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2009년을 정점으로 대봉감(떫은 홍시감)은 해마다 가격이 하락하였다. 서울 대형마트에 납품을 한 덕분에 다른 농가보다 나은 가격을 받았음에도 전체 시장의 하락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렇게 대봉감은 끝모를 내리막길을 걸었다. 50농가가 넘었던 과수농가가 점점 수가 줄더니 이제는 20여농가 밖에 남지 않았다. 그나마 이렇게 남은 농가가 그래도 영광을 대표하고 있는 과수이다. 2017년은 최악의 한 해였다. 전남 대봉감의 주산지인 영암에서는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였고, 수확한 감을 농장에 쏟아 트랙터로 갈아엎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장면은 곧바로 공중파를 탔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버리는 감을 누가 돈을 주고 사먹으려 하겠는가?

대봉감을 하향세를 띄면서 두 가지 현상이 일어났다. 하나는 과수를 포기하고 다른 작목으로 갈아탄 부류와 태추와 조완같은 신품종 단감으로 접목하여 과수농업을 이어가는 부류가 생겨났다. 영광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바람은 전국을 휩쓸며 광풍이 되었고 영광의 대다수 대봉감 과수농가들도 이 거센 바람에 합류하였다. 하향세인 대봉감 농사를 계속 짓는 것이 최선인지 다른 작목으로 갈아타는 것이 정답인지 아니면 신품종으로 갱신하는 것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건 과수는 일반 작목과는 달리 결실을 맺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라 막대한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내외가 IT를 전공한 덕분에 전국을 다니며 농민들을 대상으로 정보화 교육과 디자인 마케팅 교육을 진행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 지역과 농업의 특색을 엿볼 수 있었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고민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다. 대봉감을 예로 들자면 영암, 광양, 구례, 하동 등 대봉감을 주산지로 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생과의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발 빠르게 대봉감 말랭이, 대봉 곶감으로 움직였다. 참고로 대봉감은 당도가 20브릭스 이상으로 상당히 높다. 따라서 가공하기가 용이하다. 감식초, 곶감은 이런 감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또한, 몇몇 지역 농협에서는 감말랭이를 수매하여 위탁 판매를 하고 있다. 그러니 농가에서는 감 시세가 좋지 않으면 겨우내 감말랭이를 만들어 안정된 가격으로 농협에 납품을 하면 된다. 그런데 영광은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쇄락을 길을 걷고 있어 안타깝다.

물론 모든 건 결과론이다. 다른 작목을 심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고, 신품종으로 접목해 대봉감보다 더 많은 돈을 벌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건 바로 기회비용이다. 대봉감을 통해 계속 벌수 있었던 돈과 새로운 품종으로 갱신하면서 발생했던 비용을 감가상각을 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대부분 농민들은 보조를 받은 돈과 본인의 노동력을 비용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보조금이 농업을 쉽게 일으키기도 하지만, 쉽게 망칠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대봉감 시세가 2017년을 바닥으로 서서히 가격을 회복하고 있다. 2019년은 세 번의 태풍으로 수확량까지 줄어 좋았을 때 가격까지 상승하였다. 또한 대봉감 말랭이와 대봉 곶감은 이미 인기상품이 되어 소비자들이 즐겨 찾고 있다. 우리나라가 고령화시대에 접어들어 대봉감을 찾는 고객을 계속해서 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공기술과 저장법 그리고 유통의 발달로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가공식품을 좋아하는 소비자가 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대봉감이 경쟁력이 있고 발전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지난 8년간 대봉감을 가지고 여러 가지 상품을 만들었다. 어린 감꽃을 이용한 감꽃차는 화장품 원료로도 사용되고 서울 조계사에 납품을 시작했고, 감말랭이와 곶감은 여름도 되기 전에 동이 난다. 2019년 카페를 열며 선보였던 홍시음료는 벌써 홍시청 납품과 프렌차이즈 제의가 들어올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물론,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양은 소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던 대봉감도 이러한 가능성과 상품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기존 농산물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상품화 규모화 시킬 수 있을까 이제는 이런 고민을 깊이 있게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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