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최근 대한민국에선 모든 사건사고가 진흙탕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덩달아 정치권이 이상해졌고 언론은 본연의 길을 벗어나 전혀 다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모든 미디어가 엄청난 양의 소식을 쏟아내고 있으니 굳이 여기서 다시 거론한다는 것은 공해다. 하지만 마음은 견디기 힘들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아닌 사람들이다. 과연 이러한 사회현상에 적응해가며 버틸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복잡한 시사에서 눈을 돌려 요즘의 디지털 세상을 조금 돌아보자. 이상하기는 이쪽도 마찬가지다. 최근 신제품으로 나온 디지털 전자제품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다. 솔직히 당황스럽다. 초등생 이상의 국민 모두가 사용하는 스마트 폰은 200만원을 가볍게 넘겼다. 물론 보급기와 중급기, 고급기로 분류가 되어 있긴 하지만 의외로 고급기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고 보니 길어야 이삼년 쓰는 기계 값으로는 부담이 상당하다. 문제는 통신사의 서비스를 앞서가는 기계의 사양이다. 현재 판매되는 스마트폰의 대부분은 5G 폰이다. 4GLTE가 급속도로 5G로 바뀌고 있는 이유다. 폰이 5G용이니 통신 요금은 당연히 5G제에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대도시 일부분을 제외하면 5G망은 아직 터지지 않는다. 그래서 비싼 5G 요금제를 쓰면서 통신망 서비스는 저렴한 LTE를 써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5GLTE로 바뀌는 지역에선 잠시 먹통이 되는 현상이 발생하니 스마트폰을 새로 구매하면 애초에 LTE로 세팅을 바꾸는 것이 현명하다. 통신사의 주장은 5G20배가 빠르다고 한다. 하지만 유저들의 주장은 다르다. 빨라야 4~5배이고 그나마 대부분 5G를 포기하고 LTE로 돌려 세팅을 해서 쓰고 있으니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의 이러한 부당 이득에 대해 다루어주는 언론사는 없다. 판매 전략도 너무 황당하다. 요즘 스마트폰의 홍보는 온통 카메라 성능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화기를 파는 것인지 카메라를 파는 것인지 구분이 힘들다. 이러한 과열 경쟁은 결국 18백만 화소라는 괴물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동영상은 8K로 촬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성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결론은 일종의 판매 전략에 얹힌 사기. 5G폰과 같은 맥락이다. 아직 철도도 깔지 않고 기차부터 마련한 형국이다. 현재 가정에서 8K 텔레비전을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기껏해야 UHD TV4K를 사용한다. 미래에 구입할 8K 텔레비전을 위해 미리 준비하라는 의미다. 1억만 화소가 넘는 카메라는 당장 컴퓨터부터 높은 사양으로 바꿔야 한다. 사진 한 장에 두꺼운 책이 몇 권 들어가는 데이터라면 당연한 결과다. 만일 영상을 편집하거나 여러 장면을 잇는 파노라마 등의 편집을 요하는 사진이라면 더욱 문제가 심각해진다. 여기에 RAW 형식의 대용량 파일까지 사용 가능하게 해 놓았으니 그냥 홍보용 기능들이다. 하지만 폰 값에는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문제다. 최신 스마트폰에는 100배 줌이라는 망원 기능이 들어가 있다. 역시 사기성이 농후하다. 망원 효과는 광학식과 디지털 방식이 있다. 100배 줌은 광학이 아니라 디지털 줌이다. 광학 줌은 일반 렌즈, 그것도 바늘구멍처럼 작은 스마트폰의 렌즈에선 10배를 넘기기 힘들다. 해상도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앞서가는 판매 마케팅에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다. 5G 폰을 4GLTE로 바꿔서 쓰는 방법이 있었지만 통신사들은 작년 12월에 이마저 막아버렸다.

50만원 미만의 보급형 카메라보다도 훨씬 작은 이미지 센서에 집적율만 높여 화소를 올리고 카메라 성능으로 홍보하고 판매하는 스마트폰은 가격만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사용하지 않거나 효용성 없는 기능까지 미리 선불로 지급하고 구매를 해야 하는 이상한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조그만 부당함에도 참지 못하고 나라를 뒤집어 놓는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 그리고 집중포화가 특기인 언론은 아무런 말이 없다. 따지고 싶은 것만 따지고 쓰고 싶은 것만 쓰는 시민단체와 언론을 우리는 조국 전 장관 가족 사태에서 이미 겪었다. 혐의 없음으로 일관되는 조국 관련 재판을 보도하는 곳은 거의 없다. 이상한 나라에 이상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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