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시인

코로나19가 법()이다.

바이러스는 만인 앞에 평등하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 하나 바이러스 앞에서는 특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재벌도. 검찰도, 목사님도, 법무부 장관도... 그 예방법을 지키지 않으면 여지없이 감염이라는 형벌을 내린다.

특히 인간의 만용과 어리석음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국내에선 광복절 광화문 집회가 그랬고, 해외에선 미국과 일본의 트럼프와 아베의 정치적 계산에 의한 미온적 초기 대응이 대규모 감염확산의 결과로 나타나 그 만용과 어리석음을 증명해주었다.

지금 인류의 시계는 게오르규의 25시도 되기 전에 이미 19시에서 멎어버린 상태다.

인공지능 같은 최첨단 과학 기술이 무색할만큼 바이러스가 인류 문화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

추석을 명절로 삼은 것은 이미 삼국시대 초기이었으니,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제3대 유리왕 때 도읍 안의 부녀자를 두 패로 나누어 왕녀가 각기 거느리고 715일부터 8월 한가위 날까지 한 달 동안 두레 삼 삼기를 하였다. 마지막 날에 심사를 해서 진 편이 이긴 편에게 한턱을 내고 회소곡 會蘇曲을 부르며 놀았다고 한다.

그래서 추석은 오늘날까지 공휴일로 제정되어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교통혼잡을 이루고 도시의 직장들은 쉬게 된다. 민족 대 이동을 통한 교통 대란이라는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사람들이 기를 쓰고 고향에 돌아가는 것은 우리의 미풍양속인 조상에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 나고 자란 고향으로의 귀소본능(歸巢本能)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추석 연휴동안의 바이러스 감염 확산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일환으로 대행벌초, 온라인 성묘, 대중교통(열차, 고속버스등) 승차권 판매 50% 제한 감시 등 추석 연휴고향 가기 자제와 가족 친지 비대면 권유 등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노력의 결과였을까?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정부의 노력과 국민들의 협조에 의해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대응의 세계적인 모범국이 되었지만, 그렇듯 모범적 대응 결과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한 편으론 뒷맛이 개운치 않은 점도 없지 않다.

법이건 코로나 대응단계건 모두가 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간의 약속이다.

어느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위한 약속이 아니라 모두의 안전과 행복과 권리보장을 위한 약속인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거리 두기도 일종의 법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법을 어기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

코로나19 대응 단계의 사회적 약속 위반도 구상권 청구 등 그에 따른 처벌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대응 모법국으로 평가 받는 뒷맛의 씁쓸함이 바로 이 강제적 물리력의 효과가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덜 성숙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씁쓸함이다.

바이러스의 감염확산 예방을 위한 약속()은 일반적 법규정과는 달리,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법적. 물리적 강제에 의한 타율(他律)이 아니라 자율(自律)적 규범으로써 사회적 약속이어야 하며, 각자가 조금씩만 주의하고 노력을 기울이면 되는 일이다.

굳이 나 아닌 타인을 위한 노력이 아니더라도 나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고자 감염되지 않기 위해 그 자율적 규범인 사회적 약속을 지켜나간다면 그 것이 곧 타인을 위한 배려이고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본 행동인 것이다,

그 기본 행동수칙의 첫째는 내가 감염되지 않는 것이고, 두번째는 내가 감염되었어도 전파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듯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자율적 규범에 충실할 수만 있다면 굳이 민족의 대 명절인 추석 연휴도 바이러스 이전과 다르지 않을텐데..

원래부터 인간은 스스로가 정해놓은 법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지켜가며 살 수 없는 존재였다.

인간은 대부분의 동물들 처럼 생존과 생식의 욕구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그 톡특한 이성(理性)과 감정(感性)의 토대 위에서 오욕칠정의 굴레를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복잡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면서 완벽한 준법자로 산다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바이러스감염 예방 약속은 얼마든지 완벽하게 지켜낼 수 있다.

자신을 위한 자율적 규범으로써 사회적 약속이기에.

그런 자율적 규범에 의해 이번 추석에도 우리 군민과 영광이 고향인 분들을 비롯해 국민 모두가 과거의 추석 명절과 똑 같이 풍요롭고 넉넉한 한가위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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