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영광군은 20161월 식품제조 가공기술은 보유하고 있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관내 농업인들의 창업과 인허가 등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특산 식품제조가공 제품의 상품화를 위해 영광군 농업인 등 소규모 식품제조·가공사업 육성 및 지원조례를 제정하였다. 특히 조례에서는 기존의 식품위생법상 일정한 시설을 갖추고 등록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규정을 완화하고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규제재선 효과도 있다고 홍보하였다.

농업인 등 소규모 식품제조·가공업 조례의 시설기준을 살펴보면 작업장은 독립된 건물이거나 식품제조·가공업 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시설과 분리되어야 한다. 다만 장기간 식품을 제조하지 않을 경우 식품(농산물)등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자연환기가 가능하고 제품과 제조공정에 따라 환기시설이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별도의 환기시설을 갖추지 않을 수 있다.’ ‘급수시설의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영업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식수용 탱크로 급수시설을 대체할 수 있다.’ 등 기존 식품위생법에 비해 허용 기준을 대폭 낮춰 농업인들의 식품제조·가공업의 문턱을 대폭 낮췄다. 또한, 조례에는 소규모 식품제조·가공사업의 창업과 기업 활동을 촉진하기위해 각종 정보 및 교육·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규모 식품제조·가공사업 촉진을 위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김준성 영광군수는 이번 조례를 통해 관내 우수한 농특산물을 활용한 식품제조 가공이 가능해 읍면별로 특화된 식품가공 산업을 발전시키고 농업인 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선별과 포장 과정에서 제 값을 받고 팔기 어려운 비품(상품성이 떨어지는 제품)량도 많아지고 있다. 또한, 농산물을 가공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농가들의 노력도 계속해 증가하고 있다. 이에 영광군은 영광군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가공센터를 통해 식품제조 가공에 필요한 교육을 진행하고 조례를 통해 창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가공센터에서 교육을 수료한 많은 농업인들이 실제로 식품제조가공업 조례의 혜택을 받아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손에 꼽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교육만 수료하면 나만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부푼 꿈은 교육 수료와함께 현실의 높은 장벽을 실감할 뿐 희망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영광군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가공센터에는 교육을 받고 시제품을 만들어 볼 정도지 내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가공센터에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제품 공정라인과 인력, 기술력이 갖춰져 있지 않아 공간을 이용하기에 한계가 많다.

그럼 제정된 식품제조가공업 조례를 통해 농업인이면 손쉽게 식품제조가공업 허가를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도 어렵다. 대부분 농가주택에는 불법 가건물들이 많다. 이런 불법을 합법화시키지 못한다면 시도조차도 할 수 없다. 그리고 식품제조가공 설비는 생각보다 고가 장비가 많다. 하지만, 조례만 제정되었을 뿐 별다른 지원사업이 없다보니 재정적 부담이 커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농부가 피땀으로 키운 농산물을 버리겠는가? 많은 농업인들이 불법인줄 알면서도 불안한 마음으로 가공품을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다. 이러한 실정인데도 행정은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있다. 불법이라고 막는 것보다 불법적인 부분을 개선해 적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올바른 행정이 아닐까? 식품제조가공업을 희망하는 농업인들과 예비창업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줄 수 있도록 멈춰버린 시계를 돌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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