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시인

강구현 시인
강구현 시인

마이클 샌델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의 이론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현실을 바라보며 정의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그리고 정의가 성립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진실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목소리 큰 소수에 의해 조용한 다수의 참 가치가 짓밟히고, 다수의 횡포에 의해 소수의 진정성이 묵살되는 기현상(?)들이 다반사로 되풀이되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머리가 어지럽고 가치관의 혼란에 빠져든다. 그 현란한 대 카오스에 심한 멀미증상을 느끼며 라파엘로의 그림 아테네학당을 떠올린다.

악법도 법이다소크라테스는 그 악법을 결코 인정할 수 없었기에 바로잡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독배를 거부하지 않았다.

철학자여 무엇이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보시오. 내가 다 들어줄 수 있소.” “대왕이시여 나의 조그만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켜주시오.”

천하를 지배하는 대 제국의 왕인 알렉산더 앞에서도 굽힘이 없었던 디오게네스의 당당함의 원천은 무엇일까?

떳떳하고 당당해서 정의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진실을 바탕으로 한 정의가 기반이 되어서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이른바 진보세력들. 그들에겐 분명 진실과 정의가 살아있었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모든 권력까지 장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사회적 개인적 도덕성과 진실과 정의로움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의 진보정치를 주도했던 세력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드루킹 사건의 노회찬. 김경수 지사, 대법까지 올라가 무죄 판결은 받았지만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재명 경기 지사, 권력형 비리의 조국,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오거돈, 안희정, 고 박원순 전서울시장 등등의 인물들은 정치적 권력의 중심에서 유력한 대권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진보 세력의 핵심 인물들이었다. 그러한 세력들의 죽음, 그것도 자살과 교묘한 논리의 변론과 말장난은 무엇을 암시하는가?

인간이 결코 무결점의 완벽한 존재가 아닌 이상 진보든 보수든 누구나 실수를 할 수가 있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과오를 감추고 덮어버리기 위해 자살이라는 극단의 수단을 선택한다거나 권력과 인맥(지지자들 중심의 쪽수를 포함한)지적 능력 등의 온갖 수단을 동원해 자기합리화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정의와 진실에 대한 또 다른 먹칠이다. 스스로의 과오를 뉘우치고 반성하며 그 대가를 치를 일이 있으면 법에 따라 심판을 받고 새롭게 거듭나면 될 일인 것을…… 국민들의 동정심이나 유발시키는 혹세무민의 유서 한 장 남겨놓고 사후의 일까지 계획한 듯 한 치졸한 행위로도, 그 어떤 구차한 논리로도 과거의 정의나 진실이 지켜지지 않는다. 더욱 치졸한 것은 그들의 추종세력들의 현란한 말장난이다.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 사전 인지에 관한 티브이 토론회에서 정무라인이 피소사건을 사전수습하려 했던 것은 고유 업무에 충실하게 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모 토론자의 발언은 정의와 진실을 모독하는 또 하나의 막장 드라마 같은 것으로 치졸하다 못해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그토록 정의와 진실과 도덕성을 외쳐댔던 세력들은 어쩌자고 이토록 무책임하고 비열할까. 그들의 이념에는 아직 확고한 자기 철학이 정립되지 않은 것이었을까? 지금 대한민국의 정의는 회의감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다시 아테네학당을 들여다본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퓌론, 피타고라스 등의 철학자들과 그 곳엔 없지만 다수의 권리와 행복을 위해 무소유의 유토피아를 설파했던 순결한 영혼의 소유자 토머스 모어까지…….

그리고 생각한다. 오동나무는 천년을 살아도 그 곡조를 잃지 않고(桐千年老恒藏曲 동천년노항장곡) 매화는 평생을 차갑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으며(梅一生寒 不賣香 매일생한 불매향)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엔 변함이 없고(月到千虧 餘本質 월도천휴 여본질) 버드나무는 백번을 꺾여도 새로운 가지로 돋아난다(柳經百別 又新枝 유경백별 우신지)

옛 시인의 시구처럼 진정한 정의란 그런 것이 아닐까?

스스로의 과오나 잘못을 인간답게 뉘우치고 반성하며 죽음이 아닌 법의 심판에 따라 대가를 치르고 미혹하나마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잃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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