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사향고양이 배설물, 코피루왁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 중에 코피루왁(루왁커피)이라는 커피종류가 있다.

코피루왁은 색다른 방법으로 생산되는 커피로 특유의 맛과 향이 있어 서민들은 좀처럼 맛볼 수 없을 만큼 비싼 것으로도 유명하다.

코피루왁(루왁커피)은 커피의 주산지인 남미의 브라질이나 콜롬비아가 아닌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커피이다.

그러면서도 가격이 일반 커피의 몇 배에 달할 만큼 유명해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8세기, 인도네시아를 지배하던 네덜란드는 남미의 커피콩을 들여와 원주민들에게 강제로 재배하도록 했다.

당시 네덜란드 무역의 주 수입원이었던 커피는 후추와 함께 유럽인들에게 매우 귀한 기호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었는데 커피 수요가 폭증하면서 정작 커피생산을 맡았던 인도네시아 원주민들은 심한 통제로 커피를 맛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인부들이 우연히 루왁이라는 사향 들고양이가 커피원두를 따먹고 배설한 배설물 속에 소화되지 않은 원두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물에 씻어 가루로 만들어 먹기 시작한 데서 루왁커피가 비롯되었다고 한다.

코피루왁은 가장 잘 익은 커피 열매만을 골라 따먹는 사향고양이의 소화 기관을 거치면서 원두의 쓴맛과 떫은맛이 사라지고 특유의 맛과 향을 내는 커피로 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고양이똥 커피로 불리기도 하며 한국인에게는 루왁커피로 잘 알려져 있다.

호텔 등에서 판매되는 코피루왁의 인기가 치솟자 동남아 등지에는 사향고양이를 집단 사육하는 농장이 등장하게 되었으며 베트남 등지에서도 다람쥐를 이용한 다람쥐 똥 커피라는 새로운 커피를 생산하면서 동물학대 논란으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동물단체를 중심으로 코피루왁 불매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코피루왁이라는 명품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수백만 마리의 사향고양이와 다람쥐들이 좁은 철창에 갇힌 채 커피원두만을 먹다가 죽어가고 있다는 게 동물단체의 주장이다.

소의 오줌, 인디언 옐로우

아름다운 색감을 지닌 물감 중에 인디언 옐로우라는 물감이 있다.

15세기 인도의 뱅골지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인디언 옐로우는 맑고 화사한 느낌이 나는 밝은 노랑색의 물감이다.

망고잎과 물만 먹은 병든 소의 오줌을 건조시켜 덩어리로 만들고 다시 가공하여 물감으로 만든 것이 인디언 옐로우다.

18세기에 유럽으로 퍼져나가면서 고흐나 고갱 같은 유명한 화가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었지만 병든 소의 오줌에서 추출하는 한정된 생산방식으로 인해 안료가 태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수요가 늘어나자 현지 주민들은 멀쩡한 소의 배를 곯려가며 망고잎과 물만을 먹여 강제로 오줌을 누게 했는데 물감을 생산하기 위해 성한 소들이 수없이 고통을 겪어야 했다.

소들이 삐들삐들 마르며 죽어가자 당국에서는 법으로 금지를 하고 있다.

인간들의 탐욕이 빚어낸 자연파괴

미국의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에 있는 북태평양 바다 위에는 거대한 쓰레기로 이루어진 섬이 있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PGP, 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고도 불리는 이 곳은 그 규모가 거의 한반도 면적만 하다고 하니 그 크기를 가히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쓰레기 섬은 인간들이 사용한 후 바다에 버린 생활폐기물로 바람과 해류의 순환을 타고 한 곳에 모이면서 이 같은 거대한 쓰레기섬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프라스틱이 미세하게 분해되면서 이를 섭취한 물고기를 인간이 먹게되고 결국 인간 스스로가 사라져 갈 것이라는 섬뜩한 예언을 내놓는 학자도 있을 만큼 쓰레기의 피해는 심각하다.

우리는 보도를 통해 프라스틱과 비닐을 먹이로 알고 삼킨 큰 물고기들이나 폐어구 및 낚시줄에 꽁꽁 묶여 허우적대는 물개, 거북 등을 구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죽은 갈매기의 배에서는 폐플라스틱이 쏟아져 나오고 고래나 상어의 위에서도 쓰레기들이 뭉치로 나오는 것도 지켜봤다.

다행히 기후협약에 따라 이산화탄소 발생이 줄어들면서 북극의 오존층이 조금씩 회복되어간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인류의 의지에 따라서는 지구를 맑고 살기좋은 곳으로 가꿀 수 있다는 좋은 시그널이다,

동물을 학대하여 얻어지는 루왁커피와 인디언 옐로우도 인간이기심의 일부분일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이 얼마나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는지 스스로 반성해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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