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코로나의 기세는 아직 당당하다. 전혀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음은 물론 하루 확진자 숫자는 5백에서 1천여 명을 넘나들고 있다. 개인의 생활은 피폐해지고 작은 상인들의 경제는 이미 어려워졌다. 매일 매일이 최대의 고비인 셈이다. 이러한 시국에 터져 나오는 일부 교회 모임을 기반으로 하는 소식은 치유가 힘든 상처에 염장을 더하고 있다. 특히 BTJ열방센터를 중심으로 번지는 코로나19 확진자는 심각성이 신천지 사태를 넘어서고 있다. 신천지는 그나마 지정된 자신들의 교회를 중심으로 예배와 모임이 이뤄졌지만 이번 BTJ열방센터는 전혀 다른 유형이다. 특정된 장소에서 치르는 모임이 아니기 때문에 동선 파악이 불가능하고 명단 역시 확보가 어려운 상태다. 추정 숫자에서 자발적 검진자는 40%에 미치지 못하며 60%는 전혀 협조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들을 파악할 방법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으며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까지 나왔다. 방역당국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11월 말경부터 12월 말까지 BTJ열방센터를 방문한 명단으로 확인한 숫자가 28백여 명이고 이 중 920여 명이 검진을 받아 총 570여 명이 확진을 받았다. 놀라운 확진율이다. 비밀로 회동을 하고 흩어져버린 무리는 전혀 대상에 잡히지 않고 있으며 명단 역시 불분명하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을 통솔하고 있는 목사다. 이미 알려진 대로 성인 바울의 이름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는 이 목사의 발언은 엽기적이다. 하나님을 믿는 목사가 신도들을 대상으로 퍼뜨리는 음모론이기에 더욱 흥미롭다. 특히 빌 게이츠라는 아이티계의 대표가 등장하고 음모론은 그와 얽힌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퍼지고 있는 코로나는 엄중한 전염병이 아니고 빌 게이츠가 세계인을 대상으로 벌리는 음모라는 것이다. 빌 게이츠 뒤에는 거대한 국제 조직이 있으며 이들은 코로나라는 병을 핑계로 세계인에게 백신을 투여해 노예로 만들려는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 바울 목사의 지론이다. 코로나는 병이 아니며 그래서 백신을 맞으면 안 된다고 한다. 영화와 소설을 너무 많이 본 목사임에 틀림없다. 그가 말하는 거대 국제조직이란 프리메이슨이나 삼백인회 혹은 일루미나티를 지칭할 것이다. 모두 실체가 불분명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 조직이며 이들의 음모론은 끊임없이 세상을 떠다니고 있다. 프리메이슨은 18세기 초에 결성된 오픈 단체로 나오지만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비밀결사체라는 것이 이들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중론이다. 이들은 기원전 솔로몬 신전에서 11세기의 십자군 전쟁, 중세의 석공조합, 프랑스 혁명, 미국독립, 현재의 미국 정치계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마 세계 음모론의 가장 중심에 서 있는 비밀단체가 바로 프리메이슨일 것이다. 작곡가 모차르트를 비롯해서 하이든, 괴테, 루소와 볼테르,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의 삼분의 일이 프리메이슨이라는 주장도 이 방면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믿고 있다. 비밀 결사체인 프리메이슨에 관한 소위 음모론은 차고 넘친다. 우리나라에선 이상원이 폴 제퍼스의 책을 번역한 프리메이슨, 비밀의 역사와 진형준이 쓴 프리메이슨 비밀의 역사가 많이 읽혔다. 특히 이들과 연계해서 만들어진 음모론이 바로 그림자 정부라는 책이다. 그리고 그림자 정부의 시발점은 시온의 칙훈서라는 문서다. 바로 소수집단의 세계정복을 담고 있는 내용들이다. 시온의 칙훈서는 기원이 15세기로 올라가며 백여 년 전 시온 지도장로정회에서 만들어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 음모론은 쉬쉬하면서 세계에 만연해 있고 현대 사회의 톱니바퀴에 맞물려 묘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소위 빌 게이츠를 내세운 거대조직의 음모론이 한국 목사의 주장을 통해 나왔고 오히려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과연 한국의 개신교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번 코로나를 통해서 들여다본 개신교의 진면목은 무엇인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신앙과 어지럽히는 신앙의 차이는 하나님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고 목사로부터 발원이 되는 현상이 과연 정상적인 것인가. 신전에서 벌였던 장사판을 뒤엎어버릴 현시대의 예수는 누구인가. 정상적인 목사가 가장 싫어하는 프리메이슨과 일루미나티 혹은 삼백인회 등의 행태를 본받아 음모론을 펼치며 세상을 어지럽히는 대가로 챙기는 부()는 악이요 사탄이다. 영원한 지옥불이 있다면 바로 이들이 가야 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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