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시인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어려움, 아무나 하지 않는 나눔의 실천

강구현 시인
강구현 시인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펜데믹(Pandemic)은 전 세계적 경제 한파를 야기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의 형태와 가치를 창출해야 할 전 인류적 문화변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지구촌 사람들이 너나없이 겪는 고통은 단순히 물질적 경제적 육체적 고통을 넘어 정신적 정서적 코마상태로까지 빠져들 상황이다.

실로 예기치 못한 대자연의 힘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의 나약함이 백일하에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그런 위기적 상황 앞에서도 그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 또한 인간이고 그 것은 인간의 위대함이다.

그 위대한 능력발휘의 근간은 사랑과 봉사, 나눔의 정신이다.

"김원장,지금까지 이곳에 와서 병원을 했던 사람들 대부분은 부지런히 돈을 모아서 도시로 나가 더 큰 병원을 차렸는데 자네는 언제 돈 모아서 나가려고 그렇게 많이 기부해버리는가?"

"저는 이곳이 제2의 고향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학교 다닐 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너무나 힘들었는데 아직도 그 기억이 잊히질 않아요. 그래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한 명이라도 줄어들었으면 해요. 뿐만 아니라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그 험난한 보릿고개를 견디어내며 오늘의 우리나라와 우리가 있게 했는데 이젠 우리가 내부모 네부모 따로 없이 그 희생에 대한 보답을 조금이라도 해드려야지요."

한 때 경제적 어려움에 고통 받는 일, 그 어려움을 이겨내는 일 등은 다수가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어려움 때문에 고통 받는 타인을 위해 조건 없이 내가 가진 것을 나눈다는 것은 그 누구나가 다 하는 일은 아니다.

그의 나눔의 방식은 경제적 기부만이 아니다.

그 병원은 이제 병을 치료하고 돈을 버는 일반적 의료시설의 차원을 넘어 면민들이 서로 만나 정담을 나누고 소통하며 정보교환은 물론 만남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달래는 힐링센터가 되어있다.

대다수 면민들은 꼭 진료를 받기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남녀노소 구분 없이 거의 매일매일 병원을 찾고 그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을 즐긴다.

"어버이날 삼겹살 파티" "김장 하고 함께 점심 먹기" "오랜 가뭄에 모두 함께 기우제 지내기" "비오는 날 부침게 해먹기"…….등등 온갖 구실을 만들어서 일주일이 멀다하고 병원측에서 제공하는 각종 파티에 모두가 즐겁다. 음식 장만도 병원 관계자와 병원을 찾아온 젊은 사람들이 함께 한다.

그러다 보니 이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앞 다투어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들을 가져오고 서로가 공유하는 나눔의 장소가 되어있다.

"처음부터 기부나 나눔에 대해서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개원 당시 부엌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이 있어 우연히 가정을 방문해 고쳐준 일이 계기가 되어서 불우이웃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고, 진료를 받으러 오신 할머니 한 분이 '손자의 수학여행비가 없어 가슴이 아프다'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고 어렬적 내가 겪었던 그 아픈 기억 때문에 나도 가슴이 아려옴을 느끼면서 더욱 나눔에 대한 마음을 다졌어요,"

간호사들도 필요이상의 과인원을 채용해서 한 명씩 돌아가며 일주일에 두 번 오전근무만 하게 하여, 과중한 업무와 환자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회시킴으로써 의료서비스를 극대화시키고 환자(면민)들과 의료진들과의 거리감을 좁혀서 모두가 한 가족 같은 분위기다.

거창하게 드러나지 않는 생활 속의 봉사.

시골 노인네들과 사회적 약자들이 만남과 소통, 배려, 화합, 나눔의 주체가 되어 자부심을 갖게 하는 그 병원은 단순한 육체의 치료를 넘어 찾는 사람 모두가 정신적 정서적 안정감과 충족감을 느끼게 장이 되어있는데 이런 현상은 어쩌면 물질적 경제적 기부 못지않은 숭고한 가치일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현실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사랑과 봉사, 나눔과 배려 등의 자연스런 실천을 통해 함께 견디어낼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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