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꼭 만나요”
풍어와 풍년 기원…그리고 하루빨리 역병 물러나길
코로나19 여파로 ‘2020 영광법성포단오제’의 공식행사는 취소됐지만, 전통의 계승과 보존을 위해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제전행사를 최소 인원으로 축소 진행한다.
단옷날이 단오 같지 않다. 코로나19가 500년 전통을 이어온 법성포단오제까지 멈춰 세웠다. 축제를 즐기기 위해 영광을 찾던 관광객들이 없어 조용한 모습이 어색하다 못해 섭섭하다. 전 세계적으로 지역축제와 스포츠 대회가 연기·취소되는 상황이라 단오제 역시 그리될 줄 알았건만 막상 법성포가 한산하니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올해는 6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개최 예정이던 ‘2020 영광법성포단오제’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공식 취소됐다. 지역민과 관광객들이 함께 어울려 즐기는 공식행사는 취소됐지만, 단오제의 명맥을 잇기 위해 제전행사는 축소해서 치른다. 생활 속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제례의식은 부득이하게 일반인들의 참관을 제한하고 관계자 중심으로 최소화해 진행한다. 단오제의 시작을 알리는 ‘난장트기’ 행사 또한 지난달 25일 축소 진행됐다.
5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가는 법성포단오제는 우리나라 전통풍습과 더불어 공연, 경연대회 등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축제 한마당이다. 매년 음력 5월 5일 단오 무렵에 법성포 일대에서 성대하게 치러지며 남도 대표 민속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축제 동안에는 우리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풍작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를 올리고, 나쁜 운과 병을 내쫓아 법성을 찾는 관광객과 지역민들 모두 평안하고 안전한 한 해가 되길 염원하는 의식을 치른다. 2012년에는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23호로 지정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추모 분위기 속에, 2015년에는 메르스 확산 여파로 공식행사를 취소하고 단오 제례만 진행한 바 있다. 올해는 5년 만에 또다시 코로나19 여파로 우리 지역의 대표 축제를 취소하게 됐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축제 행사는 취소했지만, 단오제의 전통을 계승하고 보존하기 위해선 제의식은 당연히 진행해야 합니다.” (사)법성포단오제보존회 김한균 회장은 단오제 공식행사가 취소된 것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회장은 “올해 제를 정성 들여 지내 어른 코로나 역병이 물러나길 바랍니다”라며 “내년에는 역병 없이 더 풍성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국 관광객들께 더 좋은 자리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전했다. 항상 풍년을 기원하고 군민들의 무사 안녕을 염원하던 제사에 올해는 코로나19의 조기 종식을 기원하는 마음이 더해졌다.
또한, 공식 일정을 마친 뒤 제전위원회에서 십시일반으로 ‘무속수륙재’를 열어 코로나19로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위로할 계획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법성포단오제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 축제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심지어 강릉 단오제는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축제로 진행되고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내년 법성포단오제에는 군민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신명 나는 축제를 즐길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