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시인

6월부터 12월까지

아무래도 곡우철에 찾아오는 칠산다의 진객인 굴비 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해야겠다.

굴비가 원래 석수어 또는 조기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지만 고려 역신 이자겸과 관련해서 굴비라 불려지게 되었다는 유래는 일반인들이 다 아는 사실이기에 각설하고 그 맛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옛날 안마도에 살던 처녀가 육지로 시집 간 후 오랫만에 안마도 친정을 오게 되었다.

동네 아낙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담소를 나누던 중 ''자네 신혼 살림 맛이 어떻든가?'' 하고 농을 건네자 친정을 찾은 새댁이 이렇게 대답 했다고 한다. ''신혼살림 그거요? 조구(조기) 뱃진대기( 뱃살) 맛 만도 못헙디다''

이쯤 되면 굴비가 어째서 국민식단의 대표 음식이 되었는지 알만 하다.

조기는 원래 회유성 어종으로 혹한기 때는 양지강 하류에 있는 대양자 사퇴(大洋子沙堆)에서 겨울을 난 뒤 해빙기가 되면서 산란을 하기 위해 우리나라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기 시작하는데 그 북상 속도가 진달래 개화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영광에 진달래가 피어나면 어김없이 약 1억마리 정도의 조기 떼 군단도 영광 앞바다에 도착을 하게 되는데 이 때 칠산바다에서 잡히는 조기가 진짜 영광굴비의 원재료가 되는 것이다.

5월 말쯤 되면 과자 새우깡의 주 재료인 중하가 살이 올라 제법 육질의 맛을 느끼게 하는데 이 새우는 껍질 째 소금에 절여 젓을 담그면 두고두고 밑반찬으로 쓸 수 있으며, 삶아서 말리면 맥주 안주로 좋다. 그리고 작은 새우중에 젓갈용으로는 오월에 잡히는 오젓, 유월에 잡히는 육젓이 있는데 육젓용 새우는 살이 토실토실 하고 영양가가 최고조에 달해 그 몸값도 최고가를 받는다. 육젓 한 드럼에 천만원을 홋가하는 때도 있었다.

유월에 접어들면서 잡히기 시작하는 병어는 그 몸집에 비해 머리와 입이 아주 작은 것이 특징인데 그래서 지느러미와 꼬리를 빼면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민담에 의하면 아버지 병어가 딸 병어에게 말하길 ''애야 너는커서 아구에게 시집을 가거라'' 라고 하자 딸은 심사가 뒤틀려서 입을 쭉 내밀어버렸기 때문에 입이 작아졌고, 옆에서 듣고 있던 아구는 너무나 기분이 좋아서 활짝 웃어버린 입이 지금까지도 다물어지지 않아 몸집의 절반보다 더 큰 입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병어 요리는 뼈째 막썰어서 먹는데 특별히 병어회는 다른 회와 달리 초장보다는 된장에 참기름과 잘게 다진 마늘을 듬뿍 넣어 찍어먹어야 제 맛이 난다. 병어와 사촌 격인 덕자도 마찬가지이며 찜을 할 때는 감자와 궁합이 잘 맞는다.

병어와 덕자회의 가장 맛있는 부분은 첫째가 머리 뒷쪽 목덜미부분인데 병어는 두 점, 덕자는 네 점 정도의 양이 나온다. 그리고 두번째가 조기처럼 뱃살부분이다.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보리베기 모내기가 끝나고 나면 간석지 갯벌 위에서는 농게들이 활발한 먹이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이 농게들은 독특한 환경에서만 서식하는데 갯벌이라도 사질이 섞인 곳에선 살지 않고 점토질의 순수 갯벌에서만 생활한다.

농게를 잡아서 게간장을 담아 밥 반찬으로 활용해도 좋고, 믹서기에 갈아서 온갖 양념을 섞어 양념장을 만들어서 밥을 비벼먹으면 한 여름 입맛을 돋구는덴 최고다.칠게는 된장을 풀어 삶으면 반찬으로 쓸 수 있고 여름철 청게(일명 갈게)는 노린내가 나기 때문에 먹지 않는다.

한식 때가 되면 먼 바다에서 동면을 마친 대부분의 어종들이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먹이활동 등 그 활성도가 별로여서 낚시가 되지 않지만 오월 말쯤 되면서부터는 식욕이 왕성해지면서 낚시를 할 수 있다.

붕장어(아나고), 농어, 민어, 가오리, 양태, 우럭, 상어, 보구치.광어, 돗돔...등이 주 대상 어종이다.

붕장어는 껍질을 벗겨 통째로 썰어서 회로 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고, 뼈를 빼낸 뒤 소금구이 양념구이로 해먹거나 시래기를 넣고 탕을 끓이면 그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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