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요즘 백수해안도로에 머물 기회가 있었다. 이번 설 명절 연휴를 맞아서 밀려든 자동차의 물결은 최근 들어 가장 많았다. 카페가 세군데 뭉쳐 있는 도로는 그야말로 교통전쟁이었다. 카페를 들고 나는 자동차는 지나가는 차들과 뒤엉켰고 도로 중심에는 분리봉이 박혀있어 운신의 폭은 더욱 한정된 모습이다. 카페 앞에 주차를 못하게 박아놓은 분리봉이지만 카페의 입장에선 흥망의 경제문제가 달려있으니 주차를 차단할 수는 없는 문제다. 어쨌든 이미 건물은 들어섰고 상권은 목숨과 진배없는 상태가 되었다.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한 이유다. 도로 중간에 박아놓은 분리봉은 아무리 생각해도 임시방편이다. 이제 해결은 행정의 몫이다.

영광군은 이웃 지자체에 비해 관광의 요소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불갑사 일대는 이미 상권이 한정되어 상가를 형성하지 못하는 이상함을 보이고 있으며 몇 개 안 되는 보리밥 상가도 이전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허가는 현재 상가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주민들의 수익을 위한 배려는 아직 없으며 키울 계획 역시 없다. 주민자치의 최대 목적이 정권(政權)이 되어버린 현상이다. 국가의 대표적 문화관광지로 키워도 부족하지 않은 내산서원은 아직 태동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불갑사는 사계절 끊이지 않는 등산객과 관광객을 상대로 챙길 어떠한 수익사업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불갑사 정도의 규모에 형성된 상가가 겨우 보리밥집 대여섯 군데라면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 여기에 절간 입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위 힐링센터라는 곳은 밤마다 현란한 반짝이 네온으로 절간의 정서를 깨뜨리고 있다. 불갑사관광지구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백수해안도로는 대규모 관광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는 영광 유일의 곳이다. 전국의 아름다운 길 백선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랜 기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아름다운 해당화 길이라는 이곳의 해당화 개체 수만 해마다 현저히 줄어가고 있다. 나는 이곳 해안도로를 매연로(煤煙路)’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영광읍의 구 사거리 일방로는 임대로이고 이곳은 매연로이다. 다시 말해 그냥 드라이브 코스다. 현저히 부족한 주차장과 화장실은 밀려드는 자동차와 인파를 수용할 방법이 없다. 길가의 주차장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공원을 낀 주차장이 없다는 말이다. 소위 머물며 여유를 즐길 먹거리까지 겸비한 주차 공간은 전무하다. 그래서 카페 몇 곳이 만들어지며 자동차 통행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현재 성업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접대형 혹은 사치형 먹거리 공간은 전혀 없다. 그래서 자동차는 그냥 해안도로를 달릴 뿐이다.

해안도로의 영업 규제를 풀면 영광군 최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관광지가 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지만 시도의 의지는 없다. 현직 간부 공무원은 규제를 풀면 땅을 소유한 사람들의 개인적 이익으로 돌아가니 안 된다고 말했다. 길을 뚫든 시내 주차시설을 하든 모두 주위 민간인은 이익을 보고 땅값도 오른다. 그의 이론이라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다른 공무원은 타지인이 땅을 소유한 사람들이 있으니 영업권을 풀면 안 된다고도 했다. 그들이 영광에서 영업을 하면 세금을 자신들의 고향에 납부한다는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카페 세 곳이 뭉쳐있어 교통이 복잡한 곳의 해결이 세 카페의 주인만 이익을 준다는 해석 역시 이해불가다. 주말이면 몸살을 앓는 해안도로의 관광객 전체를 무시한 발언이다. 카페 주인도 주민이고 이곳을 지나는 모든 사람은 우리 고장을 찾아준 손님이다. 이는 사익을 위함도 개인을 위함도 아니다. 백수해안도로의 문제점은 점점 크게 대두되고 있다. 지역 최고의 관광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이점을 충분히 안고 있는 유명한 ‘77번국도의 효용을 짧고 좁은 안목과 이상한 논리로 막고 있다면 이미 공무원의 공()을 망각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주말이면 몰려오는 손님들을 위한 우선의 과제는 공원형 주차장과 공중화장실이다. 그리고 규제는 풀어야 한다. 영광 주민이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곳이 해안도로이다. 규제는 풀라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해안도로에 카페가 불과 몇 군데 들어서면서 교통량은 열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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