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행동하지 않는 정의는 비겁이라 한다. 요즘 주위를 둘러보며 내린 개인적 결론은 정의의 상실시대. 자신의 이익과 권리를 위한 이기주의만 만연해 있다. 모든 계산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형국이니 보편의 정의는 힘을 잃은 것이다.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는 적나라하게 민심을 드러내 주겠지만 드러나는 현상이 진실이 아닐 가능성은 아주 많다. 그래서 작금의 가장 큰 적은 여론의 실드(Shield). 그리고 여론을 주도하는 미디어지만 미디어에 색을 입히는 역할은 바로 실세이니 세상은 실세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여기서 심각하게 숙고해야할 대상이 바로 실세의 정체다. 우리는 음으로 양으로 이러한 실세의 색깔론에 동화되고 익숙해져 가고 있다. 무서운 일이지만 현실감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 그래서 사태는 더욱 심각하고 엄중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영달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어쩌면 뇌의 구조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는 생각이다. 새해 벽두를 뜨겁게 달구는 사면론 역시 다르지 않다. 정치권의 해석은 모두 아전인수를 벗어나지 않는다. 자기방식의 해석은 국민에게 또 다른 혼란의 색을 입히고 각각의 해석을 재생산해 낸다. 누가 옳고 그른지는 시간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 역사가 정의해 주겠지만 직접적인 영향은 지금의 우리가 받는다. 그래서 국가를 리드하는 인물의 결정력은 중요하다. 자신을 중심에 놓고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일은 제발 없어야 한다. 자신을 망치고 국치를 어지럽힘은 물론 국민을 어려움에 빠뜨린다. 자신이 내린 정의의 판단과 행동이 불일치하다면 비겁으로 치장한 거짓 소신으로 남는다. 평론가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통령의 레임덕을 이용한 반대 민심 챙기기 행보라면 인성을 건 모험이 될 가능성이 많다. 아직 재판도 끝나지 않은 사건에 사면을 말할 수는 없다는 게 현재 민심이고 모든 부담은 대통령이 져야만하기에 레임덕 유발성 떠넘기기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사면을 얻어내면 온전히 내 공이지만 대통령이 허가를 하지 않으면 상대의 모든 공격은 대통령에게로 향할 것이니 잃을 게 없다. 삼국지연의에서 흔히 나오는 전략이다. 궁금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왜 이 시기에 이러한 발언이 나왔을까. 솔직히 본인 외에는 모른다. 그래서 모든 생각은 추정으로 흐르고 옳고 그름의 판단 역시 아직 이르다. 노련한 정치인의 행동이니 분명 자신이 주장하는 소신이 있으리라는 짐작만 할 뿐이다.

신년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 중 1위 지지를 받았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것도 2위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대선후보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시장은 안철수 대표라는 점이 흥미롭다. 여론은 여론으로 치부를 함이 맞지만 항상 사회의 정의와는 궤를 달리한다는 점이 더욱 흥미롭다. 사회적 현상의 극히 작은 일부분이지만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심각하다. 다시 말하지만 언론이 창출해내는 위대한 결과인 여론의 실드(Shield)이다. 이렇게 완벽한 보호막은 국민적 착각을 유발한다. 실세 권력인 현 집권세력을 공격하는 집단의 확인되지 않은 정의가 바로 그것이다. 검찰이 탄압을 이기고 현재의 실세와 맞서는 모습은 외형이 상당히 정의롭다. 바로 실드로 둔갑한 사회적 정의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실세는 연이어 2패를 했고 국민의 성원은 안철수 대표와 검찰총장에게 집중되었다. 문제는 절대 권력의 실세.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개념은 지극히 헌법적이다. 국민이 선출한 권력은 4년 혹은 5년의 유기계약직에 불과하지만 공무원은 바뀌지 않으며 특히 수사권과 기소권 그리고 판결권까지 함께 꿰찬 법조계는 수 십 년 권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국민이 절대 권력을 부여한 대통령이 재가한 사항도 판사 개인이 간단히 뒤집는다. 결국 절대 권력의 헌법적 가치는 이미 판검사에 의해 상실되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다수의 국민은 자칭 약자라는 법조계를 오히려 두둔하며 정의(正義)의 정의(定義)를 가리고 있다. 모든 사안은 다가설수록 판단이 어렵다. 이젠 한발 물러서서 관조하는 지혜를 길러야 한다. 그러면 사면이라는 새해 벽두의 화두 역시 정의에 의거 관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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