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새 먹이로 주는 인간

조장(鳥葬)이란 죽은 사람의 사체처리를 새(鳥類)에게 맡기는 장례법이다.

조장은 인도 서부의 조로아스터교나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인 파르시족, 북서 네팔의 티베트 등에서 행해지고 있는 전통 장례의식으로 알려져 있다.

불을 숭배하는 인도의 배화교(조로아스터교)에서는 시체를 흰 헝겊에 싸고 카라치와 봄베이 근교에 있는 침묵의 탑에 운반하여 새들에게 던져준다고 한다.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인 파르시족도 묘지로 구축된 돌탑 위에 알몸의 사체를 눕히고, 새가 먹은 후에 남은 뼈는 탑 위에서 자연 풍화가 되도록 한다.

불교의 일파인 라마교를 신봉하는 북서 네팔의 티베트인들도 조장을 하는데 그들은 사람이 죽으면 시체를 산중턱까지 운반하여 발가벗긴 후 서쪽에 머리를 두어 안치한다.

장례 집도자(執刀者)인 라마교의 의승(醫僧)이 향을 피우고 불경을 읽는 등의 장례의식을 치른 후 새를 불러 모으기 위해 우선 사체의 늑골 아래 부분을 일직선으로 가른 다음, 세로로 잘라 내장을 손으로 꺼내고 언덕 언저리에 뿌려준다.

새들이 먹기 좋도록 하기 위해 죽은 사람의 머리 밑에 돌을 괴고 큰 돌을 머리 위로 떨어뜨려 시체의 머리를 잘게 부수기도 한다.

몸의 해체가 끝나고 승려들이 내려가면 그 곳에는 수십 마리의 독수리와 까마귀가 모여들어 사체를 뜯어먹는데 다음날 아침에는 뼈 몇 조각과 털만 남게 된다.

조장이란, 육체는 새에 의해서 하늘로 운반된다고 믿는 티베트인의 하늘숭배 신앙이나 연료용 나무가 부족하여 화장이 어려웠던 유목민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장례의식이었을 것이다.

전장에 버려져 부패되어가는 전사자들에 비하면 조장은 기억해주고 슬퍼해 주는 사람이라도 있어 그래도 낳은 편일까?

인간퇴비를 제안한 의사

35년여 전인 1973, 영국의 의사였던 헨더슨은 인간의 시체를 화장하는 것은 가치 있는 천연자원의 낭비라면서 시체를 비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재가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머지않아 인간의 시체가 그 자체로 혹은 쓰레기와 섞여 비료로 재가공 될 날이 올 것이다. 아마도 인간의 시체는 세계 에너지위기를 해소시켜줄 새로운 형태의 연료를 공급해 줄지도 모른다.”고 세계의학지에 보낸 기고문에서 주장을 했다.

그는 또한 인간의 시체는 자연생태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사람들은 죽는 것으로 사회에 대한 기여가 끝나지는 않는다는 사상에 익숙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며 AP통신이 전했다.

시신퇴비를 합법화한 미국

헨더슨의 저주(?)같은 예언이 적중했음일까?

미국의 워싱턴 주에서는 주정부의 허가를 받은 기관이 인간의 시신을 퇴비로 만들어 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이른바 '시신 퇴비화'를 합법화하는 법안이 표결에서 통과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제이 인슬리 미국 워싱턴 주지사가 최근 서명한 인간 퇴비화(Human Composting)’ 관련 법안에 따르면 이전까지는 시신을 매장하거나 화장하는 것만 허용됐지만 내년 5월부터는 원한다면 퇴비화할 수 있게 된다.

존엄(尊嚴)과 허무(虛無)사이

숨진 사람의 시신은 풀이나 나무, 미생물 등을 활용해 37주의 퇴비화 과정을 거치면 자연 분해돼 화단이나 텃밭을 가꾸는 데 쓰이는 흙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종교계에서는 죽은 이의 시신을 매장하는 것은 세상을 떠나는 사람에 대한 존경심을 표출하는 방식인데 유해를 퇴비화하는 것은 죽은 이에 대해 충분한 예우를 갖추지 않는 것이라며 시신을 퇴비화하는 장례 방식에 대해 반대를 하고 있다.

요즘 들어 우리 주변에서도 사체를 매장하기보다는 화장(火葬)을 하거나 수목장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방식이야 어떻든 사람은 결국 새의 먹이가 되거나 불에 태워지고 그리고 한 줌 흙으로 돌아가 나무를 키우는 거름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공간을 양보하고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고등지식을 가진 존엄한 인간으로 태어나 한평생을 살다 가면서 결국은 부패처리되어 퇴비로 사용되어진다고 생각을 하니 허무한 마음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감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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