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전 홍농농협 조합장

2019년에 들어서자마자 년초부터 이어진 각종 농산물 가격폭락 사태와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발병 그리고 정부의 개도국 지위포기 시사 등으로 인해 이미 농민들은 희망을 잃고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한국전력이 지난 3월에 이어 다시 한 번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실 이번에는 스스로 밝힌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 체제개편이라는 인상카드를 이름으로 농사용과 주택용,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암암리에 추진하다가 국회의원들에게 들켰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무엇보다 한전이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을 남모르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최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소속 김삼화 의원이 입수한 에너지 경제연구원의 전기요금체계 개편 로드맵 수립 방향보고서를 통해 알려졌다. 한전이 지난 5월 중장기 전기료 개편을 위해 에너지 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고 에너지 연구원은 현행 요금 수준으로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영업 손실이 16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며 앞으로 3년간 10%정도의 요금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편 에너지연구원은 현행 농사용 전기요금은 전체 전기요금 평균의 44%에 이른다며 시급히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언뜻 들으면 상대적으로 싼 농사용 전기요금 때문에 한전의 적자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 산업자원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한전과는 다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성환 의원은 영세농을 위한 농사용 전기요금을 대기업 계열사들이 악용하고 있다며 대규모 농사용 전력수용가들의 전기요금을 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현실화할 경우 약 18천억 원의 추가 수입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고 또 이철규 의원은 저소득층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필수 사용공제혜택을 실제는 부유층이 훨씬 많이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년째 되풀이 제기되고 있는 산업용 전력요금의 대기업 특혜문제도 아울러 지적이 됐다.

결국 최근 급증한 한전의 부채는 한전 측의 방만한 경영과 전부터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한전이 추진하는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은 자기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적자를 힘없는 농민들의 주머니를 통해 쉽게 메꾸려는 속셈과 다름이 없다. 앞에서는 농업경쟁력 강화를 말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정부와 한전의 행태를 절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농민 스스로의 단합된 힘으로 희망과 자부심을 꼭 지켜야한다. 그동안 말없이 생명산업을 지켜온 우리 농민 모두 일체감으로 뭉쳐진 힘을 떳떳하게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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