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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옷장 속에 해골을 숨겨놓고 있는가?
고봉주/ 영광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2019년 11월 11일 (월) 10:42:30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버릴 줄 아는 용기

하루는 석가모니가 제자들을 모아놓고 한 가지 일을 예로 들어 질문을 하셨다.

한 사내가 오랜 시간 뗏목을 엮어 강을 건넜는데 강 맞은편에 다다르자 고민에 빠졌다.

뗏목을 놓고 갈 것인지 가지고 갈 것인지 한참을 생각하던 그 사내는 결국 뗏목을 메고 가기로 결심을 했다.

그동안 강을 건너기 위해 뗏목을 만들면서 들인 공이 너무 아깝고 물길이 험한 강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실어다 주었던 뗏목에 빚까지 졌으니 이 뗏목을 메고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석가모니께서 제자들을 둘러보며 이 사내의 생각이 옳으냐고 물었다.

한 제자가 나서며 강이 아닌 뭍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뗏목을 메고 가면 고통스러운 짐이 될 뿐이라고 대답을 했다.

이에 석가모니께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자들을 향해 설파를 하셨다.

버릴 것은 일찌감치 버릴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석가모니와 제자들의 언행을 모아 놓은 경전인 중부경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어리석은 중생들이 세상의 미련을 내려놓지 못한 체 들쳐 메고 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빗대신 부처님의 말씀이었다.

낙타새로 불리는 타조

터키에는 타조를 조롱하는 듯한 재미있는 속담이 하나 있다.

타조는 날아야 할 때 나는 낙타라고 하고 짐을 져야 할 때는 나는 새라고 한다.”

터키 사람들은 타조를 가리켜 데웨큐수라고 부르는데 데웨큐수는 낙타를 뜻하는 데웨와 새를 이르는 큐수의 합성어이다.

데웨큐수는 낙타새라는 말로 번역을 할 수 있겠는데 타조가 새이면서도 날지 못하는 것 때문에 이런 이름을 갖게 된 것이라는 설이 있는 반면 자신이 힘든 일을 해야 할 때 편한 일만을 쫓아 온갖 핑계거리를 대며 뒤로 빠져나가는 이중인격자를 지칭하기도 한다.

타고난 외모 때문에 조롱을 받아야 하는 타조로써는 억울한 면도 있겠으나 책임을 회피하고 남에게 전가하려는 이중인격자들을 일깨워 주려는 터키인들의 깊은 속마음이 스며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옷장 속에 숨겨둔 해골

미국에서는 고위공직자가 되려는 후보자에게 230개의 질문에 답변을 하도록 한다고 한다.

그 질문의 마지막 문항에 당신은 옷장에 숨겨둔 해골이 있느냐?”라는 질문이 있다.

얼핏 듣기에는 공직후보자가 살인을 해서 보이지 않는 옷장에 시체를 감춰둠으로써 백골이 된 해골이 있느냐라는 질문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은 당신이 혹시 끝까지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느냐?’는 뜻의 관용구로 사용하고 있는 말이라고 한다.

국가나 조직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숨김없이 심지어 옷장 속에 꼭꼭 숨겨 둔 비밀이라도 모두 드러내야 한다는 청교도 정신의 청렴함이 깊게 배인 질문이라고 하겠다.

미국의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우선 대통령당선자의 정권인수위가 1차로 신상을 조사한 뒤 백악관 인사처, 대통령자문위 사무처, 공직자윤리위가 검증작업을 반복해 벌일 뿐만 아니라 상원을 포함해 5차례나 더 검증절차를 걸쳐야 할 만큼 엄격하다.

이와는 별도로 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IRS)도 범죄기록과 납세기록을 샅샅이 살피게 되며 직무와 관련한 과거경력은 물론 재산, 여자관계 등 사생활까지도 낱낱이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예로 1991년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원 판사 지명자의 경우에는 4일간이나 벌인 본인 청문회에 이어 참고인이 90여명이나 등장을 했다고 한다.

정권에 맞는 코드 인사를 하기 위해 검증과정을 대충 거친 후 청문회 하루만을 잘 버티게 되면 능력이야 상관없이 임명을 강행하는 우리나라의 인사시스템과는 천양지차라고 아니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앞서 조국 전장관의 장관 후보자 지명부터 낙마까지를 적나라하게 지켜보았다.

장관 한 사람의 임명을 두고 온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져 사생결단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옷장 속에 숨겨 둔 해골까지 묻는 선진국의 인사검증시스템을 기대한다는 것은 시기상조일까.

아니면 요리조리 빠져 나가다가 위급한 상황에서는 머리만 숨기는 타조 같은 사람들의 이중적 인간성을 탓해야 할까.

자신이 고위공직자로써의 자질이 부족하다거나 적임자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 때에는 아무리 아깝고 명예로운 자리일지라도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용기와 지혜가 정말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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