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지방자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떠오른 것이 관광이다. 각 지역마다 최고의 관광 브랜드를 골라 축제화 하고 상품화 했다. 유명 문인이 있는 곳은 문인의 이름을 걸었고 알려진 스토리가 있는 지역은 재정비해서 관광 상품으로 내 걸었다. 소재가 빈약한 주위의 지자체에서도 부풀리거나 창의적인 상품들을 만들어 냈다. 소설 속의 심청이와 홍길동이 되살아나고 임시정부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웃 함평의 나비축제는 나름 성공한 축제로 자리를 잡았고 장흥의 물축제까지 등장했다. 테마를 갖고 있는 강진의 청자 축제는 상당히 성공한 사례가 되었고 지역의 특색을 이용한 화천의 빙어축제는 유명 문인을 매개체로 삼아 자리를 잡은 경우다. 축제의 배경을 살펴보면 이미 존재하는 역사 유적을 바탕으로 하거나 유명했던 소설 혹은 작가를 상품화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관광 재료는 풍경이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풍광은 인위적인 연출이 불가능하고 지역의 특색을 가장 잘 나타내 준다. 단지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치가 문제일 뿐이다.

영광은 이러한 점에선 상당한 이점을 안고 있는 지역이다. ‘최초라는 단어를 억지로 만들지 않아도 풍부한 관광재료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 바로 우리 영광이다. 아름다운 노을을 원하지 않아도 멋진 서해안을 따라 황홀하게 연출이 되고 상사화 군락지는 몰려드는 손님들로 몸살을 앓게 한다. 결과 불갑산은 등산객들 발길로 인해 비명을 지를 지경이다. 이른바 천연자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이용한 소득창출이다. 대다수 군민은 지역 경제에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불갑사를 중심으로 하는 관광 지구는 예전과 달리 계절에 관계없이 꾸준하게 손님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주 손님은 등산객이다. 산세와 육질이 좋아 간단하게 등산을 즐기는 장소로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지역의 경제에 보탬이 되려면 이들이 호주머니를 열어주어야 하지만 돈을 쓸 곳이 없다. 도립공원으로 지정이 되었다고 자랑하는 이곳에 식당만 달랑 7곳이고 힐링 센터까지 합해봐야 8곳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 저가의 보리밥이 주 메뉴이고 보면 거대한 자연의 자산을 제공해준 결과치곤 너무나 초라한 소득이다. 물론 불갑사를 찾는 손님 중엔 영광 관내에서 조금의 소비를 하는 부류도 있겠지만 숫자에 대비시키면 너무나 미비하다는 의견이다. 이용 가치의 중요함을 망각하고 있으니 방법을 강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천연자원은 백수해안도로다. 전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들어봤자 지역경제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명예에 불과하다. 구수리에서 답동까지 이어지는 15Km가 넘는 아름다운 해안과 함께 어우러지는 저녁노을은 강력한 지역소득창출의 무기임에 틀림없지만 쓰지 않는 무기는 고철에 불과하다. 현재 해안도로의 상황은 말하지 않아도 영광 주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거의 모든 지역이 보존관리지역으로 묶여 있어 수익창출을 위한 어떠한 경제 행위도 할 수가 없게 되어있다. 지역 경제의 축을 담당할 수 있는 천연의 자원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관광 축은 77번 국도로 몰리고 있다. 서해의 비경인 섬과 섬을 이으며 내려온 도로는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영광대교를 지나 해안도로에서 정점을 이뤄야 한다. 곱으로 생각해 봐도 영광군에서 최고의 관광특구 후보는 해안도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젠 영업 허가를 위해 규제의 틀을 풀어야 할 때가 되었다. 서해의 77번 국도는 향화도의 영광대교가 마지막 길을 트면 열리게 된다. 그 길은 물과 같다. 규제의 벽을 낮춘 곳으로 손님의 물길은 흐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스쳐가는 손님은 지역경제와는 상관이 없다. 주머니를 열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관광 행정의 기본이다. 현재 해안도로는 관광객들의 눈을 위한 것이지 입과 감성을 위한 곳은 아니다. 이제 머물러 갈 장소를 마련하고 영광의 문화를 팔 수 있는 장소를 만들 시기가 되었다. 그렇지 못하면 영광대교를 통해 집토끼까지 무안과 신안으로 빠져나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전국의 관광객을 영광으로 불러들이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곳이라면 해안도로의 일부가 아닌 해안도로 전체가 관광지구로 재탄생하고 기반시설을 갖춰야만 한다. 최고의 재료를 가지고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이는 온전히 셰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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