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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비판과 따뜻한 포용이 함께하는 성숙한 군민이 되길 희망한다
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2020년 02월 10일 (월) 11:03:56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처가가 경남 통영인 덕분에 전라도 사위인 나는 지금처럼 정치시즌이 다가오면 처가 방문이 긴장된다. 그도 그럴 것이 서로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힘이 부족한 야당일 때는 어떻게든 설득을 시켜 야당을 지지하게 만들고 싶고,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지금처럼 여당일 때는 현 정부와 정당을 잘 변호하고 싶다. 그동안 현 정부와 집권여당이 여러 번의 대선 승리와 총선 승리를 가져왔지만 여유로운 승리는 없었다. 탄핵이라는 비정상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지금의 야당이 항상 우세한 분위기 속에서 선거를 치렀다. 그 덕분에(?) 처가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내가 공격수, 처갓집 식구들이 수비수 역할을 하였다. 매년 여러 차례 방문하는 처가가 올 해는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장인어른을 비롯한 친척들께서 적극적으로 정치 이야기를 꺼내고 이슈화를 시키기 시작했다. 낯선 상황이었다. 그만큼 경상도를 기반으로 하는 야당이 수세에 몰려있다는 걸 느꼈다.

아이들과 설날 세배를 드리는데 장모님께서 최근 돈을 조금 벌었다고 아이들 세배 돈을 두둑이 주셨다. 일을 다니시냐고 여쭸더니 노인돌봄 사업으로 3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고 자랑하신다. 궁금해 좀 더 알아보니 통영에서만 실버 일자리 창출을 위해 1,300명 이상의 어르신들이 노인돌봄 사업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뜬금없이 노인돌봄 사업 이야기를 꺼낸 건 장인어른과 친척분들이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본격적인 포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조용히 듣고 있다가 아버님과 어머님은 현 정부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리고 통영에서만 1300명 이상이 노인돌봄 사업으로 혜택을 받았다면 현 정부가 실버 일자리만큼은 잘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주제를 청년일자리 문제로 넘겼다. TV조선이나 조중동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직접 듣게 되니 당황스러우면서도 높은 정치의식에 놀랐다. 이번에도 조용히 듣고 있다가 아버님 사위가 현 정부의 청년일자리 정책 도움으로 2명의 청년들을 고용하고 있고 작년까지 전남에만 2,000명 가까운 청년들이 청년마을로와 내일로 사업 혜택을 받아 지역 기업과 청년들이 함께 꿈을 이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만약 야당 의원들이 이런 정책을 비난하고 계속해서 발목을 잡는다면 노인돌봄 사업도 청년마을로 사업도 앞으로 축소되거나 없어질 수 있다. 그럼 사위가 하는 일이 대분이 중단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된다. 혜택을 받고 있는 우리가 현 정부의 일자리정책을 비난하지 말자는 의견에 일단락되었다.

2번째 포문은 최근 개통된 칠산대교를 비롯한 관광 사업을 주제로 꺼내들었다. 관광객도 많지 않고 볼 것도 부족한 낙후된 지역에 수백억이 넘는 예산을 들여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 타당하냐? 현 정부가 너무 전라도에 예산을 몰아주는 것 아니냐? 직접 가봤더니 식당도 없고 볼 것도 없더라. 일리 있는 지적이라는 생각에 듣고 있다가 말씀이 맞는 것 같다고 저도 왜 이런 큰 다리를 짓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동의했습니다. 갈수록 노인인구는 늘어나고 청년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수백억이 넘는 다리를 건설한다고 지역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동일한 예산집행이라면 경상도처럼 기업을 유치하고 공장을 신규로 짓고 학교를 설립해 청년들을 유입시키고 일자리를 늘렸으면 좋겠는데, 전라도에 내려오는 예산은 맨날 이런 선심성 예산만 내려주니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다리를 만들려면 그 주변에 관광단지와 인프라를 함께 조성해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관광산업으로 계획을 해야 하는데 가보면 정말 다리밖에 안 보인다. 경상도를 돌아보면 지역특산물과 지역의 문화유산이 잘 융합되어 관광객들이 장기간 머물 수 있도록 잘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짜임새 있게 집행되는 경상도 예산이 너무 부럽다.

결과적으로 정치이야기는 싱겁게 끝났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자리였다. 하지만 경상도 시민들이 현 정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무엇이 불만인지 어림짐작은 가능했던 자리였다. 옛날처럼 무조건적인 지역감정은 거의 사라졌지만, 명확하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는 정보를 바탕으로 한 확증편향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작은 사실이나 명확하지 않는 정보를 가지고 마치 사실인양 거침없이 말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비단 경상도에서만 그럴까?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일상이다. 세상에는 완벽한 정책이나 인물은 없다. 그래서 발전적인 비판은 필요하고 때로는 다수의 이익을 위한 소수의 희생도 불가피하다. 우리가 지금보다 더 발전적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성숙한 시민의 모습이 필요할 것이다. 성숙한 시민의 모습이란 무조건적인 수용이나 추종이 아닌 합리적인 비판과 상대를 인정하는 따뜻한 포용일 것이다. 영광군이 그런 사회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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