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시인

정형택 시인
정형택 시인

2020년 한해는 기억하기조차 싫었던 세월이었다.

벌써 1, 세월은 예나 지금이나 한점 변한 것 없이 눈이 오고, 바람이 불고,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순리다.

작년 이맘때와 올해 이맘때는 달라도 너무나 달라진 것이 우리네 삶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 중에서도 학교의 풍경이 무엇보다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할수 있겠다. 졸업식의 풍경이나 학교자체의 모습등이 그것이다. 3월의 입학식은 또 어떻게 달라질것인가 그 달라진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것인가의 문제는 교육당국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입학생의 자녀를 가진 가정에서는 이만저만이 아니겠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할 자녀를 둔 가정에서의 불안과 걱정은 또 다를 것이다.

1월은 새해의 첫달이어서 바쁘고 3월은 새학기 새학년을 맞이하는 달이어서 바쁘다. 첫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새내기 학부모들은 설렘과 함께 하면서도 팬데믹시대에서의 문제는 모두가 낯설기에 멘토와 멘티의 경험에서 모두가 처음이어서 더욱 그렇다.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옛날의 모습과는 많이도 달라졌던 학교길이었는데 지금은 사정이 더 달라져서 그렇다.

경기는 좋지 않아서 어렵기 짝이 없는데 예닐곱살의 어린시절부터 눈과입은 고급화가 되어있어 책가방 하나에도 온 가족이 난리법석대는 모습을 보면 또 끼니를 굶던 시절의 보릿고개가 자꾸 가슴 한켠에서 밀고 나오려 한다.

일전에 버스 속에서 들은 이야기다. 손자녀석 입학기념으로 선물하나 사주겠다고 백화점에 데리고 나갔다가 손자의 마음만 상하게 하고 말았다는 이야기였다. 버스 저 뒷켠에서 하시던 얘기였지만 그 소리 말고는 버스안이 비교적 조용했던 탓이라 잘 들렸다. ‘이삼만원쯤 주면 살테지하여 백화점에 들어가는 순간 손자 놈은 잽싸게 혼자서 뛰어가더니 가방가게 앞에서 나와 제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가 가방 하나를 들쳐 보이고 있었다.

흐릿한 눈으로도 그냥 만단위가 아니라 한단계 더 십만단위가 표시되어서 나는 그 사이 풀이 죽어 호주머니안을 손으로 뒤적거렸다. 그 흔한 카드한장 없는 내 신세에 이걸 어떻게 헤쳐나가나 가슴을 콩콩거리게 했다.

그 할아버지의 맺음 말씀이 재미가 있었다.

딸하고 같이 가서 방정이지 며느리하고 같이 갔다면 시애비 꼴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그날 백화점 같이 간 일이 세상물정을 공부하는 좋은 기회도 되었지만 그 가방하나가 농촌에서 사는 우리 세식구 한두달 식량값하고 같으니 1년농사 서빠지게 지어봐야 손자놈 가방 2~3개사면 끝나지 않겠는가 삼일이 지났어도 TV에서 물가이야기만 나오면 가슴이 터지면서도 화면 속에서 종종걸음으로 그 백화점에서 보았단 그 비싼 가방을 매고 가는 아이가 나오면 그날의 손자놈이 떠오르니 그것이 손자사랑이더라고.

두 노인이 박자를 맞춰가며 가방을 산 이야기 시작으로 계속되는 세상사는 이야기는 생생한 토크쇼보다 더욱 실감이 났었다.

가방하나가 이럴진대 옷가지며 먹을거리 등은 어쩌겠는가 유치원 다니며 보아왔던 것이 잘 입은 짝꿍 친구들의 좋은 옷이며 좋은 장난감에만 익숙되어 투정을 부려댈것이니 새내기 엄마들도 이만저만한 고생이 아니겠구나

어린 자녀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속터지는 새내기 엄마들의 멍드는 가슴,그래서 새벽부터 서두르고 서둘러 집안정리 끝내고 일터를 찾아나서지 않겠는가.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하교 길에는 한번도 관심을 줄 수 없고 끝나면 끝나는 대로 여기저기 학원을 전전하고 집에 가도 엄마는 집에 없을 것이니 엄마의 사랑 속에서 지내야 할 어린아이들의 생활은 무너져 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일터를 그만두고 아이들만을 위해 집에 있다보면 가방하나 사줄수 없는 형편이 될것이고 이러도 저러도 못해서 우선 가방을 사야하기 때문에 일터를 찾아나서는 우리들 새내기 엄마들의 마음은 누가 어루만져 줄것인가

일터에서도 수십번은 아이들의 생각으로 일손이 안잡였을것이니 정말 걱정되네. 학교는 점점 삭막해지고 하교 길마져도 두려운 상황에서……. 누가 이 어지런 병세에 묘약을 칠것인지 새학년 새학기의 달 3월을 맞이하며 어서빨리 팬데믹상황에서 벗어나서 아이들이 비싼가방 내던지고 마음대로 놀이터에서 함께 뛰어놀수 있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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