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들에게 책 한 권의 여유를 전해 온 한길서림이 문화진흥원의 동네책방 사업에 선정돼 찾아가 보았다.

 

 

 

책 냄새나는 서점, 서점다운 서점 지키기 위한 자존심

지역문화진흥원 주관 동네책방 문화사랑방사업 선정

시간이 나면 책을 읽었던 예전이라면 지금은 오히려 책을 읽기 위해 시간을 내야 한다. 한 글자라도 더 읽기 위해 바닥에까지 주저앉아 책을 읽던 풍경은 어느새 과거가 되었다. 책을 향한 열정으로 북적북적하던 시절, 그때의 열정을 지금 시대에 맞게 다시 꽃피우기 위해 늘 고민해온 서점이 있다.

영광의 대표서점 한길서림’(대표 김미자)은 서점을 열고 싶다는 꿈과 함께 영광에 자리 잡았다. 95년 처음 문을 연 이후 26년간 한자리를 지켜오다가 올해 초에 확장 이전하며 새롭게 공간을 꾸몄다.

요즘 추세에 맞춰 북카페나, 생활잡화와 문구를 함께 파는 숍인숍에 대한 유혹도 있었다. 수익을 위해서 2층 공간을 아예 카페나 만화책방으로 만들라는 주위 의견들은 지금도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김 대표는 책을 향한 시선이 커피나 문구, 장난감 등에 꽂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서점은 책이 중심되어 종이책 냄새 풍기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책으로만 가득 채웠다.

책을 향한 사랑 덕분에 최근 지역문화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동네책방 문화사랑방사업에 최종 선정되었다. 지역주민들이 모여 문화를 향유하고 교류하는 공간을 동네책방에 마련하여, 서점이 지역민들의 소통의 장이자 문화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김 대표는 지역작가와 함께하는 인문학 산책을 주제로 우리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지역주민이 어우러져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지역문화진흥원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하고 다양한 문화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한길서림도 이 시기에 맞춰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옛말이 있듯 오랜 책방 운영에 사연도 있다. 가슴팍에 묵직한 사전을 숨겨서 훔치려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사전을 툭 떨어뜨려 그 자리에서 딱 걸린 학생도 있었다. 학생이 한 쪽 구석에 책 들고 서서 반성하는 도중에 마침 서점을 방문한 경찰 지인이 그 장면을 발견한 것. 생각지도 못하게 일이 커질(?) 기미가 보이자 오히려 중간에서 해결한 추억도 있다. 또 한 번은 학생들에게 박스째로 훔친 책을 돌려받은 적도 있다. 자기들끼리 돌려본 탓에 새 책이 헌 책이 되어 돌아왔지만 지금 보면 책방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이제는 한층 업그레이드한 동네책방에 도전한다.

김 대표는 책 읽는 문화를 일상에 되새기기 위해선 서점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노력도 필요하다라며, “10분이라도 서점에 들러 책을 맛보는 여유를 즐겼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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