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수/ 영광농협 조합장

2013년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바이러스의 감염공포를 다룬 영화가 있었다. 비록 흥행에 부진을 보였지만 영화 [감기]이다. 일상 속에서 별 생각 없이 받아드린 감기가 사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엄청난 바이러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영화에서는 경고한다.

코로나 19는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듯하다. 예기치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늘 선진국으로써 모든 면에 앞선다고 생각해왔던 미국을 비롯한 유럽 여러 국가들이 코로나 사태를 대처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국민 상당수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대해 과소평가 하지 않았나 생각을 해보셨을 것이다.

또한 농산물 주요 수출국들이 수출을 중지하는 매스컴 보도를 보고 식량안보에 대해서 염려하는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밤낮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검사하고 방역하느라 고생하시는 분들을 위해 후원금과 후원물품을 보내는 온정을 보면서 인간애를 느끼면서도 집회금지를 무시하거나 자가 격리를 위배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와 배신감도 느끼셨을 것이다.

게다가 외국 슈퍼마켓에서 사재기로 인해 매장이 텅텅 비는 뉴스를 보면서 우리 국민들의 수준 높은 의식에 자긍심은 물론, 최상의 가르침을 전하는 종교가 본질을 벗어날 때 우리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가를 절실히 느끼셨을 것이다.

세계 재계 2~3위를 달리는 일본이 국익이라는 미명아래 거의 공산국가 수준인 언론통제로 감추기에 급급한 실상을 보면서 때에 따라서 국익을 우선하는 것을 배워야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들을 하셨을 것이다.

초창기 코로나 확산으로 우리나라가 힘들어 할 때 130개국 이상이 우리 국민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적절한 대처 및 의료장비 등의 우수함을 느끼고 역으로 의료장비 지원에 애걸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 힘을 비축하지 않을 때 어떠한 결과가 오는지를 여실히 느꼈을 것이다.

일련의 상황들을 지켜보면 우리는 만일의 사태 즉 이상기온 등으로 세계적인 식량위기 상황에 봉착할 수 있는 경우를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서있다.

코로나 19바이러스는 비단 우리나라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각국이 안정적인 농식품 수급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는 농촌 일손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자국민에게 도움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이 통제되면서 계절근로자들이 프랑스로 입국할 수 없게 되었고 이로 인한 농업인력 부족으로 수확차질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시민들의 식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자 식품유통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정부는 수입 장벽을 낮춰 원활한 식품 공급을 유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쌀, ·보리 등 모든 종류의 곡물 수출을 일정기간 금지했다.

베트남은 쌀 수출을 잠정 중단했다. 베트남은 인도, 태국에 이은 세계3위의 쌀 수출국이다. 베트남 정부가 쌀 수출을 중단한 이유는 베트남 내에서도 쌀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세계 식량안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자국에서 식량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주요 식량 수출국들이 잇따라 곡물 등 주요 먹거리의 해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나라 식량자급률과 곡물 자급률은 어떨까?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대략 49%, 곡물자급률은 23%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나라이다. 이러한 현실이 통계로 본 한국 농업의 현주소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3개년 평균 곡물자급률은 23%이다. 즉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곡물의 77%가 외국산이라는 뜻이다.

이는 세계 평균 자급율의 101.5%에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경제 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쌀은 자급률이 104.7%에 이르지만, 보리와 콩은 각각 24.6%, 옥수수3.7%에 불과하다. 밀은 전체 소비량중 99.1%를 수입에 의존한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70%내외 수준이었던 것이 우루과이라운드 등을 거치며 농산물 시장개방이 확대되고 농지전용 증가로 인한 농지면적 감소 현상 등이 더해지며 감소하게 되었다. 이는 세계무역을 총괄하는 WTO가 출범하는 당시부터 예견되고 염려했던 부분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대란을 지켜보며 마스크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원자재만 공급된다면 언제든 찍어낼 수 있는데, 식량 대란이 일어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암울한 상상을 해본다.

언제든지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것이 식량이라면, 선진국들은 왜 막대한 돈을 들여 자신들의 식량작물을 보호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와 같은 식량 수입국들은 국내 생산량을 늘려 식량 자급률을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외국 농산물에 의지하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생산량을 늘리는 것 보다 우선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정부차원의 제도적인 적정 생산비 보장이라 생각한다. 그래야 농업인들이 안심하고 국민의 식량안보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농업, 농촌을 지키고 있는 농업인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부탁드리고 국가적으로는 농축산분야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 식량이 곧 생명이자 안보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 근간에는 농촌에 있었기에 가능했고, 우리 모두 농업인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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