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시인

정형택 시인
정형택 시인

한 가족이 낙엽진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아빠가 다섯 살 배기 아들을 번쩍 안아 올리자 아이는 아빠 볼에다 연신 뽀뽀를 합니다.

엄마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짓습니다. 조금만 여유를 갖고 돌아보면 삶의 행복한 광경을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삶 속에 작은 기적을 만들고 싶으세요? 그렇다면 오늘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서 아이를 학교 앞에서 기다린 후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서 같이 놀다가 평소에 아이가 먹고 싶다던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세요. 집에 갈 때는 식구들을 위한 케이크도 아이와 같이 골라보고요. 아이에게 평생 남는 행복한 기억이 됩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이야기는 혜민스님의 말씀입니다.

우리들 모두가 할 수 있으면서도 한번도 해보지 않고 생각만 해오다가 글로 대하고 보니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입니다.

지금 아파트만 내려가면 낙엽진 가을길입니다.

노오란 은행잎이 우수수 보기만 해도 힐링이 저절로 됩니다.

아이들 앞세우고 부부 함께 나란히 뒤뜰이거나 앞뜰이라도 걸어보셔요. 먼저 아내가 좋아라 할 것입니다.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리고는 조금 더 한걸음 내려서 골목길 떡볶이 가게에 들려보세요. 아이들이 제일 좋아라고 하는 음식이 거기에 있습니다.

골고루 아이들이 주문하는 대로 음식이 나오면 옛 추억 떠올리며 같이 먹어보셔요. 아이들의 조잘 거림도 다 들어 주셔요. 아내의 얘기도 다 들어 보셔요.

좀은 마음에 안들어도 이 시간 만큼은 아이들 입맛대로 시키고 먹고 이야기 하도록 하셔요. 알게 모르게 듣다보면 내 가족의 소리가 아니라 요즘의 아이들 소리가 제대로 들립니다. 삶의 행복한 광경, 바로 여기에가 있습니다. 저절로 우리 아빠 최고! 우리 남편 최고! 소리가 터져 나올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바삐 터덕거리며 살아오다가 이렇게 해 본적이 있습니까? 어쩌다가 외식한다며 아이들과 아내의 입맛은 뒷전이고 고깃집이나 뷔페집으로 데려가 비싼 음식 사주고나면 그것이 고작 아버지의 노릇, 남편의 노릇으로 스스로 만족했겠지요.

이제 모처럼의 기회가 왔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삶속의 기적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일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조금은 느긋해진 일상과 멈춤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질이나 문명 어지간히 나대는 시대에 나를 찾지 못하고 살았으니 아이들이나 아내는 안중에도 없었겠지요. 한박자가 아니어도 좋으니 반박자라도, 조금 숨 돌려 가야한다고 모두가 대뇌이고 있습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빨리 빨리, 허겁지겁 살아 왔으니 이제는 여유와 만만함으로 내 걸음걸이로 살아가도록 해 보라는 겁니다.

살짝 노는 듯이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항상 1등을 하듯이 우리 어른들도 그렇게 해보자고요.

열심히 죽어라 일만하는 사람들은 일의 즐거움이 없이 스트레스만 쌓여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이 안되면 내 탓으로 돌려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코로나 19가 누그러지기는커녕 연일 200명대로 퍼져 나가고있어 걱정입니다. 이런 걱정속에서도 방역 수칙은 잘 지켜가면서도 잠깐 멈춤의 지혜로 이겨 나가자는 이야기입니다. 달려나가 앞서지 말고 여유로운 2m 간격 지키면서 집을 나섰을 때는 가족들에게 마스크 준비 부탁을 하면서 나 또한 마스크 챙기기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음악이 아름다운 이유는 음표와 음표 사이의 거리감과 쉼표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낙엽진 가을길 다 떠나기 전에 아빠의 노릇 한번 해봄이 어떨까요?

모두가 코로나19로 인하여 우울한 때이니 만큼 아빠라도 먼저 온 가족의 힘이 되도록 나서보지 않을래요.

몇 장 남아있는 은행잎이 바람결에 휘날리며 가족들의 행복을 불러내고 있습니다.

한 가족이 낙엽지는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아빠가 다섯 살배기 아들을 번쩍 안아 올리자 아이는 아빠 볼에다 연신 뽀뽀를 합니다의 주인공이 오늘은 여러분이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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