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시인

정형택 시인
정형택 시인

TV만 켜면, 신문만 펼치면 무너져 내린 검찰의 이야기들이 판을 치는 시대다. 우리 시대의 법이 약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갈수록 법과 정의에 회의가 가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무전유죄 ·유전무죄·검유무죄· 검무유죄라는 말들이 사실이 되어가고 있음도 흔히 보아왔던 시대가 되고 말았다.

이런 진흙판 속에서도 우리 사법 시스템을 염려하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다. 약자에겐 추상같고 강자앞에선 봄눈 같은 시스템에 도전하여 재심과 무죄를 이끌어내는 공익변호사가 있으니 사회는 아직도 살만하지 않을까.

우리 시대의 법이 약자들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책이 있다. 독자는 읽는 동안 한숨과 눈물이 솟아 약자를 상상하게 되고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서서 법과 정의에 도전하는 책의 필자이자 이 시대의 영원한 공익 변호사 이며 재심 전문 변호사인 박준영 변호사에게 다가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외치면서 독자들에게 올곧은 양심을 전하면서 백수기자와 함께 재심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정의의 지침서, <지연된 정의>는 근래 최고의 논픽션이자 진짜 기자와 진짜 변호사의 얘기를 다룬 스테디 셀러로 경쾌한 버디 무비와 존 그리샴의 법정 스릴러 세익스피어의 희곡을 동시에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자칭 백수기자와 파산변호사가 의기투합하면서 나누는 말 변호사나 기자가 안보이는 세상을 보게 해주자는 말을 수년동안에 걸쳐 탐험가처럼 몸으로 겪어내면서 마침내 억울하게 눈명을 벗게 해줘 인간 승리를 보려 주는 책이지만 책이 아니라 그 이상의 성서같은 느낌으로 읽게 되면서 독자들을 끝내 울게 만들어 버린 책이었다.

이 책에는 장애를 가진 부모밑에서 지적 장애인으로 태어나 억울하게 강도살인범으로 몰린 사람의 이야기를 다뤘다. 실수를 감추려고 진범앞에서 가짜 범인에게 윽박질러 다시 교도소로 보내는 이야기다. 양심의 가책을 받은 진범은 검사앞에서 펑펑 운다.

세상에서 나를 위해 울어준 사람은 그 사람뿐이었어요. 그 진범.....”

이 대목에선 그 누구도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던 아직도 눈물과 양심이 살아있는 세상이라는 걸 정의를 모르는 이 땅의 검찰들에게 순간이나마 양심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수년전 사회를 뒤흔들었던 삼례 3인조 살인사건’ ‘익산 택시 가사 살인 사건을 재심과 무죄를 이끌어낸 과정을 영화처럼 극적이고 감동적으로 엮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결론적으로 이 어려운 시대에도 살아있는 기자와 변호사가 있어 죽었던 정의도 살아날 수 있구나 -를 보여준 살아 숨쉬는 유쾌, 상쾌, 통쾌함을 맛보게 하는 책이었다.

지난 410일 토요일 10시 그 책의 필자이자 재심전문 변호사가 된 박준영 변호사가 우리지역 영광을 왔다. 공공도서관에 초대한 인문콘서트의 강사 자격으로 오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했다. 팬데믹으로 인하여 참석자가 제한되었기에 모처럼의 좋은 기회가 아쉽기만 했으나 오붓한 분위기에서 변호사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느껴가며 진지하게 경청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 까닭은 그 가냘픈 몸매에서 느끼는 여리고 여린 모습에서 어떻게 그런 용기와 패기가 솟아났을까 할 정도의 모습이었다.

단순히 재심과 무죄를 이끌러냈다는 차원을 넘어 이제 이들의 존재는 한국의 사법시스템에 켜진 경고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어려운 시대에 돈보다는 정의를 위하고 약자를 위해 날마다 동분서주하는 박준영 변호사님께 그 날의 모습에 다시 한번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또한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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