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역사학자 아놀드 조셉 토인비-

춘추시대 제환공과 구더기

중국 춘추시대의 맹주국(盟主國) 중 하나였던 제나라는 강태공으로 유명한 개국공신 강자아가 주나라 천자로부터 하사받은 봉지(封地)이다.

지금의 산둥반도 일대를 차지하고 있었던 제나라는 철과 소금이 풍부하여 크게 부를 이루고 있었지만 13대 희공이 죽고 관례에 따라 장자인 양공이 제위를 이어받으면서 부터 나라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태자시절 부터 이미 누이인 문강과 근친상간에 빠졌던 양공은 시집간 문강공주의 배우자를 죽이고 선왕의 신임을 받던 사촌형 무지마저 쫓아냈다가 그의 모반으로 살해를 당하고 만다.

처음부터 한 나라를 다스릴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했던 무지역시 왕위를 찬탈한 후 폭정과 악행을 일삼다가 죽임을 당하였으며 무지의 악행을 피해 거나라로 달아났던 셋째 왕자 소백(제환공)이 돌아와 왕위를 이어받고 선정을 베풂으로써 나라가 비로소 안정이 되었다.

제환공은 자신을 죽이려했던 포숙아의 친구 관중을 오히려 재상으로 삼아 나라를 크게 안정시키고 춘추시대 패자로 군림을 하게 된다.

그러나 관포지교로 유명한 신하 관중과 포숙아가 죽자 그들의 충언을 듣지 않고 간신들에 의해 점점 교만해진 제환공은 종래에는 왕자들 간에 후계자 다툼이 일어나고 이를 이용하여 권력을 잡으려는 신하들의 혈투로 이어지면서 밀실에 감금된 채 굶어죽는 비운을 맞는다.

그의 시신은 한여름에 67일간이나 밀실에 방치되면서 온 궁궐 안에 구더기가 득시글거렸다고 십팔사략은 전하고 있다.

중종반정(中宗反正)과 공신

폭군이었던 연산군은 사후에도 왕으로 추증되지 못하고 군()으로 강등한 불행한 임금이었다.

무오사화와 갑자사화 등을 일으켜 많은 선비들을 희생시켰던 그는 자신의 행동을 비판하는 세력을 축출하고 대간들의 직언을 금지하게 하는 신언패(愼言牌)제도를 실시하였으며 도성 밖 30리 내 민가의 철거와 사대부 부녀자 농락, 사치와 방탕한 생활 등 수많은 악행과 폭정을 일삼으면서 민심이 떠나고 있었다.

이에 성희안과 박원종 등의 훈구세력이 중심이 되어 연산군을 폐위하고 이복동생이었던 진성대군을 왕위에 추대한 사건이 1506년의 중종반정이다.

반정이 성공하자 새 세상이 올 것으로 기뻐했던 백성들은 크게 환호성을 울렸다.

그러나 기대는 거기까지였다. 공신들은 물 밖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무소불위의 전횡을 이어가고 있었다.

등 떠밀려 왕이 된 중종은 조광조라는 개혁가를 내세워 국가를 개조해 보려 했으나 공신들의 극렬한 반발에 부딪혀 유배를 보내야 했으며 결국 사사함으로써 조선개혁의 꿈은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져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위기에 처한 문재인정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가 풍전등화 같은 위기에 처해있는 느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측근들에 의한 국정농단이 촛불혁명의 도화선이 되고 그 바탕위에 탄생했던 문재인정부가 집권 반환점에 들어서면서 초심을 잃고 다시 전 정부들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여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결기를 보였던 문재인정부에 많은 찬사와 지지를 보냈다.

전 정부의 폐단에 크게 실망했던 국민들로써는 문정부의 공약들이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는 말이 진리였을까.

조국 전 법무장관 가족으로 부터 시작된 사건이 울산시장 선거개입과 류재수 감찰무마사건 등 청와대로 번지면서 국민의 비판적인 여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를 끝내겠다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을 했다.

문대통령이 진정으로 만들고 싶었던 나라다운 나라는 어떤 나라였을까.

우리나라처럼 제왕적인 대통령제하에서는 누가 대통령을 하든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까.

한 때는 국가개혁의 적임자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던 검찰총장을 자신에게 조금 불리하다고 해서 다시 적폐로 몰아붙이는 더불어 민주당의 행태도 궁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춘추5패로 유명했던 제환공이 선정을 베풀지 못해서 그의 최후가 비참했던 것은 아니었다.

권력을 쥐고 흔들었던 측근들의 아부에 초심을 잃고 교만해지기 시작하면서 그의 비참한 최후는 이미 시작되었던 것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에게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는데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다시 아픈 대통령의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아니 되겠기에 드리는 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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