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농업인구의 지속적 감소와 지방소멸 위험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전국의 많은 시군이 동일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고 정치인들은 연설 단골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설마 우리 고장이 사라지기야 하겠어!”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해마다 인구가 줄어들고 아이 울음소리가 멈춘 마을이 많아지고 있음에도 왜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걸까? 그건 지방소멸의 원인에 대한 문제 인식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소멸이란 개념을 영광군 전체가 소멸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구가 줄어 영광군 곳곳에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이 많이 생긴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영광군은 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을 지역 내 청년인구 감소에서 찾고 있는 것 같다. 그럼 일자리를 늘리고 정주여건을 개선해 거주하는 청년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편의시설이 집중된 몇몇 읍면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읍면은 소멸의 위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영광군 인구는 줄고 있지만 영광읍은 계속해서 인구가 늘고 있는 것이 이러한 현상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지방소멸은 농업인구 감소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자료:한국고용정보원, 한국의지방소멸 2018, 2018. 7.]에 따르면 1998440만 명이었던 전국 농가인구는 2017242만 명으로 줄었고 2028년이면 191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99819.6%였던 65세 이상의 고령 농가인구는 201742.5% 2028년이면 52.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라남도만 떼어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17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농이 63.1%로 고령화가 전국에서 가장 심각하게 진행된 반면 20~40세 미만 청년농 비율은 고작 1.03%에 불과하다. 우리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는 수치가 점점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청년들에게 농업에 종사하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전라남도 경지면적*판매금액에 따른 농가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지면적이 3ha(9,000)이상이면서 소득이 3,000만원 이상인 농가 비율이 전체 농업인 중에서 13.3%에 불과했다. 전남의 절대 다수 농가가 중소농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농업이 육체적으로 힘들어서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청년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농업인구 감소가 지역 내 다른 산업의 발전에 따른 자연적인 감소라면 지방소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농가인구 감소가 다른 산업까지 위축시키고 있다면 지방소멸은 당면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영광군에서 가장 많은 인구와 절대적인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농업이 심각한 고령화로 이미 활력을 잃었는데 영광군의 미래를 말할 수 있을까?

백번 양보해도 농업은 영광군 산업의 근간이다. 농업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관련 산업이 연결되어 있다. 지역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건 농업의 주역이 청년이 아니라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63.1%65세 이상의 고령농이기 때문이다. 지역화폐를 도입하고 다양한 활성화 정책을 써도 효과가 미비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은 소비보다 평생 절약이 몸에 베여 있기 때문에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농업의 근간이 이미 뿌리채 흔들렸다면 지나친 말일까? 20-40대 청년농이 1.03% 밖에 되지 않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100명중 1명꼴 밖에 되지 않는다. 당근책을 쓴다고 도시의 청년들이 지역에 내려와 농민이 되려고 할까, 귀농정책을 아무리 확대해도 지역의 청년들이 먼저 농업을 외면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근본적인 정책이 될 수 없다. 청년창업센터, 신재생에너지, e모빌리티 등 신활력 사업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거대한 댐에 구멍이 생겨 물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이를 방치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건물만 짓는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까? 결국에는 댐이 무너져 온 마을이 물에 잠기고 말 것이다. 농업은 공익적 가치뿐만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각종 보조금을 늘리고 농어민 공익수당을 도입해 농가소득을 보전해주는 정책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겨우 도시와의 소득격차를 줄이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먼저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폐지했던 농업과를 부활시켜야 한다. 그리고 종국에는 전문 농업고등학교를 신설해야 한다. 도시의 농업대학교를 유치해 연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을 통해 영광 농업을 이끌어 갈 청년농들을 육성한다면 적은 예산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인재육성자금, 농업발전기금은 바로 이런 학생들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영광을 지켜나갈 버팀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농업고등학교나 농업대학을 나온 학생들을 산업인력요원으로 편입하여 군대를 대체시켜 공백없이 창업농으로 육성시켜야 한다. 이는 파격적으로 보이지만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들이다. 이렇게 해서 해마다 50명 이상의 청년농을 육성해야 한다. 그래도 1,000명의 청년농을 키워내려면 20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육성된 청년농이야 말로 인구소멸을 막는 선봉장이자 영광농업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다시 묻는다. 지방 소멸 문제가 어디에서부터 시작했는가? 언제까지 이 문제를 외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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