 등에 면적 몰아주기 등으로 지금의 농촌은 빈익빈 부익부의 격차가 커지고 있으며, .소농 중심의 밭작물 생산 기반은 철저하게 무너져 가고 있으며 이로 인한 농촌의 공동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쌀값 24만원 정책을 도입함과 동시에 밭작물의 생산비 보장 제도를 도입한다면 중. 소농을 보호하고 귀농.귀촌의 회귀로 농촌 공동화를 막을 수 있는 여러 방법 중에 가장 큰 방법일 것이다.

청년들이 돌아오는 농촌은 지금 현재 살고 있는 농민들의 삶을 가장 안정적으로 보장해주지 않으면 절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수많은 정책과 예산을 쏟아 붓어도 우리 농민들의 깊게 파인 이마의 주름과 굳은살이 덕지덕지 않은 두 손을 어루만져 주지 않으면 그들은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우리 농민들이 그들을 막아설 것이다. 그것은 가난을 대물림 하지 않을 어른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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